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원 '이낙연은 넥타이를 전날밤에 고른다' 출간

양재원의 책 이낙연은 넥타이를 전날 밤에 고른다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보좌관 눈에 비친 정치 미식가 이야기를 담은 책 '이낙연은 넥타이를 전날 밤에 고른다(북콤마 발행)'가 출간돼 눈길을 끌고 있다. 저자 양재원은 "우리 정치에 대한 희망을 되살려 놓고자 하는 뜻을 담아 이 책을 펴냈다"고 했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이낙연 전 총리를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했다. 의원실 비서관으로 인연을 맺은 후 전남도지사, 총리실에서 일을 도왔다고 한다. 이 책은  그가 곁에서 지켜본 감회와 기억을 중심으로 이 전 총리의 정치 역정을 증언하는 내용이다. 이 전 총리를 그동안 보좌했던 30여 명이 증언과 사례를 보충해줬다고 한다.

양재원은 '들어가는 글'에서 이렇게 썼다. "이 글은 사전에 NY에게 보여주고 검열을 받거나 기획하지 않았다는 것을 밝힙니다. 최대한 포장이나 과장을 하지 않고 담담히 얘기하자는 결심을 항상 옆에 두고 글을 썼습니다. 그래서 호칭도 존칭이 따라붙지 않는 'NY'라고 적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는 책에서 '흙수저 보좌관'이라고 자칭했다. 누구나 귀한 자식이기 때문에 흙수저, 금수저로 나누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렇게 표현했다. 큰 배경 없이 정치판에 들어와서 정치의 희망과 감동을 찾아가는 모습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그는 "한양대 법대를 졸업하고 월급 35만 원을 받으며 서울 변두리에서 2년을 고시원 총무로 일하다가 어느 날 우연히 국회 인턴 모집 공고를 보고 국회에 들어서게 됐다"며 "싸움만 일삼는 혐오스러운 곳으로만 알았던 국회였지만 그 안에 수많은 희망이 꿈틀댄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고시 공부를 접고 직업 보좌관의 길을 걷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2년 동안 쌓은 국회 경력을 갖고 지난 2010년 이낙연 의원실 5급 비서관 공채에 응할 때, 이력서에 인생의 소소한 경험들을 써 넣었다고 한다. 야학교사, 편의점 알바, 신문 배달원 …. 논술시험까지를 치른 후에 채용된 그는 이후 이낙연의 곁에서 희로애락을 함께 했다.

2018년 국가보훈대상자 시상식에서 이낙연 당시 총리가 수상자에 키를 맞춰 사진을 찍고 있다.  / 책 ‘이낙연…’205쪽
2018년 국가보훈대상자 시상식에서 이낙연 당시 총리가 수상자에 키를 맞춰 사진을 찍고 있다. / 책 ‘이낙연…’205쪽

양재원은 "NY(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비서관으로 인연을 맺은 후 전남도지사 당선까지 4년을 같이 일했다"며 "NY가 도지사로 있던 시기에는 다시 국회로 돌아와 시시각각 변하는 치열한 세계에서 일 중독에 빠져 박주민 의원 등의 보좌관으로 일했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도 예상 못했던 NY가 국무총리가 된 이후 의원 시절 NY의 비서관을 했던 인연으로 팔자에 없는 행정부(총리실) 공무원으로 2년 반을 일했다"며 "그렇게 곁에서 본 NY의 진면목을 전하는 것이 우리 정치를 위해 의미가 있겠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책은 모두 4부로 이뤄져 있다. 1부 '내 인생의 이낙연'은 저자 개인의 관점이 깊게 투영돼 있다. 이 전 총리의 일상에 가까이 다가가 살핌으로써 그 행동의 뼈대와 삶의 원칙을 파악한다. 예컨대, 이 전 총리에게 따라붙는 '엄한 아버지'상의 실체를 저자의 경험으로 전한다. 직원들의 작은 실수도 따끔히 혼을 내서 기강과 긴장을 유지하게 만들기 때문에 그런 이미지는 틀리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보좌진이 자신에게 피해를 주는 상황에서도 신뢰를 보여주는 대범함과 유연함이 있다는 것이다. 2012년 자신이 준비해서 내놓은 법안이 업계 로비에 의한 것이라는 의혹에 휩싸였을 때, 저자는 사직을 생각할 정도로 괴로웠다. 총선을 3개월 앞둔 시점에서 의원에게 큰 타격을 줄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당시 이 의원은 저자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고개 들어, 이 사람아. 자네가 뭘 잘못했나."

