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이지효 문화부장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다는 뜻의 이 고사성어는 요즘을 비유하기에 딱 좋은 말이 아닐 수 없다. 코로나19 때문에 예술인들의 생계가 달린 공연 및 예술행사들이 기약없는 '취소' 행렬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예총이 18일 발표한 '코로나19 관련 예술계 영향 보고서'에는 예술인 10명 중 9명이 전년 대비 수입이 줄어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1~4월 사이 취소·연기된 예술행사는 2천500여 건이며 피해금액은 약 523억5천511만 원이었다.

예술인들의 근황을 살펴보면 다들 한마디로 '죽을 맛'이라고 표현한다.

이에 현장 예술인 및 단체의 피해에 따른 생활·운영자금 지원 등 긴급 조치, 문화예술발전과 국민 문화향유권 확대를 위해 법적기반을 갖춘 종합예술단체 설립을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충북문화재단에서 지원하는 문화예술인지원사업은 그나마 한줄기 빛이라 할 수 있다. 총 17개 지원사업에 대한 지원금이 25억에 달하기 때문에 지역예술인들에게는 단비가 아닐 수 없다.

지난 1월 공모를 시작한 이 사업은 최근 지원자 선정 발표까지 숨가뿐 시간을 달려왔다. 지난해와 다르게 지원사업구조가 재설계 돼 활동주기에 따른 지원자격을 체계화 하겠다는 취지도 밝혔다. 그러나 장르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 라인이 없었으며 이에 예술인들 또한 어느 장르에 지원해야 할지 혼선을 빚었다. 다만 이는 시스템 변경에 따른 시행착오로 더 좋은 방향으로 개선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심사때마다 불거지는 공정성 논란은 해법을 찾기가 정말 어려운 과제이다. 선정된 사람은 재단에 고마운 마음을 가질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불만을 품고 속상해 하는 일은 매년 되풀이 된다. 그러나 올해는 특히 심의위원 선정과 심의 결과에 따른 불만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재단에서는 전문가 인력풀을 구성해 놓고 그중 심의위원을 선별해 3배수 중 추첨 프로그램을 통해 결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각 전문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았다는 점에서 지원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재단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장르의 예술인들이든 선정 결과에 수긍할 수 있도록 덕망있는 그 분야에 최고 전문가들을 심의위원 인력풀로 구성해야 할 것이다.

또한 재단 담당직원들도 수많은 신청서류들을 걸러낼 수 있는 눈을 키워야 한다. 외부 심의위원의 경우, 충북의 사정을 잘 모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재단 자체에서 부실 단체들을 거를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단체가 실시하는 공연, 전시를 직접 찾아 다니며 예술인들의 역량 체크도 필수로 해야 한다.

또한 매년 그렇겠지만 예술인들의 불만과 건의사항을 정리해 다음해에 반영해야 한다. 물론 재단에서는 더 많은 예술인들에게 폭 넓은 혜택을 주기 위해 밤 늦게까지, 또는 밤을 새워가며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매년 반복되는 이러한 공정성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재단에서도 일을 수월하게 할 수 있고 예술인들 또한 만족하는 투명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이지효 문화부장.
이지효 문화부장

이러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재단 내부의 소통과 담당직원에 대한 격려가 필요하다. 예술인들 또한 창작지원을 위해 애쓰는 재단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이런 것들이 더해질 때 우리는 이 사업을 통해 분명 더 발전하는 충북예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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