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서 기회를 찾는다면
위기에서 기회를 찾는다면
  • 중부매일
  • 승인 2020.03.09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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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연경환 충북기업진흥원장

2020년 2월 9일. 한국 영화계의 기념비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parasite)'이 그토록 보수적이라고 알려진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4개 부문의 오스카상을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이로서 한국영화의 위상과 더불어 한국의 위상도 전 세계에 이름을 떨치며 덩달아 높아졌다.

헌데 아이러니하게도 기생의 일종인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다른 측면에서 한국의 이름을 알리고 있다. 불명예스럽게. 전세계 80여 개국에서 한국인이란 이유만으로 입국을 거부당하고, 대구, 경북 출신이란 이유로 입국절차가 까다로워지는 상황이다.

세계화가 새롭게 국가를 넘나드는 협치체제를 만들거라는 낙관적 예측에 반해 지구온난화에서 비롯한 기후 위기, 국가를 구분하지 않는 테러 등 새로운 문제도 발생하고 있는 것이 세계화의 또 다른 일면이기도 하다. 개별 국가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초국가적 재난이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메르스, 사스로 대별되는 바이러스의 습격이 그것이고, 2020년 오늘 우리는 코로나19라는 변종 바이러스로 고통받고 있다.

직접적인 병마의 고통을 받는 분들의 애처로움이 매일 보도되고 있다. 급속도로 늘어나는 확진자의 수는 멀쩡한 사람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만들어 2차적인 고통으로 증폭되고 있다. 외부활동을 꺼리는 심리는 골목상권 소상공인들의 생계를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찾는 손님이 없어 강제 휴업상태다. 택시, 버스회사의 수입이 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규모가 큰 회사들은 근무시간을 조정하고 재택근무를 도입하고 있고, 구내식당에서조차 마주보며 식사하지 말라고 권고한다. 지원기관 또한 지원사업을 공고하고 설명회를 통해 활발히 사업홍보에 매진해야할 시기임에도 전혀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경제가 마비되고 말 것이다.

사실 기생충은 분명 숙주에게 해를 끼치는 존재임에 틀림없지만 인류는 그에 맞서 나름대로의 면역체계를 갖춰 왔기에 어찌 보면 공생의 관계를 유지해 왔다. 요새 아이들은 채변검사가 무엇인지 모르고 자란다. 어릴 적 흙장난을 통해 자연스럽게 몸속에 만들어지던 "자가 면역체계"는 도시화에 따라 흙장난이 없어진 지금 싸울 상대가 없어 "알레르기"나 "자가면역질환"이란 이름으로 오히려 우리 몸을 공격하는 상황이다.

원래 바이러스의 대표적 숙주인 박쥐는 높은 체온과 특수한 면역체계로 바이러스와 평화로운 공생관계를 유지하는 생명체라고 한다. 인간의 활동영역이 범위를 넓혀감에 따라 박쥐와 공존하던 바이러스는 서식지를 조금씩 침범당해 낯선 환경으로 밀려나고 변종이 생기고 중간숙주를 만들어 결국은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공존과 공생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새겨봐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다른 시각으로 생각해보면 위기는 기회다. 감염병이 주는 고통을 힘겹더라도 감내하고, 이겨내어 더 건강해지도록 우리 몸을 단련하도록 하자. 누구를 탓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에 인종, 종교, 지역과 상관없이 원치 않아도 영향 받고 있는 우리 모두가 이 문제의 당사자다. 서로 공감하고 포용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를 만들자.

그와 더불어 한 가지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 있다. 대기업 중심의 움직임이지만 재택근무를 바이러스 확산 방지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는 회사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SK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2주간 필수 인력을 제외한 대부분 직원의 재택근무를 시작한 데 이어 삼성과 LG는 임산부나 자녀육아가 필요한 직원들을 중심으로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금융사, 네이버, 카카오 등 정보통신업체나 공기업 등으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재택근무, 시차출퇴근제, 원격근무 등으로 대별되는 유연근무제는 정부가 그렇게 정책적으로 강조해도 기업들이나 심지어 공공기관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 제도이다. 그런 제도를 자발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유연근무제를 시험하고 효과성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일과 가정의 양립은 우수한 인재들을 채용하고 유지하는 중요한 경영전략이다.

코로나19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지만 2019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92명이다. 공동체 유지에 필요한 수치는 2.1명이라고 한다.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OECD국가에서 유일하게 1명이 되지 않는 나라다.

아이를 낳지 않는 큰 이유가 일하면서 아이 키우기 힘들다는 것이라고 한다. 맞벌이하는 부부가 유아원조차 문을 열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아이를 키울 수가 있겠는가. 유연근무제는 저출산고령화라는 우리나라가 직면한 또 하나의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이다. 코로나 사태가 끝나더라도 유연근무제 확대라는 사회분위기는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연경환 충북기업진흥원 원장
연경환 충북기업진흥원 원장

간접노무비 지원, 재택근무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소요되는 비용 지원 등 유연근무제 도입으로 따라오는 부수적인 금전적 지원제도는 차지하더라도, 억지로 정해진 공간에서 정해진 시간을 채우는 방식으로는 창의적 능력이 나오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어쨌든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종결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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