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실직여부 상관없이 중위소득만 적용
실질적 효과 위해선 '선택과 집중' 필요

[중부매일 박재원 기자] 충북도에서 구상한 '충북형 긴급재난생활비'을 놓고 일선 복지현장에선 전형적인 '퍼주기식' 지원이라는 평가가 일고 있다.

코로나19 비상사태에 대놓고 선심성 지원을 한다지만, 체감 효과를 얻기 위해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도에서 일선 시·군에 전달한 긴급재난생활비 지원 기준을 보면 지급대상은 중위소득 100% 이하인 가구다.

중위소득 100%는 ▶1인 가구 175만원 ▶2인 가구 299만원 ▶3인 가구 387만원 ▶4인 가구 475만원 ▶5인 가구 562만원 ▶6인 가구 650만원이다.

이 기준에 속하는 가정에는 가구원수별로 ▶1~2인 40만원 ▶3~4인 50만원 ▶5인 이상 60만원을 지급한다.

사업비는 도에서 50%, 각 시·군에서 나머지 50%를 부담하기로 했다.

청주시는 이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지역 약 15만 가구가 혜택을 볼 예정이고, 사업비는 약 683억원(도비 포함)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시는 순세계잉여금과 예비비에서 사업비를 조달해 오는 30·31일 의회 승인 절차를 거친다.

도에서 아직 구체적인 세부 계획 등을 일선 시·군에 전달하지는 않았으나, 현재 지원 기준 액면 그대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

충북형 긴급재난생활비 지급 기준은 단순 중위소득만 따질 뿐 개인자산은 산정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1인 가구원이 수억원대 부동산을 보유하고, 이와 비슷한 수준의 예금 보유하더라도 월 175만원 이하로 급여를 받으면 긴급재난생활비를 받을 수 있다.

같은 중위소득 기준에 해당하더라도 현재 급여를 받는 근로자와 그렇지 않은 실직자를 구분하지 않은 점도 문제다.

코로나 사태로 일자리를 잃은 비정규직 근로자의 현실적 상황은 감안하지 않고 같은 중위소득 기준에 속하면 취업자든, 실업자든 상관없이 동일하게 생활비를 지급한다.

중위소득 1만~2만원 차이로 생활비를 받지 못하는 차상위계층은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도 과제다.

현재 기준대로라면 중위소득 100% 이하에 속하지 않으면 생활비를 받지 못해 몇만원 차이로 수혜대상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나올 수 있다.

질보다 양으로 승부하려는 포퓰리즘성 지원금이 실질적인 효과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최고 5인 이상 가정에 60만원을 1회에 한해 지급한다고 하는데 이 돈이 민생고를 해결할 단비로 작용할지는 따져봐야 한다.

오히려 지급 대상 축소로 한 가정에 최소 100만원 이상씩을 지급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재난생활비 지급에 신호탄을 쏜 전북 전주시는 이 같은 여러 가지 문제점이 예상되자 지급 기준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애초 기준중위소득 80% 이하 비정규직 근로자와 실직자 등에게 지급하려 했으나 각종 부작용이 우려되자 구체적인 세부기준 마련 작업을 하고 있다.

전주시 관계자는 "지난 16일 전주형 재난기본소득 지원을 발표했으나 수정할 부분이 있어 지급 기준을 변경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세부 기준은 오는 27일께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돈은 돈대로 쓰고, 효과는 크게 없는 퍼주기식 복지보단 실질적 효과를 볼 수 있는 충북형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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