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화폭에 '꽃 향기'를 담다

장명남 작가

[중부매일 정구철 기자] 사람들은 다양한 형태와 색을 간직한 꽃을 볼 때 가장 먼저 '아름다움'이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아름다운 사람이나 사물을 일컬을 때 흔히 "꽃처럼 아름답다"는 말로 표현한다.

아름답기 때문에 꽃은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꽃은 여러 장르의 예술로 표현되기도 한다.

꽃의 아름다움에 반해, 자신만의 표현으로 수많은 꽃그림을 그려 '꽃작가'로 불리는 여류 화가가 있다.

충주에서 활동하며 여류 꽃작가로 잘 알려진 장명남(58) 화백은 꽃의 매력에 빠진 뒤 다양한 재료를 통해 꽃의 아름다움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초등학교시절부터 그림에 소질을 보여 미술반에서 활동했던 장 화백은 이후 50여 년 동안 거의 붓을 놓아본 적이 없다.

그가 그림을 천직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고등학교 시절부터다.

고교시절 특히 유화를 그리고 싶었던 그는 언니를 졸라 5만 원을 얻은 뒤 물감과 캔버스, 붓 등 유화재료를 구입해 혼자 책을 보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당시 그의 그림은 대부분 남의 그림을 보고 그대로 베껴서 그리는 임화였다.

열심히 그림을 그린 그는 각종 미술대회에 출전해 상을 거머쥐면서 탁월한 미술실력을 대내외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1981년에 고등학교 졸업할 당시에는 충주지역 각 남녀 고등학교에서 미술부 활동을 했던 또래 친구들과 뜻을 합쳐 '화우회'라는 미술동호회를 창립했다.

화우회는 매년 한번씩 전시회를 개최하고 여름방학을 이용해 단체 야외스케치에 나서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이후 10기가 넘는 후배들을 배출하면서 충주지역의 대표적인 미술동호회로 발전했지만 회원들이 대부분 외지로 나가 활동하면서 안타깝게도 지금은 명백이 끊긴 상태다.

미술교육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던 그는 1986년 '아름 미술학원'을 개원한 뒤 이후 세원상가로 옮겨 '샘 미술교습소'로 이름을 변경, 33년간 아동들을 대상으로 미술을 가르쳤다.

8년 전부터는 '샘아트'라는 이름으로 성인들을 대상으로 수채화를 가르치고 있다.

대부분 주부인 그의 제자들은 '화울회'라는 미술동호회를 만들어 매년 전시회를 열고 있으며 일부 회원들은 대한민국 수채화작가회가 주최한 공모전에 입상하는 등 수준 높은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처음에 유화와 아크릴화를 주로 그렸던 장 화백은 어느날 수채화의 매력에 우연히 빠지면서 수채화를 그리는데 몰두했다.

그는 물의 번짐과 느낌, 물감의 농도에 따라 다양한 변화와 특성을 표현할 수 있는 수채화의 오묘함에 잔뜩 매료됐다.

처음에는 계곡이나 나무, 바위 등 주로 자연풍경을 그렸지만 이후에는 맨드라미와 코스모스, 엉겅퀴, 쑥부쟁이, 목련 등 다양한 종류의 꽃을 소재로 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꽃그림을 그리면서 드디어 자신이 추구했던 스타일의 그림을 완성할 수 있었고 '꽃작가'라는 별명까지 얻게됐다.

장 화백은 "꽃이 지닌 매력을 그림으로 표현하는데는 수채화가 최고"라며 "투명한 수채화 물감을 통해 종류가 다른 다양한 꽃을 그림으로 완성해 가면서 엄청난 희열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2007년 자신의 첫번째 개인전인 '꽃 이야기전'을 통해 자신의 수채화 작품을 선보였다.

평소 열정적이고 도전의식이 강한 장 화백은 자신의 작품활동에 있어서도 여러차례의 변화를 시도한다.

처음에는 아르시즈라는 두꺼운 수채화용 종이에 그림을 그렸던 그는 한동안 타일에 그림을 그려 넣는 일에 몰두했다.

충주시 지현동에 있는 '사과나무 이야기길'에 미술작품으로 재능기부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아 고민하던 그는 타일에 그림을 그려 벽화를 만드는 작업을 시도하기로 했다.

그는 바로 도자기 유약 전문가를 찾아가 유약 다루는 법을 배우고 타일에 도자기용 물감으로 그림을 그려넣은 뒤 1천200℃의 가마에서 구워내는 작업에 나섰다.

특히 타일에 수채화 느낌을 살리기 위해 타일을 물에 담갔다가 꺼내 물기가 마르기 전에 재빨리 그림을 그려 번지는 느낌을 살리는 아주 어려운 작업을 시도했다.

가마에서 타일을 구워내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한번은 수개월동안 정성들여 그린 100여 점의 타일작품을 가마에 넣고 구웠다가 단 한개의 작품도 건지지 못한 일도 있었다.

그가 그린 타일작품에는 나무를 소재로 그린 그림도 꽤 많다.

어릴적 추억이 담긴 미루나무와 은행나무, 복숭아나무 등을 타일에 그려 독특한 개성으로 표현하고 있다.

자신의 네 번째 개인전을 '나무들의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정하고 타일작품 위주로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에 대한 도전을 시도하는 그는 이후에 도자기에도 그림도 그려 1천250℃에서 구워내는 작업을 했고 다시 천에 그림을 그리는 천아트에도 나섰다.

장 화백은 평소에 자신의 신발이나 가방, 옷 등에 직접 꽃을 그려 넣어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고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소장품으로 만들곤 한다.

말 그대로 실용적인 생활미술인 셈이다.

충주시평생학습관이 천아트에 관심을 갖고 그에게 강의를 요청하면서 장 화백은 본격적으로 천아트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생활미술이다 보니 특히 주부들에게 인기가 높다.

한국천아트예술협회 충주지부장을 맡고 있는 장 화백은 10여 명의 제자들에게 천아트 지도자자격증을 발급해 천아트 보급에 나서고 있다.

오는 10월에는 제자들과 함께 충주에서 천아트 작품전시회를 가질 예정이다.

그의 대형 천아트작품 '가을향연'은 충주시청 민원실 입구 로비에 걸개그림으로 걸려 있다.

장 화백은 "천아트는 일반인들도 쉽게 그림에 다가갈 수 있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생활미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동료 미술인들과의 교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천아트에 이어 업싸이클아트에도 관심을 보인 장 화백은 충북업싸이클아트&디자인협회 회장을 맡고있다.

어릴적부터 독실한 천주교신자인 그는 청주교구 가톨릭미술가회 회장도 맡고있다.

2년 임기의 충주시여성미술가회 회장도 두번이나 역임했다.

장 화백은 지금까지 4회의 개인전과 청주국제아트페어와 중국 칭타오,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3회의 부스개인전을 가졌다.

또 200여 회 이상 각종 단체전에 참여하는 등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다음달에는 충주시 지현동 '사과나무 이야기길'에 있는 스트리트갤러리에서 꽃을 소재로 개인전을 가질 예정이다.

쉼없이 도전하고 변신을 시도하는 그가 어떤 모습으로 또 다시 다가올 지 많은 관심이 쏠린다.

장명남 화백은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면서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항상 행복하다"며 "항상 꽃처럼 아름다운 마음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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