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집단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가 종교시설, 실내 체육시설과 유흥시설에 대해 앞으로 보름동안 운영 중단을 권고한 가운데 도내 다중이용시설 등이 휴장하거나 방역을 위해 출입문을 폐쇄하고 방문 자제를 요청하는 등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독려하고 있다. / 김용수

코로나19 확산세가 둔화되고는 있지만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아 방역에 대한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지역내 소규모 집단감염이 끊이지 않음에 따라 여전히 방역 최일선인 개인위생 수칙만으로는 불안감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확산 두달을 넘긴 국내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에서 초강수를 내놓았다. 앞으로 2주간 전국의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운영 중지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집단감염 위험이 큰 종교시설과 실내체육시설, 유흥시설 등이 그 대상인데 그동안 거듭된 권고에도 아랑곳 않던 일부 시설들 때문에 수위가 높아진 것이다.

이와 관련 정부의 행정명령 등 법적조치를 강조한 정세균 국무총리가 23일 특정 교회를 언급할 정도로 이번 대책에서 가장 주목되는 곳은 종교시설이다. 종파를 넘어 대다수 종교단체가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활동을 중단했음에도 일부에서는 방역지침을 무시한 채 현장집회를 고집하고 있다. 지난 주말 충청권에서만 2천곳이 넘는 교회가 현장예배를 강행했다. 전체 교회의 1/3이 넘을 정도로 적지 않은 규모다. 이들 교회는 나름대로 마스크 착용과 발열점검, 띄어앉기 등의 예방활동을 펼쳤다지만 이들에 대한 시선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종교의 자유가 헌법으로 보장된 대한민국에서 개인적인 신앙을 막을 수는 없다. 감염병 창궐 등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종교인이라면 믿음에 더 기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개인적 믿음과 활동도 공동체 전체의 안위를 위협해서는 안된다. 종교인의 신앙과 활동은 사회적 공감 범위내에서 이뤄져야 그 가치를 존중받고 존재를 인정받게 된다. 정부의 행정명령이 아니더라도 모두가 함께 사는 공동체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절제와 양보의 미덕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종교가 눈치와 손가락질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될 일 아닌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이번 조치는 그렇지 않아도 계속된 외부활동 제한으로 인해 답답해하는 이들로서는 큰 곤욕이 아닐 수 없다. 소비경제 압박 가중 등 그만큼 부담이 큰 조치지만 지지부진한 코로나19 방역 상황을 감안하면 국민 모두 감수해야만 할 일이다. 중동과 유럽을 넘어 미주(美洲)로 확산되는 등 팬데믹의 위세가 더해지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역유입 노출 강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감염병의 공세가 나라 안팎으로 동시에 터진다면 지금 어렵게 버티고 있는 국내 방역전선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공동체, 즉 우리 모두의 생존이 달려있다는 얘기다.

실제 최근 국내 확진자 발생의 15% 가량이 외국에서 유입된 경우다. 더구나 얼마전 대전에서 발생한 공항입국 의심환자의 무방비 귀가 사례처럼 입국 검역만 믿고 있기에는 위험성이 너무 크다. 조만간 해외유입 차단이 방역의 최우선 과제가 될 날도 머지않은 듯 싶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온 사회가 얼어붙어은 채로 사태 종식만을 기다릴 수도 없다. 당장 4월초로 밀린 각급 학교의 개학이 기다리고 있다. 시장 숨통이 트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고통과 불편은 참아야 한다. 온 국민의 적극적 동참만이 그 때를 앞당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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