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이태동 음성 용천초 교사

동물들은 먹이 사냥과 종족 보존을 위해 무리 지어 살아간다. 그 중에서 악어와 악어새, 개미와 진딧물, 벌(bee), 철새들의 이동시 자리 교대, 얼룩말의 새끼 보호를 위한 어미들의 뒷발 차기, 황제펭귄의 영하 50~60도 혹한 속에서 동료들과 자리 바꾸는 경우는 협동의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영국의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는 일찍이 "모든 생물체는 자손을 남기려는 이기적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봤다. 물고기들은 생존하기 위해 무리지어 안전을 담보로 번식하고, 옆줄의 미세한 물결 감지 능력은 적이 나타났을 때 그들이 동시에 물속에서 파장을 일으켜 달아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사람들도 나름대로 질서를 가지고 산다. 작은 마을을 이루고 사회를 건설하며 제도와 관습으로 안전과 행복을 꿈꾼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어떤 일을 할까?"를 고민하거나 "어떤 일은 하지 말아야지"를 선택한다.

사르트르에 따르면 삶은 "B와 D사이의 C라고 하지 않았던가(Birth, Death, Choice). 내가 현재 하고 있는 일이 다수를 위한 일인지 소수를 위한 일인지, 내가 선택한 일이 공정한 일인지 불공정한 일인지, 이익이 발생하는지 손해를 입는지, 다른 사람들을 고통에 빠뜨리게 하는 일인지 수월하게 하는 일인지, 효율적인지 비효율적인지, 가치 있는 일인지 무가치한 일인지, 남을 존중하는 일인지 무시하는 일인지, 그 판단과 기준은 개인이나 단체, 조직이 정한 목표나 목적만큼 다양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의외로 프로젝트나 업무 수행과정에서 드러나는 한계, 예상치 못한 주변 환경이 더욱 판단과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그것이 일의 성패를 좌우하곤 한다.

때때로 같은 위치, 같은 역할, 비슷한 상황에서 업무나 프로젝트의 결과와 과정이 달라지니까 말이다. 심지어 환경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도 사람들의 태도나 열정, 기대 수준이 긍정적으로 달라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상과 사물, 이를 관찰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 경험, 안목, 그리고 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한 이해나 간절하고도 순수한 '기도' 같은 그 무엇인가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것은 아마도 기저에 사람들 사이에 흐르는 관계나 호감, 그리고 공감 같은 것이 더 크게 작용하지 않을까 여겨진다. 주민이 겨우 52가구에 87명, 평균 연령 77세의 어느 경상도 작은 마을에 50대 후반 이장(里長)이 있었다. 그는 평소 마을 일을 처리하며 마을 사람들이 나이들어 점차 활력을 잃어가고 이웃 간에 정(情)도 식어가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움에 새로운 발상을 하게 된다. 낮에는 아내와 힘든 농사일을 하고, 밤에는 마을 회관으로 달려가 '마을 라디오 방송'일에 집요한 관심을 보인다.

그 마을에는 하루하루 거동조차 하기 힘든 사람들, 가정사로 깊은 우울감에 시달리는 사람들, 농사일로 지쳐 도저히 다른 일에 눈 돌릴 틈이 없는 사람들, 그런 현실적 벽 앞에서도 마을 사람들을 넓은 마을 공터로 이끌어낸다. 불과 1㎞ 이내에서만 들을 수 있는 작은 라디오 방송이지만 누구나 자유롭게 다가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은 가슴 속에 담아 둔 자신들의 사연, 집안의 경사,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사건, 사고, 심경)까지 스케치하며 슬픔과 기쁨을 함께 나눈다. 잔잔한 이웃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자유로운 의견 교환이 가능하고 그런 마을의 변화와 감동은 유튜브를 통해 외국까지 전해져 행복지수가 높은 마을로 알려졌다.

이제 곧 개학을 앞두고 있다. 일상으로 돌아가 평범하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다시금 생각케 한다. 그 동안 코로나19 사태로 집안에서 숨죽여 지냈을 학생들, 그들의 마음을 달래주려면 이번 기회에 나도 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영상자료 하나쯤은 만들어볼까 한다.

이태동 음성 용천초 교사

그들의 손에 의해 기획된 '건강한 개인', '안전한 사회'가 주는 선물 같은 두 마리 토끼를 꿈꾼다.

그런데 나는 학습이라는 명목으로 예전처럼 조급해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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