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상점가 매출 70~80% 감소… IMF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

청주 도심상가에서 25년 동안 근무하고 있는 조선자 점장이
청주 도심상가에서 25년 동안 근무하고 있는 조선자 점장이 "경영 위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폐업하는 점포가 증가하고 있다"며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전하고 있다. / 김용수

[중부매일 이완종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지역 경제·사회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경제계는 매출감소와 공장 가동률 하락으로 일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상황은 폐업을 고려할 정도여서 정부가 긴급구조 정책에 나섰지만 현장에서는 아직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지역 소매업계의 사정을 알아보기 위해 조선자 빈폴 청주 성안점장을 만나 지역 소매업계의 애환을 들어봤다. /편집자
 
 
 
충북도의 지난 8일 발표에 따르면 도내 기업체와 소상공인, 관광업계 피해가 1천49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특별자금 지원을 발표했지만, 매출하락으로 인한 휴업 및 폐점, 실업자 대량 발생, 경기 침체 가속화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영배 청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골목상권, 전통시장의 침체가 심각한 상황이고, 중소기업은 원자재 수입 중단으로 가동률이 급감하면서 자금난에 허덕이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어 "국제경제 상황도 녹록하지 않아 지역사회는 이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지방정부는 정부가 편성중인 추가경정예산이 반영될 때를 기다리지 말고 예산을 먼저 집행한 후 나중에 정부 지원 자금으로 지방재정을 보전할 필요가 있다"며 시기성을 강조했다.
 

청주 도심상가에서 25년 동안 근무하고 있는 조선자 점장이 매장에서 의류 상품을 정리하고 있다. / 김용수
청주 도심상가에서 25년 동안 근무하고 있는 조선자 점장이 매장에서 의류 상품을 정리하고 있다. / 김용수

아울러 ▶시·군별 코로나19 경제전담반 구성해 피해현황과 애로사항 접수, 대응책 마련 ▶소상공인 자구책 및 안전한 소비생활 홍보 ▶착한 건물주 운동 현황 조사해 확대방안 추진 ▶지역 화폐 할인율 확대 및 조기 집행 추진 ▶안전식당 조성위한 지방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 ▶관공서 구내식당 주 2~3회 휴무 ▶일자리 창출 예산 적극 집행 등을 지자체에 제안했다.
 
이처럼 정부와 지자체가 대응에 나섰고, 대안 마련을 촉구하는 학계와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지만 실물경제현장의 어려움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올해로 의류판매 경력 25년차 베테랑인 조선자 빈폴 청주 성안점장은 25일 "지난 1995년 평사원으로 의류판매직을 시작해 그동안 1997년 IMF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를 겪었지만 올해 코로나19 상황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청주에서 줄곧 삼성그룹의 의류 브랜드를 취급한 조 점장은 "상인들의 '어렵다'는 하소연이 일각에서는 '엄살'이니 '언제는 어렵지 않았던 때가 있었느냐'는 등으로 호도된 경우가 많았지만 그동안 롯데 영플라자와 가두점 점장을 지내면서 실제로 올해가 가장 심각한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이대로 가면 지역 소비시장 침체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소상공인의 어려움에 좀 더 귀를 기울이고, 당국의 유연한 대책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청주 도심상가에서 25년 동안 근무하고 있는 조선자 점장이 매장에서 의류 상품을 정리하고 있다. / 김용수
청주 도심상가에서 25년 동안 근무하고 있는 조선자 점장이 매장에서 의류 상품을 정리하고 있다. / 김용수

▶최근 청주지역 가두점포 상황은 어떤가.

