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가 구조 내려와 정비… 생명선이기에 '보고 또 보고'

우경근 정비사가 이륙준비를 마치고 탑승준비를 하고 있다. /신동빈
우경근 정비사가 이륙준비를 마치고 탑승준비를 하고 있다. /신동빈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소방헬기는 가장 위급한 재난현장으로의 출동을 전담하며 시민의 안전을 책임진다. 특히 대형 산불, 응급환자 등 1분 1초를 다투는 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에 충북항공구조구급대 창단 멤버로 대원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우경근 정비사를 만나 그들의 숨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영동군 각호산에서 산악사고 발생' 소방 항공구조구급대에 출동지령이 내려지자 우경근(소방위) 정비사는 급히 격납고로 뛰어나갔다. BK117C-2기종 소방헬기를 00기로 끌어낸 후 이륙 전 이상 유무를 체크했다. 조종사의 OK사인이 나자 우 정비사가 마지막으로 소방헬기에 올라탔다. 그 길로 헬기는 수백키로 떨어진 곳에 있는 요구조자를 찾아 떠났다.

충북항공구조구급대의 경우 (소형기) 장비운용의 한계와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현장출동 시 모든 정비사가 함께 출동한다. 인명구조에 사용하는 호이스트(인양기)를 정비사가 직접 조작해야 하고, 화재진화에 쓰는 물주머니 등을 현장에서 직접 달아 운용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비사의 일과는 1분도 쉴 틈이 없다. 현장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오면 기체 이상 유무를 다시 한 번 점검한다.

출동복귀 후 기체결함 확인하는 우경근 정비사. /신동빈
출동복귀 후 기체결함 확인하는 우경근 정비사. /신동빈

"제가 직접 타는 거니 정말 꼼꼼히 보지 않겠어요?"라는 농담으로 운을 뗀 우 정비사는 "출동과정에서 조종사가 인지한 문제점, 엔진오일 레벨 적정성, 기본적인 누수여부 등을 우선적으로 확인한다"며 "조금의 결함이라도 있으면 탑승자들에게 심각한 위험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사소한 문제 하나 허투루 넘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기본적인 항공기 정비는 비행시간을 기준으로 매뉴얼에 따라 점검하게 된다"며 "30시간 비행 후 정비, 50시간 후 정비, 100시간 후 정비 등이 정비교본에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300시간 이상 비행을 하게 되면 외부 전문정비업체에 보내 정밀점검을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현장업무와 정비업무를 모두 수행하다보니 우 정비사에게는 말 못할 고충이 있다. 참혹한 현장이 트라우마로 남는 것이다.

우 정비사는 "소방헬기의 출동은 그만큼 위급한 상황임을 뜻한다"며 "헬기에 요구조자를 태워 병원으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목격한 장면들이 한참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생생하게 다가온다"고 토로했다.

기계공고, 항공정비과, 공군 부사관 전투기 정비사, 민간항공기정비업체 등을 거치며 기계와만 친했던(?) 우 정비사에게 재난현장에서의 극한 상황은 세월이 흘러도 익숙하지 않은 모습일 수밖에 없다.

우 정비사는 "정비사가 헬기에 같이 탑승하는 것만으로도 조종사, 구조대원 등에게 안정감을 주기 때문에 팀을 위해, 동료와 함께 현장을 찾는 일에는 주저함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04년 소방항공구조구급대 발대 당시부터 현재까지  16년여의 세월을 이곳에서 보낸 우 정비사에게는 마지막 바람이 있다. 임무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소방헬기 추가도입이다.

우 정비사는 "현재 우리 소방항공구조구급대는 헬기가 고장 나면 수리기간 동안은 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고, 또 항공대 내에서 기판을 뜯어내는 세부점검 중 출동지령이 내려오면 출동시간이 지체되기 때문에 그 부분을 항상 염두하고 수리에 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5~10분 내 기체조립을 할 수 있는 간이점검이 주를 이룰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이어 "앞서 설명한 것처럼 돌발 상황에 대비한 수리를 진행하기 때문에 세밀한 점검이 어렵다"며 "아주 사소한 결함을 안고 헬기를 운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현재 상황을 진단했다. 실제 지난해 소방헬기 기체결함으로 6개월간 업체 수리에 들어가면서 항공기 운항을 하지 못했다. 300시간 운행마다 진행되는 외부업체 정밀진단의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륙준비하는 우경근 정비사. /신동빈
이륙준비하는 우경근 정비사. /신동빈

우 정비사는 "100억원 이상의 예산이 드는 소방헬기 구입이 쉽지 않은 것은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현장을 지키는 실무자로서는 꼭 필요한 사업"이라며 "당장은 어렵더라도 5년 후, 10년 후 도입을 목표로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나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소방항공구조구급대의 소방헬기는 ▶인명구조 및 응급환자 이송 ▶화재진압 ▶장기이식환자 및 장기 이송 ▶항공수색 및 구조활동 ▶공중 소방 지휘통제 및 소방인력·장비 등 운반 ▶그 밖의 긴급상황 발생에 따른 운항 등을 주요임무로 운영되고 있다.

충북에서 보유한 BK117C-2는 소형기로 항속거리 685㎞, 체공시간 3시간 30분, 탑승인원 10명(조종2·승객8), 최대속도 276㎞/h 등의 스펙을 보유하고 있다. /신동빈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