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유재풍 변호사

코로나19 때문에 3월 다섯주 내내 온라인예배를 드렸다. 인터넷을 잘 못 다루는 어른 교인들이 참지 못하고 교회를 찾는다. 모여서 예배 안 드리니 돌아가시라고 안내한다. 참으로 답답하다. 언제 이 질곡이 끝날까.

저지난 주말 대통령과 총리가 2주 동안은 집중적으로 더욱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하게 실시하자고 권고했다. 정부 권고대로 따르고 있지만, 참으로 안타깝다. 두 달여 전 중국 우한에서 폐렴이 발생해 많은 이들이 죽어간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남의 일로 생각했다.

예전에도 신종플루, 사스, 메르스 등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별 신경 안 쓰고 잘 지나갔으니 말이다. 야당이나 의협 등 일부 그룹에서 왜 중국 입국자를 막지 않느냐고 비판했지만, 정부가 그럭저럭 잘 대비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31번 확진자가 신천지 신도임이 밝혀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대구 집회에 참석했던 1만 명 가까운 무리에 대한 검진결과 대구와 경북 중심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더니, 이젠 확진자 1만명을 앞두고 있다. 초·중·고 개학도 연기를 거듭한 끝에 4월6일 이후 순차적 개학이 예정됐다. 모든 행사나 모임이 취소 또는 연기되니, 거리와 도로도 한산해지고 시장이나 식당도 썰렁하다. 모든 것이 정지되었다.

처음 한두 주는 자유를 얻은 것 같았다. 퇴근 시간이면 일찍 귀가해 가족과 식사 후 TV 뉴스나 영화를 보는 등, '저녁이 있는 삶' 같았다. 교회도 새벽예배는 물론, 주일예배·수요예배도 집의 PC 앞에 앉아서 드리고, 남는 시간에 밖으로 나가거나 책을 읽는 등 시간이 많았다.

그러나 몇 주 지나니 그게 아니었다. 문 닫는 가게가 속출한다. 공항이 비었다. 주식시장이 곤두박질쳐 코스피지수가 급락했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때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져 WHO가 대유행(pandemic)을 선언했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을 비롯해 이란 미국은 물론, 아프리카까지 거의 모든 나라가 감염되고 전 세계적으로 확진자가 70만을 넘었다. 세계 경제의 역성장, 한국경제의 1%대 성장 또는 역성장이 예견된다.

정부는 타개책으로 11조 7천억 원의 추경예산, 100조 원의 국가 긴급자금 지급, 1천400만 가구에 4인 가족 기준 100만 원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등을 결정했다. 저녁의 삶도 없다. 모든 스포츠 경기가 정지되고 영화관도 갈 수 없으니 즐길 게 없다. 사람과 평범했던 일상(日常)이 그립다. 가보지 않은 길 위에서 자신을 돌아본다. 누군가의 도움과 배려와 관심으로 일상이 가능했던 것을 깨닫고 감사한다. 서로 돕고 협력해야 함을, 그래서 말과 행동을 조심하며 서로에게 득이 되고 도움 될 수 있도록 성실히 나아가야 함을 깨닫는다.

아울러 나라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정부는 방역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국민들이 잘 따르고 있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힘이다. 유럽과 미국 일본의 경우를 보라. 휴지를 비롯한 마트의 생필품이 순식간에 없어지는 광란의 모습을 보라. 서로에 대한 신뢰, 정부에 대한 믿음이 없기 때문 아닌가.

우리나라는 마스크 때문에 며칠간 흔들림이 있었지만, 수출통제, 원료 확보, 마스크 양보 운동을 펼치면서 많이 해소되었다. 나도 안 샀다. 헌혈이 부족하다고 하니 많은 이들이 헌혈센터로 몰려들었다. 나도 오랜만에 했다.

많은 외신이 한국을 취재하면서 참 '이상한 나라'라고 전한다. 민주·개방·투명을 기조로 한 우리의 방역체계를 칭찬한다. 세계 최고의 검진체계와 의료수준, 그리고 단합된 한국민의 기상이 세계에 알려져, 한국을 배우자고 한다. 한국의 진단기술이 국제표준으로 인정되어 81개국이 검사키트를 요청했다.

유재풍 변호사
유재풍 변호사

'위기는 기회'다. 모두 고통스럽지만, 서로 협력하고 양보하면 이길 수 있다. 조금 더 인내하고 협력하자. 비난과 비판을 자제하고, 어떻게 해야 전체를 위해 도움이 되고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을지 생각하며 행동하자. 2020년 봄이 우리 역사의 새로운 획을 그은 시절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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