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충북문화재단 제공

코로나19로 사회 전 분야가 얼어붙으면서 생존을 걱정해야 할 대상이 늘어나고 있다. 이중에는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허둥대는 이들도 있고, 그렇지 않아도 어려움에 허덕이다가 아예 나락으로 떨어진 이들도 있다. 고단한 삶 속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과 희망을 주고, 더 나은 삶을 향한 에너지를 불어넣는 문화예술도 이 범주에 든다. 생활의 무게에 구애받지 않고 문화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되는 현실에서 사회적 마비의 파장은 사뭇 심각하다. 이런 까닭에 충북문화재단 지원사업 심사에 대한 논란은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

최근 한 예술인단체의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수입이 급감하는 등 피해를 본 이들이 10명중 9명에 이른다고 한다. 거의 모든 문화예술인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예술인들의 활동을 돕는 충북문화재단의 문화예술인지원사업은 가뭄의 단비일 것이다. 규모도 적지않아 17개 사업에 총 25억원에 이른다니 지역 문화예술계로서는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중차대한 사업의 심사가 공정하지 않았으며 진행과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게 논란의 핵심이다. 그런 이유로 여러 말이 나오고, 탈이 뒤따르는 것이다.

아직도 분야별 심사가 마무리되지 않았음에도 벌써부터 재심의 요청이 얘기되고, 사업비를 반납하겠다는 선정자까지 나오는 등 심사논란의 파장은 상당하다. 더구나 문제점을 주장하는 이들의 지적 대부분이 일리가 있다. 장르별 전문가 배분이 제대로 되지않아 심사의 전문성이 떨어졌다거나, 사업성격에 맞게 심사방식도 달리 적용해야 했다는 것 등이 그렇다. 어떤 분야는 형평성을 강조하다 보니 심사라는 과정이 무색해진 경우도 있다. 여기에 음악분야에서 평가결과가 사전에 유출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심사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지기까지 했다.

이번 문화예술인지원사업 심사가 도마위에 오른 가장 큰 까닭은 사업구조 재설계에 있다. 고른 분배와 형평성에 방점을 찍고, 예술인 활동주기에 따라 지원자격을 체계화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사업구조의 틀을 바꾸는 첫 단계다보니 검토가 미비했거나, 시행착오가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취지와 달리 이같은 시도와 현장의 눈높이간에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신청자들은 사업규모와 성격에 맞는 심사방식 도입과 지역을 이해하는 전문가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사업구조를 바꿨으면 이에대한 정확한 기준을 제시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제점으로 거론된 것들을 보면 사업구조 재설계가 너무 앞서갔다는 느낌이다. 실상을 보다 면밀하게 살펴 현실적인 문제를 먼저 손봤어야 한다. 신뢰를 쌓아야 할 판에 의심만 더 산 꼴이다. 특정 심사위원이 속했던 단체가 최고 평가를 받아서는 심사위원 자질 논란을 피할 수 없다. 그나마 일선의 불만과 건의를 내년에는 적극 반영하겠다는 재단의 해명에 기대를 걸어본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으니 일단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사업구조 재설계의 결론은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이어야 한다. 얻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먼저 갈 길을 닦아야 한다.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지 듯 지원사업의 길이 더 단단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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