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문제 '민원' 아닌 '마을자치'로 해결
지난해 전국광역단체 중 공동체지원국 첫 신설

민선 7기 대전시는 '새로운 대전, 시민의 힘으로'이라는 슬로건 아래 대전형 마을공동체를 구축하기 위해 마을계획수립·마을리빙랩·시민공유공간지원 사업 등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마을계획수립지원 사업 성과보고서 장면. / 대전시 제공
민선 7기 대전시는 '새로운 대전, 시민의 힘으로'이라는 슬로건 아래 대전형 마을공동체를 구축하기 위해 마을계획수립·마을리빙랩·시민공유공간지원 사업 등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마을계획수립지원 사업 성과보고서 장면. / 대전시 제공

[중부매일 김금란 기자] 민선 7기 대전시의 슬로건은 '새로운 대전, 시민의 힘으로' 이다. 이 슬로건에는 허태정 시장의 "시민이 주인 되어 시민의 힘으로 새로운 대전을 함께 만들어 가자"는 의지가 담겼다. 시민들이 정책주체로 나서 마을자치를 실현하고 마을단위의 사회서비스 전달체계를 구축, 실현하겠다는 목표다.

대전시는 지난해 민선 7기 핵심 가치 실현을 수행하기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공동체지원국을 신설했다. 5과로 구성된 공동체지원국은 공동체정책과를 주축으로 대전형 마을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공동체정책과는 지난해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마을계획수립·마을리빙랩·시민공유공간지원 사업을 핵심에 두고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다졌다. 올해는 이 핵심사업의 확장을 통해 일상 속 민주주의 실현과 주민자치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신설 1년을 맞은 공동체지원국 공동체정책과의 핵심사업과 향후 계획을 살펴봤다. / 편집자

■공동체 마을계획수립지원 사업

마을계획수립지원 사업에 참여한 도마1동 마을회의 모습. /대전시 제공
마을계획수립지원 사업에 참여한 도마1동 마을회의 모습. /대전시 제공

공동체정책과의 3대 핵심사업 중 하나인 '공동체 마을계획수립지원 사업'은 내가 사는 동네에는 무엇이 필요할까? 어떤 점이 개선돼야 할까? 등등 주민 스스로 문제를 찾고 해결방법을 모색하는 프로젝트다. 즉, 마을자치를 실천해가는 과정이다.

어른, 아이 등 마을의 다양한 공동체 그룹을 중심으로 마을이 해결해야 할 문제를 직접 발굴, 조사해 계획을 세우고 마을 총회를 거쳐 결정된 마을의제를 주민들 스스로 해결하기 위한 마을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지난해는 심사를 거쳐 선정된 18개 동에서 이 사업을 진행했다. 선정된 마을들은 기획자를 중심으로 마을활동가와 주민자치위원, 청소년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마을계획기획단을 꾸려 의제 발굴을 위한 마을회의를 열었다. 마을회의에 참여한 주민들은 마을의 관심사항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 문제에 대해 심도 있게 들여다봤다. 이 과정을 통해 18개 동에서 300여 건의 마을의제를 발굴했다.

시민공유공간 내동의 내동네 부엌 활동 모습. / 대전시 제공
시민공유공간 내동의 내동네 부엌 활동 모습. / 대전시 제공

서구 도마1동은 마을회의를 통해 가장 시급한 문제로 주차장 문제를 뽑았다. 주차장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 도마시장 번영과 인근 상가들의 활성화였다. 시장과 상권이 살면 주민이 떠나지 않고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효과를 확신했다. 이외에도 도마1동은 주민쉼터, 공유 공간, 쓰레기 무단투기감시 장치 등의 마을의제를 찾아냈다.

동구 산내동은 노후건물과 빈집문제 해결, 마을농산물 판로 개척, 원주민과 이주민간의 관계 개선, 마을위험지역 정비 등을 의제로 내놓았다.

이밖에도 각 마을에서는 굴다리복원, 청소년 공유 공간 조성, 동네 맛집 홍보, 모텔 줄이기 등을 해결해야 할 의제로 제시했다.

선정된 의제는 사안에 따라 2천만원 내에서 주민 참여예산제사업에 반영하거나 마을공동체 활성화 사업과 연계해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지원했다.

■마을리빙랩(Living Lab) 지원 사업

마을계획수립지원 사업에 참여한 도마1동 마을회의 모습. /대전시 제공
마을계획수립지원 사업에 참여한 도마1동 마을회의 모습. /대전시 제공

'마을리빙랩(Living Lab) 지원 사업'은 마을 속 크고 작은 문제해결을 위해 주민들이 생활현장에서 진행하는 마을실험이다. 대전시는 국내 첫 시민 참여 리빙랩 '건너유 프로젝트'를 성공시켜 리빙랩 선도도시로 유명하다.

