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조진희 충북연구원 연구위원

미국, 중국, 일본 등 세계적 산업기술 강국들이 고성능 방사광가속기 확보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방사광가속기를 통해 바이러스의 DNA 구조를 분석해 신약을 개발하고, 초정밀 반도체 설계 및 정밀소재기술과 같은 새로운 초정밀 산업기술 영역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신소재 개발과 전해질 내 전자의 이동효율 등 이차전지 및 수소연료전지와 같은 에너지 연구 분야에서도 중요한 과학장치로 평가된다. 꿈의 신소재 라 불리는 그래핀과 같은 혁신적 신소재개발 연구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방사광가속기는 X-ray검사처럼 짧은 파장의 빛을 활용해 물질의 성질을 결정하는 분자 또는 원자와 같은 초미세 크기의 상태를 아주 짧은 시간 간격으로 관찰하기 위한 과학장치다.

우리나라 역시 방사광가속기 경쟁에 뛰어들었다. 현재 포항에서 2대의 방사광가속기가 가동되나, 증가하는 초미세 영역의 연구 및 산업수요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한 정부에서는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로 국가 소재·부품산업의 자주성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확인되면서 '산업지원 다목적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에 구축되는 차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초미세 과학기술을 활용해 세계 수준의 산업 기초체력을 확보함으로써 Global First Mover 위상을 선점 한다'는 국가과학기술정책의 핵심사업이다. 우리나라 과학기술 및 산업 측면의 중요성이 큰 과학시설인만큼, 차세대 방사광가속기의 입지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정부는 차세대 방사광가속기의 지역 입지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첫째, 안정적 지반, 둘째, 과학 및 산업 분야 사용자의 편의를 고려한 접근성, 셋째, 방사광가속기 활용으로 융합연구가 가능한 지역, 넷째, 방사광가속기 연구성과의 국가전략산업 확산 유망지역, 그리고 다섯째는 과학자들이 머무르기에 우수한 정주환경이 마련된 곳이다.

이러한 기준을 고려할 때, 충북은 단연 최고의 입지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된다.

충북(청주)은 단단한 화강암 암반과 가장 안정적인 단층의 지질구조의 지역이다. 또한, 국토 중심에 위치해 경부산업축(서울~부산)과 강호산업축(강원~호남)의 분기가 되는 KTX오송역이 위치하고, 전국 2시간 내 접근 가능한 고속도로, 아시아권 주요 국가와 연결되는 청주국제공항이 위치해 해외 및 전국으로부터의 접근성이 우수하다.

게다가 우리나라 기초과학연구의 중심인 대덕연구단지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대전 둔곡, 신동) 그리고 연구성과의 사업화 역할을 담당하는 기능지구(청주, 세종, 천안)가 인접해 있다. 이 지역은 기초과학연구원 등 50여개 정부출연 연구소, 세계적 과학기술 대학인 KAIST, 기업 기술연구소 등 첨단R&D 및 신산업화가 전국에서 가장 활발하고, 국가전략산업 분야인 반도체(화성, 이천, 천안, 청주), 바이오헬스(원주, 오송, 대전, 광주), 배터리(인천, 용인, 천안, 청주) 산업거점의 중심에 위치해있어 방사광가속기 연구성과를 활용해 국가전략산업분야의 산업화로 확산시켜나갈 수 있는 여건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역이다.

또한 자동차부품소재산업은 서산, 당진, 청주, 진천, 음성, 충주, 원주에 이르는 산업벨트가 형성되어 있어 청주는 이들 지역을 가장 효과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산업적 요충지이다. 게다가 예비타당성검토 면제 대상사업으로 선정된 7개의 신규 국가산업단지 중 4개 국가산업단지(청주, 충주, 세종, 논산)가 충청권에 위치하고 있어 향후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한 연구성과의 산업화 확산가능성 측면에서 최적의 지역이다.

그리고 충북(청주)의 예정지는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오창 신도시, 15분 거리에 오송 신도시 그리고 84만명이 거주하는 성장형 도시인 청주시의 도심이 인근에 위치해 세계 수준의 과학자들이 머물며 연구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정주환경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충북(청주)은 산업지원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라는 전략적 활용 목적에 부합하는 부지환경, 수요자 접근성, 산업 확산성 그리고 과학자 정주환경 측면에서 매우 우수한 환경으로 방사광가속기 성과가 전국으로 공유될 수 있는 최적의 입지대안이다.

조진희 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조진희 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력이 감소세를 보인다는 점에서, 방사광 가속기 입지 결정은 철저하게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한 혁신성장 달성이라는 가치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선정돼야 한다. 과거 많은 과학기술 인프라의 입지선정에서 정치적 고려에 따른 결정이 얼마나 심각한 산업적 비효율성을 잉태해왔음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이번만큼은 정치적 고려에 의한 입지선정은 철저하게 배제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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