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정미 금산주재 차장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사건은 인적이 뜸한 이른 출근 시간에 벌어졌다. 2019년 10월 14일 오전 8시 30분. 사무실 현관 바로 앞에서 업무를 보던 A는 문을 열고 들어오는 가해자를 피할 겨를도 없이 얼굴을 가격 당했다.

가해자가 A를 다시 찾아온 것은 5개월 뒤였다. 이번에도 가해자는 인적이 드문 시간대를 골랐다. 3월 16일 점심시간. 가해자는 사무실에서 나오는 A에게 다가가 흉기를 내밀었다. "혼자서 휴대폰을 보면서 나왔다면, 그래서 앞을 보지 못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휴가를 받아 안정을 취한 후 출근해서 피해자가 처음으로 한 일은 가스총을 주문하는 것이었다.

피해자와 함께 흉기 위협을 받았던 또 다른 여직원 역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며칠 간 병가를 낸 직원은 외상후스트레스 진단을 받았다.

가해자는 검찰에 송치됐으나 심신미약 발달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구속되진 않았다. 접근금지가처분 신청도 할 수 없는 상황. 모자와 안경을 쓴 사람의 모습은 피해자에게 트라우마로 남았다.

일자리 사업에 불만을 품고 스토킹을 시작했던 가해자는 경찰 조사를 받으며 피해자를 좋아해서 그랬다고 했다. 피해자보다 열여섯 살이나 어린 발달장애인의 말 한마디에 사회복지직 공무원에 대한 안전 대책 논의는 온 데 간 데 없어졌다. 사회적 약자의, 지극히 사적인 구애 정도로 치부되어 버린 것이다.

누군가는 A가 미혼이라서, 또 다른 누군가는 A가 친절해서 그렇다고 했다. 사건을 지켜봤던 여성동료들은 치를 떨었다. 가해자에게 이유를 묻자 "A가 괴로워하는 것을 보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스토킹 방지법이 없는 나라. 피해자는 "내가 칼에 찔리기라도 해야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것이냐"며 절규했다.

김정미 금산주재 차장
김정미 금산주재 차장

대민업무를 보는 여성 공무원들은 A의 2차 피해에 분노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피해자가 여성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의도적인 살해를 페미사이드라고 한다. 여자라는 이유로 피해자에게 원인을 찾는 시선도 사회적 살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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