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장병갑 정치부장

총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개정된 선거법의 핵심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변질되고 있다.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창당을 더불어민주당이 비례대표용 연합정당에 참여키로 하며 답습하는 모양새다.

우리나라는 거대 정당을 제외하고 지역구 국회의원을 배출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로 인해 여당과 제1야당이 사실상 정국을 주도하고 있다. 현행 소선거구제는 1등만 당선되는 구조로 상당수 유권자의 목소리는 철저하게 묵살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를 보완하자는 것이 비례대표제였지만 이마저도 문제였다.

20대 국회 비례대표 국회의원 의석은 47석이다.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당선되는 비례의원은 일부 여성, 청년, 장애인 등의 몫을 제외하면 법조계, 기업인, 고위공무원 등의 유명 인사 위주로 비례대표를 선정해 왔다. 결국 지역구는 다른 정당 간, 비례는 같은 정당 내에서 경쟁하지만 경쟁하는 사람들은 그 나물에 그 밥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것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한 정당에서 뽑힐 수 있는 비례대표를 줄이고 군소정당에게 기회를 주자는 취지였다. 특히 특정한 정당을 지지하는 것만으로도 추가 당선자가 나올 수 있다. 이런는 점에서 자신의 표가 '사표'로 허탈해 하는 유권자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정당에서 국회의원이 나올 수 있도록 적극적인 투표를 하게 되고 그 만큼 '사표'도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위성정당이 창당되고 앞 번호까지 받게 된다면 소수정당은 이번에도 별 혜택에 없이 무늬만 연동형비례대표제가 되는 것이다. 위성정당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되면 다시 원래 정당으로 복귀한다고 하니 이런 '코미디'도 없을 것이다. 막대한 세비를 꼬박꼬박 챙겨가며 지난해 반년이 넘는 시간을 내팽개친 채 투쟁으로 국회를 얼룩지게 했나 허탈감마저 든다.

현재 우리나라 정치상황을 보노라면 오래전 봤던 한 편의 드라마가 생각난다. 지난 1900년부터 1907년까지 대한제국시대 의병(義兵)의 이야기를 다룬 '미스터 션샤인'이다.

백정의 아들로 태어난 남자 주인공이 일본의 낭인이 돼 돌아와 자신의 짝사랑했던 사대부 딸 앞에 나타냈을 때다. 이 남자 주인공은 "세상이 변했습니다. 애기씨, 조선 바닥에서 제 눈치 안 보는 어르신들이 없습니다. 근데 애기씨 눈에 저는 오직 천한 백정 놈인가 봅니다"라고 물었다.

하지만 여자 주인공은 "그렇지 않네. 내 눈에 자넨 백정이 아니라 백성이야"라며 "내 눈빛이 어땠는지 모르겠으나 내가 자네를 그리 본 것은 자네가 백정이라서가 아니라 변절자여서니"라고 일갈한다.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 매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한 바탕 바람이 불곤 한다. 이번 총선에서도 공천과정을 두고 탈락한 인사들의 반발 등으로 중앙과 지역 모두 시끄럽다.

올해는 여기에 '비례대표전쟁'까지 겹치며 선거판이 아수라장이다. 위성정당 창당, 연합정당 참여 등 원내 제1당이 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적까지 옮겨가며 열을 내고 있다. 한 쪽에서는 당적을 옮길 것을 권유하고 있다고 한다.

장병갑 정치부장
장병갑 정치부장

이를 두고 정치권은 법 테두리 안의 정당한 추진이라며 궤변을 내 놓고 있다. 또 당원 뜻에 따랐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눈에는 그저 '꼼수'일 뿐이다.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연합정당은 연동형비례대표제의 '변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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