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유창선 시인

알람 소리에 잠이 깨였다. 시계를 보니 여섯시다. 간단하게, 인절미 다섯 쪽과 사과 한 알을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산행 후 내가 먹을 아침식사다. 마당 식구 금동이와 뒷동산으로 산행을 나섰다.

정년퇴직 후 가족은 물론 주위 사람들의 만류를 물리치고 4년 전 청주 미원으로 귀촌을 했다. 혼자 있다 보면 나태해져서 건강을 해칠까 봐 하루 일과표를 정하고 계획대로 실천 중이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앞서가는 금동이는 아침마다 늘 나와 함께 오르는 산을 거침없이 이리저리 뛰면서 저만치 앞서 가고 있다. 가끔 뒤돌아보며 힘들어하는 나를 빤히 바라보며 기다려 주는 모습이 참으로 예쁘고 사랑스럽다.

매일 같이 오르는 산은 늘 보는 산이건만 그날그날의 느낌이 매번 다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의 느낌은 두말할 나위도 없지만 매일매일 산에 오르는 기분은 같은적이 한 번도 없었던듯하다.

오늘은 살갗을 스치는 바람이 무척 부드럽다. 산새들이 짝을 찾아 우짖는 소리에 봄기운이 가득 담겨있는 듯 활기차고 감미롭다.

진달래는 꽃망울 터트려 봄볕을 즐기고 산수유와 생강나무 가지가지마다에는 샛노란 고운 꿈이 가득 매어달려 있다. 봄이 내 곁에 서있다. 덩달아 내 가슴에도 봄이 가득 담겨 저 있다.

오늘의 목적지인 정상이 보인다. 할딱이는 숨 몰아쉬며 정상에 올라 심호흡을 하며 발아래 펼쳐진 세상을 바라본다. 산과 들녘 곳곳에 봄이 와 있다. 아! 아름답다.

어느 누가 이토록 고운 산수화를 그려 놓았을까. 세상은 코로나 19로 아파하고 힘들어하고 있는데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계절은 어김없이 찾아와 우리들 눈앞에 서 있다. 이 아름다운 경관을 버려두고 내려오긴 참으로 아쉽기만 하다.

하산길은 오를 때보다 또 다른 느낌이다. 햇살은 잣나무 숲 속에 햇살 기둥 만들고 내 발아래 지난가을 떨어진 낙엽은 바스락 거리며 나의 시심을 일깨운다.

-진달래 꽃 피는 봄날

'바람은 봄을 몰아 산등성에 두고/구름은 비를 불러 산마루 뿌려/서쪽새 울음 속에 진달래꽃 피어나는 곳//

버거운 삶에 짐 잠시 벗어놓고 가쁜 숨 몰아/쉬어 쉬어 오르면/오롯 무리 지어 피어난/진달래꽃 향기 속에는/떠나버린 고운님에 모습 피어올라 나를 반기고//

유창선 시인
유창선 시인

산허리 휘감아 돌아 피어 오른 파란 안갯속에는/고단한 지난 내 삶에 그림자 있어/솔바람 불어 흩어 버리면//

내 허허로운 마음은 하얗게 타버려 재만 남고/산새들 지저귐만이 메아리 되어/나에 빈 가슴에 봄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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