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박재원 경제부장

국내 코라나19 바이러스 광풍 속에 종교계에는 '이단(異端)' 바람이 불고 있다.

이단의 사전적 의미는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주장·이론 등 여러 가지로 종교적으로는 통상 자신의 교리에 어긋나는 종교를 말한다.

대한민국 헌법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다. 헌법에서 보장한 개인적 권리로 국민들은 종교 단체를 결성하고 집회·선교활동을 할 수 있다. 여기에 종교 선택과 개종, 종교를 갖지 않을 자유, 자신의 종교를 표명하지 않을 권리까지 보장받는다.

딱 여기까지다. 신앙에 대한 개인적 자유만 보장하지 종교 자체에 개입하거나 범위를 구분하는 내용은 없다. 당연히 이단을 분류하는 기준도 없다. 아마도 종교를 사회 통념적 영역으로 보고, 법의 개입 없이 사회 구성원이 알아서 개념을 정리하도록 자율성을 보장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종교계 이단이란 개념은 국민 정서에 어긋난 교리와 활동을 하는 집단으로 정리해도 무방할 것이다.

기성 종교에선 자신들의 교리에서 파생된 교파 성격의 집단을 이단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개신교에선 '신천지 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을 대표적인 이단으로 분류한다.

교인이 아닌 국민들은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신천지를 사이비 종교쯤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있다.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에서 신천지가 이단, 사이비 소리를 듣는 이유는 바이러스 확산의 주범으로 몰려서다.

국내 코로나 확진자의 65%는 집단감염과 연관이 있다는 공식 자료가 있다. 5천6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온 대구에서는 절반가량이 신천지와 관련 있다. 이들은 신천지 교회 집단예배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확진자 1천명을 넘어선 경북 또한 마찬가지다.

문제가 일파만파 확산되자 신천지 신도들은 집단예배나 접촉자까지 감추며 꽁꽁 숨어버렸다. 일부는 아직도 검체검사를 거부한다는 보도도 있다.

신천지 본산은 어땠나. 신도명단 공개를 거부하며 정부 방역활동에 비협조적으로 굴다가 뒤늦게 공권력 개입을 시사하자 명단을 넘겨 방역 골든타임을 놓치게 했다. 국민들에게 이단, 사이비 손가락질 당할 공분을 샀다.

그런데 이런 신천지를 '극혐'하는 개신교 사정은 어떤가. 정부가 집단감염을 우려해 집회 중단을 요구해도 아랑곳 않는 교회가 적지 않다.

신도수 100명 이상인 충북 지역 교회는 235곳이다. 방역당국은 지난 5일 주말 종교 집회 자제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들이 '주일'로 여긴 지난 8일(일요일) 예배를 취소한 곳은 102곳(43%)에 불과하다. 나머지 133곳은 예정대로 예배를 진행했거나 축소해서 연 것으로 알려졌다.

일요예배를 강행한 교회 4곳은 신도수가 1천명이 넘는 대형, 9곳은 500~1천명의 중대형 교회다.

국내 바이러스 급속 확산이 밀집에서 비롯됐는데 집단예배를 강행한 이들 교회를 국민들은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하다. 혹시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바이러스가 절대 침투할 수 없는 성역으로 여기는 것은 아닐지 모른다. 다행히 바이러스가 빗겨 간다면 자신들 신념을 실체적 진실로 간증할 수 있으나 만약 반대 경우라면 어떻게 해명할 것인가.

박재원 경제부장

종교적 자유가 보장된 나라에서 이단·사이비를 구분하는 절대적 잣대는 없다. 국민들 반감에서 파생된 상대적, 정서적 잣대만 있을 뿐이다.

종교적 신념에 따라 주일을 거룩하게 지키는 것은 그들의 자유다. 허나 국민적 정서까지 거스를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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