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며칠 전 구룡산 산행 길에 뱁새 둥지를 보았다. 그 순간 예전에 봤던 뻐꾸기가 뱁새 둥지에서 탁란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이 떠올랐다. 뻐꾸기는 둥지를 짓지 않고 뱁새, 딱새, 휘파람새 등 작은 새 둥우리에 알을 낳고 탁란 하는 습성을 지녔다. 탁란조는 자신의 알과 무늬·색깔이 비슷한 숙주를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뻐꾸기는 뱁새가 없는 틈을 타서 뱁새의 알을 둥지 밖으로 떨어뜨리고 순식간에 자기의 알을 낳았다. 뻐꾸기는 자기의 알을 품지 않고 뱁새에게 포란을 맡겼다. 뻐꾸기 알은 뱁새의 알보다 먼저 부화되었고, 갓 부화된 뻐꾸기 새끼는 여린 날갯죽지로 뱁새의 알과 부화된 뱁새 새끼를 둥지 밖으로 밀쳐냈다. 뻐꾸기 새끼가 뱁새의 알과 새끼를 밀쳐내는 공격성은 뻐꾸기의 본능이고 생존법이다.

내가 본 뱁새 어미는 자기의 알과 뻐꾸기 알을 감별하지 못했다. 뻐꾸기의 탁란 성공 확률이 10% 정도임을 감안할 때 지혜롭지 못한 뱁새 어미임이 분명했다. 뱁새 어미는 자기 알과 새끼가 없어졌는데도 무심했다. 갓 부화된 뻐꾸기 새끼가 자기 알과 새끼를 밀쳐냈는데도 태평했다. 자기 새끼를 죽게 한 뻐꾸기 새끼를 위해 왕성한 먹이 활동을 해가며 연신 먹였다. 뱁새 어미는 제 새끼가 아님을 알 수 있을 만큼 몸이 훌쩍 커버린 뻐꾸기 새끼를 여전히 본능적인 습성에 따라 양육했다.

뱁새 어미는 자기의 알과 새끼를 뻐꾸기 새끼로부터 지키지 못했고, 뱁새 어미의 통탄할 모정은 뱁새의 알과 새끼를 사지로 내몰았다. 뱁새 어미의 매몰차고 비정한 모정이 뱁새의 알과 갓 부화된 새끼에게는 독(毒)이 되었다. 이렇듯 뱁새 어미를 닮은 부모는 자식에게 독친(毒親)이다. 독친은 자신의 욕구 충족을 위해 자녀를 방치하거나 지나치게 간섭하고 통제하고 억압하며 휘두르는 부모, 자식을 감정쓰레기통 삼아 자신의 나쁜 감정을 쏟아 붓는 언행으로 조종하며 심리적인 위협과 고통을 주는 부모, 정서적인 친밀감을 주지 못하고 양육과 보호의 책무를 저버린 부모다.

부모의 편애는 자식의 인생을 좀먹게 하는 독이다. 부모가 어떤 자식·사위·며느리에게는 대접만 해주는 관계를 맺고, 어떤 이들에게는 대접 받기만을 기대하는 관계를 맺기도 한다. 부모의 편애를 받는 자식은 힘이 나겠지만 부모의 편애를 받지 못하는 자식은 허탈감에 빠진다. 속마음은 자식이 못마땅해 속상하면서도 겉으로는 너밖에 없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 부모의 위선과 이중성도 자식에게는 독이다.

심리학자들은 독친이 되는 원인을 '부모 자신이 어릴 때 학대와 방치 속에서 발달 트라우마를 입으며 자랐거나, 심리적으로 건강한 부모의 모습을 본 적이 없는 경우'에서 찾는다. '사랑을 제대로 받아 본 경험이 없는 사람은 사랑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심리학계의 정설이다. 애착손상을 경험한 사람은 정서적인 욕구를 알아차리고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자식에게 사랑과 애정을 듬뿍 주는 부모로 살고 싶다면 정서적으로 성숙한 어른이 되어야 한다.

이종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예순의 자식은 여든의 부모에게 여전히 아기다. 자식이 못마땅해도 보듬어줄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이 성숙한 부모다. 예순에도 부모의 인정과 지지, 애정과 사랑을 갈망한다. 자식에게 부모의 사랑, 인정, 애정, 지지, 격려와 같은 정서적인 친밀감은 삶의 에너지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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