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24일 비대면 브리핑을 통해 긴급재난생활비 지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충북도 제공<br>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서민가구의 긴급 생계 지원을 위해 충북도가 1천55억원 규모의 '긴급재난생활비'를 편성해 다음 달부터 지원하기로 했다.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이를 설명하면서 "도산, 폐업, 실직 등으로 당장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민의 생활 안정과 지역 경제 회복을 위해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 상황을 그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것인데 '남들을 따라 장에 가는' 수준이 안되려면 준비과정에서 몇가지를 더 깊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긴급재난생활비 지원은 부족하지만 당장 서민 가구의 긴급 생활 구호에 마중물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제도상 허점과 개인 사정으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억울한 사례가 없도록 미리 꼼꼼하고 빈틈없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실제 우리는 주민등록주소와 거주지가 달라 각종 복지혜택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경우를 종종 보았다. 이번 긴급생활비 지원은 통·반장 등을 통한 실제 거주사실 확인만으로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생존차원이라는 도입 취지를 살려야 한다. 앞서의 복지사각이 일부에서 심각한 결과로 이어졌던 만큼 준비과정에서 이를 유념해야 한다.

또 신청자가 한꺼번에 몰리면 마스크 사태처럼 장시간 줄을 서야 하므로 동(洞)에 따라, 혹은 지역에 따라 접수를 구분할 필요가 있고 주민센터 이외 다양한 오프라인 접수 창구를 이용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한다.

이러한 고민이 더해진다고 해도 이 정도의 긴급재난생활비 지원으로는 취약계층이 생활 위기에서 벗어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개개인의 수입과 처지 등을 따지지 않고 모든 주민에게 같은 금액을 주겠다는 경기도의 기본소득 지원 방안은 효과도 떨어지고 재정적 부담을 비롯해 부작용 너무 크다. 이 보다는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서로 역할을 나눠 기초적인 생계 보장과 경제적 활로 모색을 함께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자치단체가 한몸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정부는 앞서 총 100조원 규모의 파격적인 금융시장 안정화 대책를 발표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기업이 도산하는 일을 반드시 막고 경쟁력있는 기업이 일시적 유동성 부족으로 문을 닫는 일이 없도록 자금을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늦었다는 지적이 있을 정도로 당연히 필요한 대책이지만 문제는 당장 서민 등에게는 그림에 떡일 뿐이다. 선순환을 거쳐 경제 하부구조에 영향이 미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어 별도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 분담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를 잘못 추진하면 구멍투성이의 대책이 될 수 있다. 안일하고 미온적으로 일하거나 책임을 미루는 등 행정기관의 복지부동이 없도록 철저한 지휘·관리가 뒤따라야 한다. 말만 전시상황이 아닌 진짜 전쟁이 벌어지고 판에 '나만 편하면 된다'는 이기주의는 반드시 도려내야 한다.

코로나19 여파로 모두가 쓰러지기 직전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미적대지말고 서둘러 돈 보따리를 풀어야 하며, 사각지대 없도록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어느 한곳이 무너지면 모든 것이 도미노처럼 쓰러져 재기 불능 사태가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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