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성범 수필가

요즘 우리아이들은 하루빨리 학교를 가고 싶어 한다. 특히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손자를 보면 그 마음을 알 것도 같다. 우리 담임선생님은 어떤 분이실까? 반 친구들은 어떤 친구들일까? 학교에 잘 다닐 수 있을까? 하며 설레임과 두려움으로 꽉 차여 있는 것 같다. 더구나 뜻하지 않은 코로나 바이러스19로 인해 개학이 늦어짐에 따라 궁금증은 더욱 커져 가는 것만 같다.

어쩌면 모처럼 부모님과 자녀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제 이 시간을 우리는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학교에 못 간다고 자녀들의 지적능력을 향상시키지 못한다면 이 또한 가슴아픈 일일 것이다. 이럴 때 일수록 부모님들의 자녀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지도가 요구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자녀가 무엇에 흥미 즉 관심을 가지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찍이 영국의 교육자요, 사회학자인 허버트 스펜서는 아들 스펜서 주니어가 바로 개미공부에서부터 자신의 일생에 영향을 미치게 될 지식여행을 시작했다고 한다. 아들이 개미에 흥미를 갖는 것을 본 스펜서는 자신도 아들의 흥미교실에 가담하기로 했다. 아이들은 한 마리의 개미, 작은 새, 벌떼 혹은 작은 물고기에 잠시간 주의를 집중할 수 있다. 그들에게 20분 동안 한 단락의 명문, 혹은 한편의 시를 암기하도록 만들기는 어렵지만 그들이 반나절 내내 개미한마 리에 몰두하는 데는 아무런 재촉이나 요구가 필요치 않다. 바로 흥미의 힘이다.

개미와 시간을 보낸다고 해서 얼마나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스럽겠지만 관건은 그들을 지도하는 방식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아이로 하여금 그 속에서 새로운 지식, 방법, 그리고 유익한 습관을 얻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첫날, 그들은 그저 개미를 바라만 보았다. 개미들이 어떻게 방 쓰레기를 운반하는 지 어떻게 연락을 위해 더 많은 개미들을 데리고 오는 지를 지켜보았다. 둘째날, 스펜서는 개미에 대한 연구계획을 만들었다. 예를 들면 책에서 개미에 관한 내용을 찾아보고 기록한다 라든가 개미의 생리적 특징과 개미 떼의 생존특징을 파악한다 라고 말이다.

이렇게 목표가 생기자 아들의 흥미는 배가 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재미있어서 시작 했던 일이 연구라는 과정을 통해 더욱 흥미로워 짐으로써 관찰은 여름 내내 계속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연구과정을 통해서 아이는 체계적으로 지식을 습득하는 방법은 물론이고 나아가 목표달성에 필요한 집중력까지 몰라보게 향상되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일련의 결과물이 하나둘 쌓아가면서 스펜서 주니어에게 필연적인 변화가 찾아왔다. 아이는 개미에 이어 물고기, 그 다음에는 새, 그리고 꿀벌 등을 차례로 관찰하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것은 아이가 이 동물들에 관 한 지식 뿐 만 아니라 이들의 군집의 특징까지 발견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스펜서가 보여준 흥미는 아들로 하여금 자신이 인정받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해 주었고 알게 모르게 지적 욕구를 채우는 법도 배우도록 해주었다는 것이다.

그렇다. 흥미는 학습과 지적 욕구의 가장 큰 원동력이다. 이끌고 인도하는 것이 최상의 교육방법이다 와 같은 명언이 시사하듯이 흥미란 사물에 대한 아이의 자발적인 선택이며 인도는 아이의 자발성을 촉진하고 강화시킴으로써 흥미가 오랫동안 그리고 목적을 가지고 지속될 수 있도록 해주는 방법이다.

안타깝게도 많은 부모님들이 자녀들의 이런 쓸데없는 흥미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부모님들은 사회나 학교가 정한 기준에 근거해 아이의 흥미를 연계시키려고만 한다. 하지만 지적욕구측면에서 볼 때 아이의 흥미는 가치있는 것이다. 이러한 흥미를 이용하여 아이로 하여금 지적 욕구를 습관화 하도록 만들어 주어야 한다, 어떤 일에든 흥미를 품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이성범 수필가
이성범 수필가

흥미에 기초한 활동의 가장 큰 장점은 '자발성'이다. 그런데 흥미는 자발성에 기초하지만, 그 자발성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아이의 환경을 효율적으로 조성해주고 이끌어 주는 이는 가정에서는 부모님, 학교에서는 선생님이다. 우리 아이들의 흥미가 아름다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온 구성원이 함께 지혜를 모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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