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칼럼] 이민우 편집국장

우리민족은 예로부터 '계·두레·품앗이·향약'과 같이 어려울 때 서로 돕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향약'의 4개 덕목중 하나로 재앙을 당하면 서로 도와주는 '환난상휼(患難相恤)'의 정신은 위기를 극복하는 전통의 맥을 이어 오늘날까지 계승되고 있다.

특히 향약은 이조시대의 대표적인 전통 공동체로 그 지방의 자치적인 질서유지와 상호 협조 등을 위한 마을주민 간의 약속으로, 한 마을 사람들이 서로 도와가며 살아가자는 공동체적 상호규제를 담은 내용을 말한다.

향약은 중국 송나라의 '여씨향약'에서 유래됐다. 그 주요 내용은 ▶덕업상권(德業相勸·좋은 일은 서로 권장한다) ▶과실상규(過失相規·잘못은 서로 고쳐준다) ▶예속상교(禮俗相交·예절바른 풍속은 서로 교환한다) ▶환난상휼(患難相恤·어려운 일이 있으면 서로 도와준다) 정신으로 서로 간 상부상조 정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코로노19(COVID-19)로 전국이 '난리'다. 코로나19가 뉴스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봄빛이 날로 완연해 지고 있는데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우리의 일상은 마치 겨울 안에 갇혀 버린 느낌이다. 모든 모임과 약속이 취소되고 미뤄졌다, '사회적 거리'를 두라고 하니 이러다가 마음마저 멀어질까 걱정이다.

이번 사태로 과거 사스 사태 보다 4배에 달하는 약 200조가 넘는 경제손실이 예상된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환자는 가족들과 철저히 격리된다. 가족들 또한 대부분 자가격리 대상자이기 십상이다.

생전 면회는 물론 임종조차 못 하는 게 현실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확진자가 8천여명, 사망자는 어느새 70명을 넘어섰다. 첫 사망자가 나왔을 때 우리는 매우 놀랐지만 그 숫자가 늘어날수록 점점 무감각해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이렇게 퍼진 데는 초기 방역에 실패한 정부의 책임이 막중하다. 확진자들과 격리자들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격리자들에 대해 생계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실비에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현재 코로나 19로 많은 의료진들이 어려움을 당하고 있다. 계속되는 확진자와 사망자를 접하면서, 자신의 위험에도 묵묵히 싸워나가는 의료진들에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매일 초췌한 얼굴로 확진자 상황을 보고하는 질병관리본부, 의료진이 절대 부족한 대구에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임상병리사, 병원 행정직 직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지원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큰 힘은 안되겠지만, 이들의 수고를 기억하고, 위로해야 한다는 마음이 든다.

'격리'는 현대판 '위리안치(圍籬安置)'다. 세상과의 단절로 인한 두려움과 고독감은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코로나19를 최대한 빨리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조기발견을 비롯해 철저한 방역·격리밖에 없다.

지역사회 감염을 봉쇄하기 위해서는 더더욱 격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처럼 일방적 격리 정책만으로는 효과를 얻기 어렵다. 격리에 이은 충분한 경제적·심리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격리자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낙인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환난상휼(患難相恤), 그 아름다운 공동체 의식을 회복해야 할 때이다.

이민우 부국장겸 사회·경제부장
이민우 편집국장

'인간은 자기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만족을 뛰어 넘는 대의명분에 헌신했을 때 가장 행복해하고 가장 성공했다'고 느낀다는 평화운동가 '벤자민 스폭'과 '사랑의 열매는 봉사이며, 남을 돕는 일이 바로 자기 자신을 돕는 일'이라는 '마더 데레사'의 교훈을 떠올릴 때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슬기롭게 이겨내기 위해서는, 숨어있는 진정한 영웅들처럼 나 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고 우리 모두 함께 라는 열린 마음으로 극복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정부도 환난상휼의 정신을 바탕으로 민간부문과의 협력체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