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곽봉호 옥천군의회 의원

사물을 분별하는 지혜나 자기 신분에 맞는 한도가 분수(分數)다. 실속 없는 자가 유난히 허세를 부리는 경우를 속담에서 '없는 놈이 있는 체, 못난 놈이 잘난 체, 모르면서 아는 체'라고 하며 세 가지 체병이라며 실력이 없는 자가 운 좋게, 또는 높은 사람에게 잘 보여서 분수에 넘치는 지위에 올랐어도 밑천은 들통나게 마련이니 주의하라고 가르친다.

중국 고대 제(齊)나라 때 이야기다. 지금은 없는 우(생황 비슷한 고대 악기)라는 악기가 있었다. 제나라 선왕(宣王)은 이 악기 연주를 좋아했다.

특히 300명의 연주자가 동시에 하는 합주를 좋아해서 즐겨 들었다. 하루는 남곽선생(南郭先生)이라는 이가 왕을 찾아와서 자신도 우를 누구보다도 잘 분다고 말했다. 국왕은 이 말을 믿고 남곽선생을 잘 대접하였다.

그러나 사실 남곽선생은 우를 불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남곽선생은 300명의 악사들 사이에서 우를 부는 시늉만을 하면서 국왕을 잘 속이며 지냈다. 후에 선왕이 죽고 그의 아들 민왕(泯王)이 왕위에 올랐다. 민왕 역시 우 연주 듣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민왕은 합주보다 독주(獨奏)를 좋아했다. 그러자 자신의 연주 실력이 들통날 것을 염려한 남곽선생은 몰래 도망가 버렸다.

'피터의 원리'란 한 위계 조직에서 각 구성원은 자신의 무능력이 드러나는 단계까지 승진하는 경향이 있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1969년 미국의 교육학자로 컬럼비아 대학교수였던 로렌스 피터(Laurence J. Peter)와 작가 레이먼드 헐(Raymond Hull)이 함께 지은 피터의 원리(Peter Principle)에서 다룬 내용이다.

한 조직에서 어떤 사람이 자신에게 부과된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을 잘 처리하면 그에게 조금 더 복잡한 업무가 주어진다. 그가 그 일도 제대로 잘 처리하였을 때 그는 인정을 받고 승진도 하게 된다. 그런 식으로 승진을 거듭하게 되면 언젠가는 자기 능력을 넘어서는 직책을 맡게 되고, 그는 자신이 그 업무를 처리할만한 능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그 직책을 끝까지 고수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남곽선생은 누구이며 피터의 원리가 말하는 인물은 누구일까?

코로나로 인해 나라가 혼란한데도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매우 중요한 선거인 4·15총선은 다가오고 있다.

예전 선거때 일부 지역에서는 당에서 인물을 낙점하면 그 사람의 됨됨이는 물어보지도 않고 거의 몰표로 당선시켜 주었는데 이번 선거에는 사람의 됨됨이를 보고 진짜 능력 있는 사람을 선택해야 할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해 각 지역 자치단체장들의 방역대처와 대책이 천양지차로 판이하게 갈라지는 기현상을 우리들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있다. 어떤 단체장은 지자체가 가질 수 있는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여 강력하게 대응해 나가는 모습에 국민들은 찬사를 보내는가 하면 어떤 단체장은 중앙정부에 손 내밀기가 바쁘게 칭얼대며 뭘 해 달라는 식의 형편없는 단체장도 이번에 눈으로 똑똑히 보았으며 확인을 하였다.

곽봉호 옥천군의회 의원

이번 총선은 이런 어처구니없는 인사들을 선택하지 않기 위해서도 두 눈 부릅뜨고 절대 당심에 흔들리지 않고 잘 판단해서 능력자를 선출하는 것은 우리 국민의 몫이다. 이번에는 결코 당심(黨心)에 자기의 귀중한 주권을 포기하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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