리빙랩은 공동체 마을계획수립지원 사업을 통해 마을의 문제점을 찾아보았던 동을 대상으로 아이디어 창안대회와 현장실사를 통해 최종 5곳을 선정했다. 규모에 따라 3천만원~1억원의 사업비가 지원됐다.

리빙랩은 주민들 스스로 마을의 문제를 찾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주민들이 직접 해결방안을 제시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마을실험에는 실험의 주체인 마을공동체를 비롯해 행정기관, 전문가, 메이커·연구원 등이 함께 한다.

마을공동체가 해결하고자하는 문제를 제시하고 해당영역의 전문가가 코멘트 및 컨설팅을, 메이커·연구원 등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실험을 함께 진행한다. 행정기관 등 협업기관은 문제해결과정에서 필요한 부분을 지원한다.

마을리빙랩지원 사업에 참여한 신선동의 어린이놀이터 디자인대회 성과물. /대전시 제공
마을리빙랩지원 사업에 참여한 신선동의 어린이놀이터 디자인대회 성과물. /대전시 제공

서구 만년동은 아파트 단지에 둘러있는 황톳길을 IoT를 활용해 안전한 산책로로 만들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원도심지역의 단독주택 밀집지역인 동구 삼성동은 골목 주차문제를, 서구 도마1동은 주택가와 재래시장에서 배출되는 쓰레기 문제를, 유성구 신성동은 청소년과 아이들이 직접 만드는 동네놀이터를, 대덕구 석봉동은 신탄진 5일장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면도로 주차문제 해결을 위한 실험을 했다.

강영희 공동체정책과장은 "리빙랩은 말 그대로 실험실인 만큼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면서 "수십 차례의 실험을 통해 나온 결과물이 건축법 등 제도적인 문제로 주민들이 의도했던 것과 달라도 정책 수요자가 정책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은 실험과정에서의 도전과 적극적인 정책 참여를 훈련하면서 질 높은 주민참여예산제로 연결시키는 성과를 가져왔다"고 덧붙였다.

■시민공유공간지원 사업

시민공유공간 내동의 내동네 부엌 활동 모습. / 대전시 제공
시민공유공간 내동의 내동네 부엌 활동 모습. / 대전시 제공

시민공유공간은 주민들이 직접 만들고 운영하는 마을사랑방이다.

이웃들이 모여 함께 밥을 짓고 텃밭에서 따온 싱싱한 야채들로 반찬을 만들어 함께 식사를 한다. 학교 끝난 아이들은 아무도 없는 집이나 학원 대신 동네친구들이 모여 있는 공간에서 함께 숙제를 하고 요리도 배우고 이웃들과 만나는 시간을 갖는다.

대전시는 지속가능한 마을공동체를 활성화하고자 시민공유공간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마을카페, 공유부엌, 공동육아, 청소년공부방 등 동네 특성에 맞게 설계된 시민공유 공간 10곳이 운영을 시작했다.

서구 내동의 주택가 골목에는 주택을 카페처럼 예쁘게 개조한 '내동네 부엌'이 문을 열었다. 내동은 1인 고령가구와 1인 청년가구가 많은 노후동네다. 1인가구의 식생활과 정서적 고립감 등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유주방'을 모토로 열린 부엌을 만들었다.

내동네 부엌에서는 밭작물을 가꾸고 수확해 함께 밥을 지어 먹는 '밭꽃 밥꽃', 퇴직한 남성을 위한 요리 프로그램 '삼식이 눈치는 이제 그만', 어르신과 젊은 세대들이 함께 요리하는 '세대융합으로 힐링'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시민공유공간 관저동의 시·공·간 MODU. / 대전시 제공
시민공유공간 관저동의 시·공·간 MODU. / 대전시 제공

이외의 공유 공간 9곳에서는 인문학교, 세계음식문화기행, 소셜다이닝, 마을영화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마을사랑방을 운영하고 있다.

2년차에 접어든 공동체정책과는 올해 일상 속 민주주의 실현과 주민자치역량을 강화를 목표로 핵심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상반기에 마을계획수립지원 사업은 30곳을 선정할 예정이다. 시민공유공간지원 사업은 15개 정도 선정하고, 주민자치형(민간공간)뿐만 아니라, 공공시설의 유휴공간과 빈 집 정비를 통한 틈새공간을 활용해 다양한 형태의 공유공간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마을계획사업을 통한 주민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주민참여예산제도 10억원을 확보했다.

강영희 과장은 "공동체지원국 신설은 광역단체 중 대전시가 처음이고, 궁극적인 목표는 마을단위로 사회서비스 전달체계를 구축해 마을 안에서 서로 돌보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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