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칼럼] 박상준 논설고문

"아무리 봐도 안철수 선생은 의사가운이 잘 어울린다"

민주당 정청래 전 의원이 지난 2일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이다. 맞는 말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옷깃에 금배지를 단 양복보다는 땀에 절은 푸른색 의사복이 자연스럽다. 정청래가 "안철수 의사선생님께 박수를 보낸다"는 말도 했지만 칭찬이 아니라는 것은 국민들이 더 잘 안다. 그는 안철수가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대구를 찾아 의사 자격으로 의료봉사를 이어가자 비꼰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노린 철저히 계산된 행동이라는 삐딱한 시각을 갖고 있는 여권 정서를 반영하고 있다.

여권지지자들은 이런 안철수를 '쇼'한다고 폄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온 국민이 코로나119로 공포심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우한'이라는 살벌한 말까지 듣는 대구까지 내려가 봉사활동을 한 사회지도층 인사가 몇명이나 되는지 궁금하다. 지금 대구 시민들은 답답함을 넘어 극도의 스트레스와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대구에만 코로나19 확진자수가 5600명을 넘어서고 열흘새 36명이란 사망자(11일 기준)가 나왔다. 지역사회가 얼마나 충격이 클지 안 봐도 뻔하다.

그런데도 정치권 일각에선 이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재난에 동참해 희망을 주기는 커 녕 입만 나불거리거나 SNS로 상처 난 마음에 소금을 뿌리고 있다. 정부는 '우한코로나'를 대구코로나로 명칭을 바꾸는가 하면 민주당 대변인은 대구를 봉쇄하자는 발언으로 대구시민들의 마음에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남겼다. 졸지에 고통을 겪고 있는 시민들의 마음은 전혀 헤아리지 않았다.

여권친위대 역할을 하는 유시민(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더 가관이다. 지금 대구시장을 맡고 있다면 누구라도 코로나19 확산을 막는데 올인 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그는 밤낮없이 방역대책에 몰두하고 있는 권영진 대구시장을 겨냥해 "권 시장이 코로나19를 열심히 막을 생각이 없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전염병이 번져서 '문재인 폐렴'이라고 공격하고, 문 정권이 친중 정권이라 중국 눈치 보느라고 중국 입국 막아서 이 지경까지 됐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명색이 보건복지부장관을 지낸 사람이라면 지금 대구가 유례없는 재앙을 겪고 있는 것이 누구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 것이다. 그런데도 대구시장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정치적인 발언으로 문재인 정권의 잘못을 희석시키고 있다. 코로나19보다 더 심한 '나쁜 정치바이러스의 숙주'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정치에 관심이 많은 모 여류작가도 가세했다. 그는 얼마 전 트위터에 6·13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와 지역별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현황을 비교해 올리면서 '투표 잘합시다'고 적었다. 누가 봐도 이 게시물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구·경북 지역에서 다수 발생한 것을 정치성향에 연결한 것으로 해석할 것이다. 그는 이런 해석에 '어안이 벙벙'하다고 했지만 그의 글은 마치 대구가 야당을 찍은 대가를 톡톡히 치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진중권의 표현대로 "영혼이 완전히 악령에 잡아먹힌 듯"하다.

대구의 재난은 대한민국의 재난이다. 대구시민의 불행은 국민의 불행이다. 정치인뿐만 아니라 소위 '인플루언서'라면 재난과 불행을 겪고 있는 대구시민들에게 아픔 보다는 희망을 안겨줘야 한다. 이들은 단 하루라도 대구에서 봉사활동을 하던가 그렇지 못하면 릴레이로 따뜻한 응원의 말을 전해야 하지만 오로지 정치적인 잣대만 들이대며 대구시민들에게 절망을 안겼다.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박상준 논설고문

하지만 이와중에도 영화배우 김보성은 5천매의 마스크를 대구시민들에게 직접 전달하고 자가격리에 들어갔으며 안철수는 부인 김미경 서울대 의대 교수와 함께 병원 근처의 한 모델에 방을 잡아놓고 열흘째 의료봉사를 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날 때까지 '기한 없는' 봉사를 약속했다. 이런 안철수를 두고 누군가는 '쇼'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국민의당 득표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설사 그렇다해도 입만 놀리거나 키보드만 두드리며 국민들의 마음을 후벼 파고 나라를 분열시키는 무능한 여야 정치인이나 외눈박이 정권의 나팔수들 보다는 훨씬 낫다. '쇼'라도 이런 쇼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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