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오나교 강경고 학부모·수리재 대표

시골에서 펜션이랑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가 하는 사업도 코로나19 영향으로 매출이 많이 줄었다. 얼마 전부터는 카페를 임시로 닫고 펜션 손님이 있는 날에만 열어둔다.

처음에는 핑계 김에 쉴 수 있어서 좋았다. 시골이어도 십여 가지 차와 간식 재료를 조금씩이라도 준비해놓아야 하고 일찍 일어나 난방을 신경 쓰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꼼짝 않고 지키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직장이나 다를 바 없다. 시골에서 하는 자영업이지만 매어 있기는 한가지다. 그래서 일상 탈출을 시도하고 보니 그렇게 자유롭고 한갓질 수가 없었다. 한 1주일간 가보고 싶었던 다른 카페에도 가보고 군침 넘어갈 듯 맛있어 보여 찜해둔 빵집 치아바타도 맛볼 수 있었다. 그렇게 신나게 자유를 즐겼다.

그런데 그 한가함이라는 것이 일주일이면 족한(?) 걸까, 아침에 카페에 내려가 차를 한잔하려는데 피부로 느껴지는 썰렁함과 가슴 속에서부터 전해오는 서늘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서글펐다. 며칠 사람 온기를 주지 않았을 뿐인데 카페가 살아있는 느낌이 아니었다.

사업하는 분들이 요즘 본인의 매장이나 사업장을 보면 기분이 어떨까. 무게의 차이가 있겠지만 비슷한 서글픔이 있지 않을까 싶다. 어려운 시기에 있는 우리, 서로 토닥토닥하고 기운 차렸으면 좋겠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서,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과 집안에만 있게 되는 가정이 많아진다. 코로나 와중에도 서서히 펜션 문의가 들어온다. 그럴 때마다 조심스럽게 그리고 미안한 마음을 담아서 묻는다.

오나교 강경고 학부모·수리재 대표
오나교 강경고 학부모·수리재 대표

"저…, 어느 지역에서 오시는지요. 죄송하지만 대구 경북 지역이면 조금 보류를 부탁드립니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여럿 만나게 되는 곳이라서 양해 말씀을 드려요"라고. 다행히도 그쪽 지역 분들은 배려를 많이 하고 있었다. 그쪽 분들은 펜션을 문의해 오지 않았다. 아니, 다행이라는 말씀이 송구스럽다. 얼마나 서글프고 답답할지 짐작을 해본다. 특히나 더 힘내시기를 기원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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