[스포츠인문학] 허건식 WMC 기획경영부장·체육학박사

고대 올림픽인 올림피아제전이 열리던 아테네는 주변 도시국가들과 끊임없는 전쟁과 전염병으로 사회적 위기와 갈등이 존재하였다. 그 중에서 역사적으로 아테네의 최대 위기는 기원전 429년과 기원전 427년이었다. 도시국가 아테네를 비롯해 도시국가 스파르타는 물론 동부 지중해까지 전염병이 강타한 것이다. 이 전염병에 대해서는 어떤 병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당시의 기록이나 희생자 유골의 검사결과 장티푸스라는 설이 유력하다.

이 당시 아테네는 스파르타와 긴박한 전쟁이 일어났고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아테네로 몰리면서 질병의 온상이 되어 버렸다. 당시 아테네의 전염병에 대한 투키디데스의 기록에는 전염병이 유행하면서 사회의 도덕관념이 완전히 붕괴되었다고 묘사되었다. 전염병이 창궐하자 많은 사람들은 사형선고를 받은 것으로 생각하고 법을 두려워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소비가 늘어나기도 하였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명예보다는 삶을 포기하는 거친 사회가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실제 이 두 차례의 전염병만으로 당시 아테네의 군인과 민간인 4분의 1이 목숨을 잃었고, 살아남았어도 많은 후유증이 남은 고통스런 사회였다. 또한 강력한 군사력을 가진 아테네도 이 전염병으로 인하여 스파르타에게 패전하기도 하였다.

최초의 고대 올림픽은 기록상으로는 기원전 776년에 시작되었고, 기원후 394년까지 이어진 1179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고대 올림픽이 이처럼 오랜 역사를 유지한데에는 도시국가들 간의 전쟁과 전염병으로 인한 사회적 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올림픽을 통해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올림픽 기간 동안에 '희생제의(犧牲祭儀, Sacrifice)'를 통해 도시국가들이 휴전을 체결하고 유대를 강화했다. 참가한 운동선수들은 경쟁과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가장 탁월한 신의 선물인 희생제물이 되고자 하였으며, 이를 위해 운동선수들은 가장 우수하다는 것을 인정받으려 노력했다.

특히 달리기에서 우승한 선수는 몸을 양털 실타래로 장식하고 머리에는 월계관을 쓴 후 신들의 대리인으로서 제례점화를 하는 사제 역할의 영광이 주어져 제물로서의 가치를 입증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고대 올림픽에서 희생제의가 인간과 신이 만나는 다양한 통로 가운데 하나가 된 것처럼, 스포츠 역시 인간과 사회가 만나는 하나의 통로가 되었다.

중국에서 시작돼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 개최될 도쿄올림픽 개최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오는 4월에 GAISF가 주최하는 스포츠컨벤션의 최대 이벤트인 '베이징스포츠어코드'도 스위스 로잔으로 개최지를 변경되었다. 그리고 국내외 각종 국제경기대회가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우리나라의 일선 스포츠센터나 무예도장들도 휴관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어서 국내 체육계도 침체되어 있다.

허건식 체육학 박사·WMC기획경영부 부장
허건식 체육학 박사·WMC기획경영부 부장

잘 알려진 것처럼 고대올림픽 우승자는 돈이나 권력이 아닌 월계관만을 받았다. 그만큼 정신적 가치를 높게 보았다. 또한 고대 올림픽 참가 선수들이 그리스의 영웅 헤라클레스의 분신이 되어 사회적 위기를 극복하는 메커니즘이 되었다. 지금 우리 스포츠인들과 무예인들도 코로나19로 어려운 우리 사회에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헤라클레스의 분신이 되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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