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통시장을 포함한 우리 농축산물 오프라인 유통이 중단 위기에 처했다. 유통기능의 마비와 농축산물 소비 급감으로 산지 폐기 물량도 발생하는 등 농축산업업인과 유통관련 종사자 등 모두에게 도미노처럼 그 혼란이 커지는 모습이다.

정부와 농협 등 농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전국 각지에서 오프라인 유통매장의 휴업이 속출하며 농산물 유통 자체가 마비될 위기에 쳐했다. 특히 전국 유명 전통시장과 농축산물 도매시장 마저 코로나 사태로 자체 휴장에 들어가면서, 저장성이 떨어져 단기간에 소비가 이뤄져야 하는 엽채류 농가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확진자가 많은 대구·경북 지역의 주요 전통시장은 이미 휴장에 들어갔고 전국 최대 규모의 5일장인 성남의 모란 민속5일장 역시 지난주부터 휴장을 선언해 시민들의 발길이 끊어졌다. 이들 전통시장과 농협의 공판장 등 도매시장은 소량의 엽채류와 로컬푸드 및 과일 등의 판매가 주로 이뤄지는 공간이다. 이와 같은 주요 출하처가 휴장하게 되면 산지에서 팔 곳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품목 특성상 일반 소비자와 직거래도 지금과 같은 국가적 재난상태에서는 여의치 않다. 대형마트나 로컬푸드직매장도 속속 문을 닫는 곳이 늘어나며 출하 농축산업인들의 시름도 따라 커지고 있다.

특히 농축산물 도매시장의 경우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질시 일반 소매처 휴장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의 큰 피해가 예상되고 유통인·농업인·구매자 등 다수의 사람이 모이기에 바이러스가 퍼질 가능성 역시 매우 크다. 따라서 여지껏 오프라인 유통망에 기대어 왔던 기존의 유통과정에도 4차 산업혁명과 같은 변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런 여파로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직원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소비 트렌드(유통)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대되면서 비대면 '언택트(Untact)' 서비스를 지향하는 경향이 자리를 잡고 있다.

하지만 이런 요구나 트렌드 변화와는 달리 기존 농축산업인들의 농축산물 유통과 판매망은 7·80년대 기존의 방식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반면, 농촌진흥청이 최근 소비자 1,000가구를 대상으로 농축산물 직거래 실태를 조사한 결과, 농산물 구매는 전자상거래 등 직거래를 하는 비율이 70%를 넘었고, 온라인 거래 규모도 2조 5천억 원 이상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농축산물 온라인 거래 규모는 2001년 1,014억 원에 비해 20여년 만에 약25배 가까이 증가되었다.

또한, 소비자들은 대형마트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직거래로 10∼20% 저렴한 가격에 농산물을 구입하고, 농업인은 오프라인 유통업체에 여러 단계를 거쳐 판매하는 것보다 온라인 직거래를 통해 공급할 경우 최대 40%의 소득을 더 올릴 수 있다고 조사되었다.

21세기 우리는 사스, 메르스에 있어 코로나 19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인류의 영속과 농업인들이 피땀흘려 키운 농축산물을 제때, 그리고 합당한 가격에 공급되어야만 우리들은 바이러스 등에 대한 면역력 또한 키울 수 있는 등 상생이 가능할 것이다.

그럼 우리 농업인들에게는 유통혁신과 농축산물 제값받기를 위해 어떤 교육이 병행되어야 할까? 농협(경제지주) 등 관련 기관들은 전자상거래 확대를 위해 기존의 고령 농업인뿐만 아니라 귀농인, 청년 농부 등을 중심으로 농축산물 마케팅 교육과 4차산업 시대에 맞는 유튜브 교육은 물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농업인이 70만명 정도로 전체 농업인의 65%에 육박해 이들의 스마트폰을 통한 농축산물 홍보와 마케팅교육에도 힘을 쏟고 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혁신이 상당히 어렵다고 생각하는 편견이 있지만 혁신은 다양한 모습으로 쉽게 다가올 수 있다. 현재 우리가 보는 일상의 혁신을 떠올려보자. 콕뱅크, 올원뱅크, 카카오 뱅크 및 K뱅크 등으로 사람이 개입되지 않는(Unmanned) 시스템으로 진화 중이며, 우버, 풀러스와 에어비엔비 종류의 P2P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다. 또 자율주행, 무인자동차의 새로운 형태가 등장하고 온오프가 믹스된 새로운 쇼핑서비스인 옴니채널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도매시장 등 오프라인 농축산물 거래망과 더불어 농축산물 사이버거래소 등 생산자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농축산물 전자거래를 활성화하는 것도 유통비용을 절감 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여겨진다. 다만 유통비용만을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거나 원산지 위반 및 속박기 등으로 신뢰 또한 잃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런 농축산물 유통혁신을 구현하기 위해 과학적인 수급조절 체계구축과 시스템을 구축해 파종에서 수확까지 전 단계를 AI화 하고 소매유통은 소비자들이 믿고 먹을 수 있는 온라인 전용 언택트 농축산물 전용 쇼핑몰을 미래산업으로 키워 기존의 유통체계를 타파하는 유통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전면 개혁의 노력이 따라야 할 것이다.

농협도 유통구조 개혁을 위한 T/F를 구동함은 물론 가칭 '올바른 유통위원회'를 구성 운영해 최고의 품질로 수요에 적절한 수량을 생산하고 시장 트렌드에 부합하는 유통체계를 구축·운영해 원활한 농축산물 수급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기존 소매시장과 농축산 도매시장 중심의 매출을 확대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유통사들이 각자의 온라인 사업부문을 신설하고 물류시스템 투자를 확대하는 등 온라인 사업 역량의 강화를 시도함은 물론 유통 단계를 통폐합하고 소형 물류거점을 매각해 지역별 유통거점시설을 규모화 구축해 경영 효율화를 추진하는 것도 비용감소를 위한 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농축산물 유통의 온라인거래 확대는 유통의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현재의 바이러스 패닉상황에서의 P2C(생산자와 소비자간 거래)오 물가 및 고용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농축산물의 온라인거래 확대는 물가 측면에서는 가격 투명성 및 기업 간 경쟁 확대 등을 통해 하방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향후 모든 분야의 유통 디지털 혁신이 가속화되면서 가공품과 농축산물을 차지하고라도 온라인 중심의 가계소비 행태는 더욱 심화할 것이다.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지금은 비단 코로나 19등 재난상태로 언택트, 농축산물 소비가 일시적으로 늘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앞으로 농축산물 유통구조가 어떤길로 나아가야 할지? 혁신해야 할지?를 미리 알려주는 한 계기가 되었다는 생각이 필자의 뇌리에 스쳐지나간다. 현재의 재난상황은 분명 '이 또한 지나 가겠지만' 우리 농업계의 미래를 위한 유통구조 개혁은 이 기회를 혁신성장의 발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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