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류시호 시인·수필가

몇 년 전, 영화 '갓 오브 이집트'를 보았는데, 이집트는 4명의 신이 지배를 했다. 죽음과 부활의 신 '오시리스'가 왕, 사랑의 신 '이시스'가 왕비, 태양의 신 '호루스'가 아들, 폭력의 신 '세트'가 동생인데, 이들 사이에서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전투가 있었다. 호루스는 인간인 벡의 도움을 받아서 세트를 물리치고, 벡에게 이집트를 지배하는 파라오가 되도록 왕의 자리를 물려주는 내용이었는데 이집트 신화가 흥미로웠다.

최근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고대 이집트 전시회를 보았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박물관에서 빌려온 고대 이집트 유물 94점과 2700년 전 제작한 토티르데스 관과 미라, 프톨레마이오스 12세로 추정되는 왕의 머리, 석회암으로 만든 람세스 2세 얼굴, 금·은·수정으로 장식한 따오기 관 등 볼거리가 많았다. 전시장에서 람세스 2세와 클레오파트라 7세 사진을 보니 이집트의 유명한 왕 파라오들이 생각난다.

람세스 2세는 기원전 1250년에 태어나 67년간 왕위에 있었다. 오늘날 가장 유명한 파라오를 꼽으라면 투탕카멘과 클레오파트라, 람세스 2세일 것인데, 대왕에 걸맞은 위풍당당 파라오는 람세스이다. 그러나 기원전 31년, 로마의 안토니우스가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와 동방제국을 건설하려고 옥타비아누스와 악티움에서 싸웠지만 패배하여 이집트 제국이 멸망했다.

권력이란 영원한 것이 없다. 카이사르(시저)는 폼페이우스를 이겨 로마를 장악했어도, 4년 만에 반대파에 암살당하고 만다. 한편 아시아와 유럽을 정복한 칭기즈칸도 100년이 안 되어 멸망하였다. 반면 우리 민족은 단군조선을 시작으로 부여와 삼국시대, 고려, 조선으로 이어지며 중국이나 몽골, 일본에 예속되지 않고 4천400년간 나라를 유지한 대단한 민족이다.

이집트나 그리스, 로마제국의 신화도 중요하겠지만, 근대화 이후 한강의 기적, 대한민국의 신화는 세계인이 부러워한다. 한국 하면 K팝, K뷰티, K푸드와 같은 한국 문화와 IT·자동차 산업, 한식, 그리고 드라마로 국가 브랜드가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 이같은 흐름은 최근 영화 기생충, BTS로 진면목을 발휘하고 있다. 우리는 자원이 빈약한 상태에서 전 국민이 합심하여 끈기와 열정, 용기, 노력으로 무역 대국이 되었다.

성공과 성취를 끌어내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투지 또는 용기를 뜻하는 그릿(grit)이라는 용어가 있다. 그릿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의 심리학과 앤젤라 더크워스 교수가 개념화한 용어로, 재능보다는 노력의 힘을 강조하는 개념이다. 열정과 끈기, 실패 뒤에도 도전할 수 있는 끈기, 한 가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열정이 바로 그릿이다. 우리 민족은 끈기를 갖고 목표를 이뤄내는 능력 그릿이 풍부하다. 그리고 포기할 줄 모르고 일에 매달리는 사람들 덕분에 이렇게 세계인인 부러워하는 나라가 되었다.

류시호 시인·수필가
류시호 시인·수필가

람세스 2세와 클레오파트라의 이집트 전시회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저력이 대단함을 다시 느꼈다.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는 '모든 땅이나 초목이 그저 기다리기만 하고, 봄에 대해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결코 봄은 영영 오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우리 모두 새롭게 다가오는 봄을 준비하자. 인생의 봄도 준비된 자에게 온다고 한다. 우리 모두 그릿의 열정을 갖고 꿈과 희망을 향하여 새봄을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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