-의류판매업, 외식업 등 대부분 자영업자이거나 소규모 점포의 경우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70~80% 감소했다. 이전 매출이 월 100만원이었다면 현재는 20만~30만원 수준인 셈이다. 유동인구가 줄어 주말에도 거리가 한산하다. 문을 열어봤자 입점 고객이 없어 상당수 점포들이 전기료나마 아끼지 위해 영업시간을 일평균 3~4시간 줄인 상태다. 저희 점포의 경우 어제는 수선(애프터서비스)을 원하시는 고객 한 분만 방문해 매출은 0원이었다. 주변에 이런 점포들이 많다. 상당수 상인들이 IMF·금융위기 때보다 더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으로 휴업이나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영업하기 위해 점포 문을 열수록 손해규모가 커지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점포 공실률이 증가추세다. 청주 중심가 상권의 경우 전체 점포 1470개 중 330개(22.5%)가 비어있다.

▶청주만의 상황은 아닐 것 같은데.

-그렇다. 청주와 가까운 대전의 대표적 가두상권인 은행동은 지난달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한 것으로 확인돼 유동인구가 평소 대비 10분의 1로 줄었다고 한다. 이로 인해 매출은 1월에 비해 최소 50%, 많게는 70%까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도 최소 50% 역신장을 기록했다는 소식이다. 충주 성서동 역시 2월 중순 이후 코로나19 여파로 유동인구가 전달 대비 10분의 1수준으로 줄었고 매장평균 매출도 덩달아 10분의 1로 줄었다. 매출과 고객의 동시 감소로 임시휴업을 하는 가게들이 늘어났고 40%만 영업을 전개 중이라고 한다.
 
▶임차 상인들을 위한 임대료 인하 운동이 확산중인데.

-정부의 착한 임대료 방침에 따라 건물주 중에는 한 달 임대료를 받지 않거나 10~50% 깎아 주는 사례가 이곳에서도 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자구책도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도 인건비 지원 대책을 세워줬으면 좋겠다. 매출 감소 상황이 조만간 개선될 기미는 없어 보인다. 결국 점포당 1~2명 있는 직원을 줄이고 점주 혼자 영업하는 사례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 퇴직한 직원들로 인해 실업률은 증가하고 이들에게 지원되는 실업급여도 늘어날 것이다. 차라리 정부가 현재의 직원들을 유지하는 소상인들에게 일정부분 인건비를 지원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언론에서도 보도했듯 소상공인의 운영자금 지원을 위한 신용보증기금의 이용 절차가 매우 번거롭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지원의 타이밍이 중요하다.
 

청주 도심상가에서 25년 동안 근무하고 있는 조선자 점장이 사람들이 발길이 끊겨 썰렁한 거리에서 코로나19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위해 '파이팅'을 외치며 위기극복을 다짐하고 있다. / 김용수
청주 도심상가에서 25년 동안 근무하고 있는 조선자 점장이 사람들이 발길이 끊겨 썰렁한 거리에서 코로나19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위해 '파이팅'을 외치며 위기극복을 다짐하고 있다. / 김용수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해 지자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지역 상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지자체의 지원만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부터 바꿔주길 바란다. 자영업자들은 생계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일한 만큼 벌면 세금내고 직원 수를 늘려 고용률 향상에 일조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자체적으로 골목방역에 나서고 있다. 우선 지역화폐를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한다. 온누리 상품권은 지폐 형태로 각자가 사용할 수 있는데 반해 청주페이는 전자카드 식을 돼 있어 가족 내에서도 번갈아 사용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 특히 도입 초기에는 구입금액의 10%를 추가로 충전해줬는데 현재는 6%로 혜택을 줄였다. 원래대로 개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용주차장 확보는 필수적이다. 청주시는 트램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구입한 제품을 휴대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귀가하려는 고객은 드물다. 재벌기업이 운영하는 백화점이 왜 주차장을 더 늘리고 있는가. 답은 여기에 있다.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제품을 구입할 고객은 없다. 지자체는 공용주차장을 늘려 운영하고, 각 점포는 고객에게 주차권을 발행해 이용하도록 하면 시 재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외에도 건축규제완화는 지자체가 돈 들이지 않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방안이다. 그린벨트를 풀라는 얘기가 아니다. 노후화되고 공동화가 심각한 도심 상권을 재생하기 위해 여러 건축규제를 한시적이라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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