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탄치 않은 인생역정 … 기적처럼 얻은 '더불어 삶'

진기화 새마을지도자충주시협의회장
진기화 새마을지도자충주시협의회장

[중부매일 정구철 기자] 우리가 살고있는 세상은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크게 다르게 보인다.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과 긍정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받아들이는데 있어서도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무한경쟁 사회에서 오로지 앞만 보고 바쁘게 뛰고 있는 현대인들로서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사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 볼 때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

부질없는 욕심이 자신을 얼마나 옥죄고 힘들게 하는지를 깨닫는 순간, 비로소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온 뒤 큰 깨달음으로 제 2의 인생을 계획하고 있는 진기화(48) 새마을지도자충주시협의회장을 만나 그의 인생 얘기를 들어본다./ 편집자 주

진기화 회장은 보여지는 모습대로 굳은 의지와 패기, 추진력까지 갖춘 아주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인물이다.

자신의 사업과 함께 왕성한 봉사활동에 나서면서 숨가쁘게 살지만 한번도 자신의 삶에 대해 불평한 적이 없다.

그가 스스로 원한 삶이기 때문이다.

진 회장은 40대의 젊은 나이지만 인생이 그다지 평탄치는 않았다.

충주댐 수몰지역인 충주시 살미면 신당리가 고향인 그는 충일중학교와 충주상고에서 역도선수로 활약했다.

중·고교시절 웬만한 상은 휩쓸었고 주니어 국가대표까지 선발됐던 촉망받는 선수였다.

의경으로 입대한 뒤 8개월만에 특채로 경찰에 입문, 101경비단에서 1년 정도 경찰관 생활을 했지만 당시 무역을 하는 지인의 도움을 받아 경찰관 생활을 접고 헌옷을 수출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1993년부터 아파트 등에서 버려지는 헌옷과 재활용품 등을 수집, 선별한 뒤 동남아지역으로 수출하기 시작했으며 '전국무역'이라는 회사를 차려 지금까지 27년 동안 이어오고 있다.

사업 초기에는 '넝마사업'이라는 주변의 비아냥거림도 있었지만 오로지 앞만 보며 묵묵히 외길을 걸어왔다.

현재는 '전국건설'이라는 법인을 만들어 금속창호와 토목, 철거업도 하고 있다.

그에게도 여러번 한눈을 팔 기회가 있었지만 비뚤어지지 않고 올바로 가도록 잡아준 사람이 바로 어머니였다.

거칠고 힘쓰는 운동을 했던 그에게 이른바 '어두운 세계'의 형님들로부터 스카웃 제의가 자주 들어왔다.

하지만 그 때마다 어머니의 간곡한 만류와 당부로 유혹을 물리칠 수 있었다.

그가 새마을에 입문했던 것도 새마을부녀회원으로 활동했던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진 회장이 중학교 3학년 때 유방암 수술을 했던 어머니는 이후 다시 자궁경부암이 재발돼 무려 9년 간이나 힘든 투병생활을 하다 54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2009년 새마을에 몸을 담은 진 회장은 봉사를 계속하면서 봉사에 대한 묘한 중독성을 느끼게 된다.

그는 "봉사는 하면 할수록 욕구가 계속 생기게 된다"며 "봉사는 남을 위해 하는 행위지만 어떻게 보면 자기만족을 위한 일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모든 일에 적극적인 진 회장은 새마을지도자 칠금동협의회장을 맡았을 당시 지역 5개 단체와 학생들이 참여하는 마을가꾸기 사업을 추진해 전국 우수사례로 손꼽히며 단체상을 수상했다.

이에 힘입어 분당에 있는 새마을중앙연수원에서 매주 2회씩, 2년 동안이나 새마을 회원들을 대상으로 우수사례 강의를 하기도 했다.

2018년에 새마을지도자충주시협의회장으로 취임한 그는 더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새마을지도자충주시협의회는 25개 읍·면·동에서 2천500여 명의 회원들이 환경정화활동과 방역활동, 연탄나누기, 김장봉사, 피서지봉사 등 각종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1주일에 한번씩 25개 읍·면·동별로 모든 회원들이 나서 방역소독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특히 생명살리기 운동을 위해 하천정화에 효과가 있는 창포를 하천에 심어 잎과 뿌리를 채취한 뒤 '창포샴푸'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창포샴푸'의 인기가 기대 이상으로 높아지자 향후 협동조합을 만들어 본격적인 판매에 나설 계획도 갖고있다.

기회가 된다면 새마을중앙회장에도 도전하겠다는 야심찬 생각을 갖고 있다.

진 회장은 새마을운동 외에도 각종 사회활동으로 눈코 뜰새 없다.

15년 이상 배드민턴으로 건강을 유지해온 그는 충주시배드민턴협회 수석부회장을 맡고있다.

또 장애인들에 대한 각별한 관심으로 충북장애인복지후원회 부회장을 역임했고 매월 장애인협회에 후원해 충북장애인협회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했다.

남들이 모르는 봉사활동도 많이 하는 편이다.

결손가정 아동 2명을 지속적으로 후원하고 있으며 배드민턴 선수의 가정형편이 어려운 것을 알고 형편이 나아질 때까지 2년 동안 후원했다.

진 회장은 지역을 위한 일이라면 누구보다 적극적이다.

2018년 충주에서 전국제천 개최 시 행사 1년 전부터 충주시선수단 서포터즈단장을 맡아 제주 '들불축제'를 시작으로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홍보전을 펼쳤다.

처음에 12명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서포터즈 활동은 나중에 3천명이 참여해 대대적인 발대식을 갖는 계기가 됐다.

그는 사비로 직접 티셔츠와 바람막이 등을 제작해 단원들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충주에서 열린 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대회에서도 홍보와 서포터즈 책임을 맡아 행사를 널리 알리는데 최선을 다했다.

사업과 봉사로 정신없이 바쁘게 달려온 진 회장은 지난해 자신의 인생에서 큰 전환점을 맞는다.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그는 집에서 잠을 자던 중 갑자기 심장박동이 멎는 사고를 당하게 된다.

가까스로 딸이 발견해 119에 신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4일 동안이나 무의식상태로 있었다.

그야말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겨우 깨어났지만 하반신 마비 증세까지 오자 절망한 그는 극단적인 생각으로 병원 옥상에 올라가기도 했다.

그러나 1남 2녀의 자녀를 떠올리고 자신이 병원에 있는 동안 월급조차 못받고 있는 직원들을 생각해 다시 마음을 다잡고 재활치료를 시작했다.

그는 오로지 재기하겠다는 의지 하나만으로 재활치료 3개월만에 정상적인 몸으로 되돌렸다.

의료진조차도 예상치 못한 기적적인 결과였다.

어릴 적부터 운동으로 다져온 강한 의지가 큰 힘이 됐다.

그는 스스로 내실을 다지기 위해 지난해 3월 대원대학교 경영학과를 뒤늦게 졸업했다.

병상에서 일어난 이후에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 또 다른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매사에 긍정적인 그의 '긍정에너지'가 다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진기화 회장은 "병상에서 어렵게 투병생활을 하면서 내 자신의 인생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이제 제 2의 인생을 시작하는 마음으로 내 자신에 대한 욕심보다는 주변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