2017년 국민추천포상 시상식 사진 촬영 때도 수상자에 맞춰 몸을 낮췄다.  /책 ‘이낙연…’ 209쪽
2017년 국민추천포상 시상식 사진 촬영 때도 수상자에 맞춰 몸을 낮췄다. /책 ‘이낙연…’ 209쪽

 2부 '보좌관, 이낙연을 말하다'도 그의 역정 이면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바라봤다는 점에서 1부와 다르다. 주제와 관련된 일화를 보좌진 및 주변 인물들과의 대화, 회상, 저작물, 언론 기사 등과 곁들여 소개했다. 기존에 공개되지 않는 다양한 사진들도 있어 무척 흥미롭다.

저자는 이 전 총리는 '정치 미식가'로 부른다. 말과 행동을 공들여 고르는 정치인이라는 뜻이다.
양재원은 "NY가 의원 시절에 다른 의원과 싸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여야로 의견이 갈리더라도 상대를 존중하며 논리로 접근하려 했고, 그마저도 어려울 땐 양보할 방법을 찾기도 했다는 것이다. 

양재원은 NY 특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넥타이는 NY가 직접 고릅니다. 일하기도 바쁜데 대충 아무것이나 걸친다거나 또는 누군가가 골라준 것을 그대로 입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타이 하나도 손수 고른다는 사실이 모든 일에 관심을 두는 NY를 어쩌면 가장 잘 나타내는 일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는 이 전 총리가 SNS도 직접 하면서 시대와 소통하려 애쓴다는 점을 강조한다. 국정에 바쁜 데다가 나이도 많은 총리가 설마 직접 하겠냐며 의심을 할 수도 있으나, 본인이 사진 선택과 글 작성을 직접 하고 댓글과 메시지도 직접 쓴다는 것이다. 

책 3부 '이낙연 아카데미'는 총리실 공무원들이 바라본 모습을 담았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최장수 총리'로 재직하는 동안 대한민국 행정이 국민을 높이는 쪽으로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실무진들의 목소리를 통해 재구성했다.

2013년 JTBC ‘시대기획 동행’을 촬영할 때 비가 왔다. 이주영(왼쪽) 새누리당 의원과 나란히 걸을 때 우산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모습. 저자 양재원은 이 사진을 뒤에서 찍으며 이낙연 의원의 몸에 배인 배려심을 느꼈다고 했다.
2013년 JTBC ‘시대기획 동행’을 촬영할 때 비가 왔다. 이주영(왼쪽) 새누리당 의원과 나란히 걸을 때 우산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모습. 저자 양재원은 이 사진을 뒤에서 찍으며 이낙연 의원의 몸에 배인 배려심을 느꼈다고 했다.

4부는 이 전 총리가 SNS에 올린 책들을 정리해서 소개한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책을 놓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바탕에  과거와 대화하고, 오늘을 이해하며 미래를 내다보려는 노력이 자리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전 총리의 감성을 엿볼 수 있는 글들도 수록했다. 가족과의 일을 돌아보거나, 이해인 수녀 시인의 시를 올린 내용 등이다. 

 양재원은 책의 마지막에 이렇게 적었다. 'NY와 같은 진심을 실천하고 구석구석에 전달하는 이들이 사회 곳곳에 늘어서 우리 사회가 좀 더 따뜻하고 살기 좋은 곳이 되길 희망합니다. 그것이 반드시 정치의 영역이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현재 서 있는 그곳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제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가 어떤 것이며, 어떠해야 하는지 잠시나마 생각해볼 기회가 된다면 저는 더 바랄 것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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