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의 비밀 3가지로 압축… 유전자 검사 진행
야생동물 복원 성과 입증 사례 가능성 높아

경북 영주시 국립공원공단 생물종보전원 중부센터에서 보호중인 '청주여우'. /생물종보전원 제공
경북 영주시 국립공원공단 생물종보전원 중부센터에서 보호중인 '청주여우'. /생물종보전원 제공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코로나19로 침체된 도심에 뜻하지 않은 귀여운 손님이 찾아와 화제다. 그 주인공은 국내 멸종위기 1급 동물로 지정된 '여우'다. 이 여우는 아직 출생의 비밀이 풀리지 않고 있어 사람들의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 24일과 29일 세종시와 충북 청주시에서 야생 여우의 모습이 포착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4년 강원도 양구 사례 이후 야생 여우가 발견된 경우는 없어, 이번 등장은 매우 의미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여우는 29일 청주시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구조된 후 경북 영주시에 있는 국립공원공단 생물종보전원 중부복원센터(이하 보전원)로 이송돼 보호 중이다. 여우의 건강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전원은 세종과 청주에서 발견된 여우가 같은 개체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출생의 비밀을 풀기위한 정밀조사를 진행 중이다.

 보전원에 따르면 구조된 여우(이하 청주여우)의 출생의 비밀은 3가지로 압축된다.

 첫 번째는 야생동물 복원사업으로 방사된 여우의 새끼일 가능성이다.

 보전원은 지난 2012년부터 중국에서 들여온 여우를 자체 증식시켜 소백산 일대에 방사했다. 방사 첫해 2마리를 시작으로 이곳에 방사된 여우는 52마리다. 이 여우들은 모두 GPS장치를 부착하고 있다. 현재까지 생존이 확인된 개체는 51마리다.

 여우는 태어난 지 1년 정도면 성체로 자라기 때문에 청주여우가 앞서 방사된 개체로부터 태어난 새끼일 가능성이 높다. 주요 서식지인 소백산과 세종·청주가 그리 멀지 않은 점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청주여우가 소백산 여우의 새끼로 확인되면 복원사업의 중요한 단서로 활용된다. 청주여우가 자연번식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가 되기 때문이다.

 보전원은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기위해 유전자검사를 진행 중이다. 최종결과는 앞으로 2주 후에 나온다.

 두 번째는 지금까지 자생해온 토종 여우일 경우다. 

 유전자 정보가 소백산에 방사된 여우와 일치하지 않는다면 충청권 일대에 여우가 자생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소중한 결과로 이어진다.

 세 번째는 민가 등에서 불법 사육되던 개체의 탈출이다. 30~40년 전에는 여우목도리를 만들기 위해 불법사육을 하다 적발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통 자체가 어려워 불법사육 가능성은 매우 낮다. 보전원 역시 세종시 발견농가 인근을 조사했지만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보전원 관계자는 "여우의 도심지 출현은 개체 수 증가에 따른 서식지 확대로 볼 수 있다"며 "유전자 검사결과에 따라 청주여우가 멸종위기 종 복원 사업의 의미 있는 사례로 기록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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