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최창석 공주문화원장

오는 20일은 24절기 중 4 번째인 춘분이다. 보통 21일이 춘분인데 올해는 2월이 29일까지 있는 날이라 하루가 당겨졌다.

한국천문학회의 창립일을 새봄이 시작되는 춘분날로 정했는데 그 날이 1965년 3월21일 것을 보면 대체로 춘분은 21일이었다.

춘분은 과학적으로는 태양이 적도 위를 똑바로 비추는 날이다. 그러니까 남반구이든 북반구이든 똑같은 위도의 경우 똑같은 햇빛을 받고, 낮과 밤의 길이도 똑 같은 아주 공평한 날이다.

"이월(양력 3월)은 한창 봄이라 경칩 춘분 절기로다./초엿샛날 좀생이는 풍년 흉년을 안다 하며 스무날(춘분) 맑고 흐림으로 풍년 흉년 짐작하니 반갑다./봄바람이 변함없이 문을 여니 말랐던 풀뿌리는 싹이 움트기 시작한다./개구리 우는 곳에 논물이 흐르도다./산비둘기 소리나니 버드나무 빛이 새로워라."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선비 다산 정약용의 아들인 정학유의 지은 '농가월령가' 가운데 이월의 노래다.

이 때가 되면 농부들은 밭에 나가 밭갈이를 시작하는데 '춘분 날 하루 밭을 갈지 않으면 일 년 내내 배고프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춘분의 밭갈이를 중요시 했고, 아낙네들은 지천으로 돋아나는 봄나물을 뜯어 반찬으로 삼는다.

이와 같이 새봄을 여는 춘분은 우리 조상들에게 희망의 시기였다. 겨우내 집 안밖에서 기웃대고 곡식을 축내던 쥐와 새가 사라진다고 해서 콩을 볶아 먹기도 하고 쑥으로 만든 나이 떡을 먹기도 하였다.

중동의 이란, 터키, 아프가니스탄 등의 나라에서는 이 춘분을 새해의 시작으로 잡기도 한다. 이와 같이 춘분은 예나 지금이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주 의미 있는 날이다.

춘분의 뜻은 '봄을 나눈다'는 의미인데 봄은 희망이요, 새로운 창조이고 탄생이다.

지금 '코로나 19'라는 감염병으로 전 지구가 혼돈의 도가니에 빠져있다. 새봄, 새 희망의 날인 춘분에는 이 모든 것이 사라지고 새로운 시작의 날이 되었으면 한다.

중종실록 1514년 2월 26일의 기록을 보면 어미를 구타한 이수지란 자를 참형에 처하게 되는데 참형 시기를 춘분 전에 맞추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는 춘분 전에 모든 나쁜 것을 정리하고 깨끗하게 새봄을 맞이하려는 조상들의 염원이었을 것이다. 우리도 춘분 전에 모든 코로나가 종식되어서 춘분을 기점으로 대한민국이 전염병 없는 깨끗하고 희망찬 나라로의 새로운 출발이 되길 간절히 기도한다.

또 멀리 중동에 있는 이란도 코로나에서 탈출하는 멋진 새해가 되길 응원하고, 이탈리아를 비롯한 지구상의 모든 나라들이 코로나를 벗어나 활기차고 희망찬 새봄을 맞이하길 간절히 기원한다.

글을 쓰는 중에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제공하는 천문력을 보다가 독자 분들에게 보너스를 드릴 수 있는 것이 있어 잠깐 여담으로 소개한다.

올해의 춘분날인 20일 새벽에는 동남쪽 하늘에 화성과 목성이 아주 근접하여 찬란히 빛을 발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부지런한 아침 형 사람들은 새벽에 찬란히 빛나는 잔월효성(殘月曉星)을 감상하면서 하루를 시작하면 더 의미 있는 날이 될 것이다.

최창석 공주문화원장
최창석 공주문화원장

그리고 모든 사람이 나름대로 믿는 신과 일월성신(日月星辰)에 지금의 코로나19 사태 종식을 간절히 기원하면 모든 것이 잘되리라 믿는다.

"아자 아자, 지구상의 코로나 끝내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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