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모임득 수필가

'아야 우지마라…'

분주한 일상 속에서 문득문득 떠오르는 노래 '아야 우지마라…' 그 다음은 무얼까? 제목도 그 다음 가사도 기억이 안 나지만 우지마라고 계속 귓속에 맴돈다.

도대체 왜 이 한 구절이 귓가에 머물까. 뇌 안쪽에서 '반복' 재생버튼을 누른 것처럼 계속해서 노래는 되풀이 된다.

언젠가 모임에서 이 이야기를 꺼냈다. '아야 우지마라…' 노래가 계속 떠올라서 '우지마라' 노래를 검색해서 들어보니 그 노래가 아니었다고.

일행 중 한명이 그 다음 가사는 무엇일거 갔냐고 반문한다. "글쎄요. 배 떠날라… 아닐까요?" 그랬더니 그가 웃으며 얘기해 준다. '보릿고개'란 노래인데 '아야 우지마라, 배 꺼질라…'라고.

그때서야 앓던 이 빠진 듯 속이 후련했다. 노래를 몇 번이고 되돌려 들었다. 그랬더니 귓속에 맴도는 '우지마라…'가 사라졌다.

요즘 대세인 트롯 프로에서 14살 정동원군이 '보릿고개' 노래를 불렀다. 보릿고개 뜻도 모를 것 같은 어린 나이에 어쩜 구슬프게 부르는지 원곡가수이자 심사위원인 진성씨는 노래를 듣는 내내 눈물을 흘렸다. 자신의 어린 시절 배고팠던 서러움을 썼던 노랫말인데 그 시절이 생각날 정도로 감동을 받았다 한다.

보릿고개의 의미를 아느냐고 묻자 정동원군은 "저희 할아버지가 못 먹던 시절에 슬픈 노래라며 단어 뜻 하나하나 해석해 주셨다. 지금 폐암이라 많이 아프신데 TV에 나오는걸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눈물을 보였다. 맑고 순수한 목소리로 구슬프고 애수에 젖은 노래가 잔잔하게 마음을 울린다.

햇보리가 나올 때까지 넘기 힘든 보릿고개. 겨울동안 모아둔 양식은 떨어지고 보리는 미처 여물지 않아 궁핍한 봄에는 먹을 것이 없어 풀뿌리와 나무껍질로 겨우 연명을 했다. 그야말로 초근목피로 연명하던 시절, 미처 채 익지 않은 보리를 꺾어 보리깜부기를 해 먹기도 했다. 배고픔에 눈물겹고 허기졌던 보릿고개는 1960년대까지 존재하다가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나는 보릿고개를 심하게 넘어보지는 않았지만 '주린 배 잡고 물 한 바가지로 배 채우던 시절'이라니 힘겨운 시절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무심코 아침에 흥얼거린 노래가 하루 종일 머릿속을 맴도는 날이 있다. '아야 우지마라…' 처럼. 실제로 계속 귀에서 맴도는 것 같아서 마치 귓속에 벌레가 있는 것 같다 하여 '귀벌레 현상' 또는 '귀벌레 증후군'이라고 한단다.

연구결과 귀벌레 곡의 상당수는 사람의 움직임에 맞아 떨어지는 춤곡이다. 특히 느린 노래보다 빠른 노래가 중독성이 많아 귀벌레 현상은 빠른 템포의 노래일 가능성이 높다. 가사가 없는 것 보다는 가사가 있는 노래에 더 중독되기 쉽다.

보릿고개 말고도 귓가에 맴돌던 노래가 있었다. 하지만 그 노랫말은 기억이 없고 요즘은 오로지 '아야 우지마라…' 뿐이다. 이제는 정동원군의 새 곡 '여백'을 즐겨 듣는다. 빠른 템포의 노래가 아니어서 그런지 아직은 30초 내외로 귓속에서 맴도는 멜로디는 없다.

모임득 수필가
모임득 수필가

그러나 조만간 귀벌레현상이 또 나타나지 않을까 싶다. '전화기 충전은 잘하면서 내 삶은 충전하지 못하고 사네'란 가사와 곡조가 다 좋지만 이 구절이 날 반성하게 한다.

처리해야 할 정보가 너무 많거나 반대로 너무 없을 때 나타난다고 하니 귀벌레현상은 안 오는 게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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