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희득 서산주재 부장

국내 신종 바이러스 코로나19 확진자가 1만명을 넘어서면서 확산세가 안정화됐지만, 해외 유입과 지역사회 집단 감염 사례가 이어지자 정부는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를 19일까지 2주간 연장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봄꽃 축제의 대명사인 진해 군항제가 전면 중단됐으며 대전·충남지역도 예정됐던 봄 축제들이 잇따라 취소 또는 연기됐다.

그러나 지난 5일 서산시 운산 여미리 유기방가옥에는 수선화를 구경나온 상춘객들이 몰려들었다. 이날 유기방가옥을 찾은 상춘객들은 3천명이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5천원의 입장료를 받아 대충 따져도 입장 수입만 1천500만원이 넘는다.

1910년대에 건축된 조선 후기 양반 가옥인 유기방가옥은 충남도 민속문화재로 지정돼 우리 고유의 전통미를 잘 간직한 곳으로 개인의 사유재산이다.

이에 서산시가 시설개방 중지 요청 등 자제를 당부했으나 별다른 강제 권한이 없다보니 영업 강행이 이뤄지고 있다. 이로 인해 소독과 발열·호흡기 증상 확인을 위해 하루 30여 명의 공무원들이 동원돼 행정력을 낭비시키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상춘객들이 몰려들자 급기야 서산시장이 유기방가옥 주인을 직접 만나 개방 자제를 요청, 지난 2~4일까지 3일 동안 잠시 입장객 받지 않았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경각심이 무뎌진 탓인지 이곳은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꽃이 피는 시기에 집중적으로 사람이 몰리면서 2m 간격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업종이나 지역과 관계없이 사회 모든 분야에서 실천돼야 한다. 전파여부를 가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완화된다면 해외에서 보듯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이희득 서산주재 부장
이희득 서산주재 부장

마스크를 착용했어도 한 장소에 밀집할 경우 바이러스 확산 가능성을 차단하기는 어렵다. 사회적 거리 두기의 성공 여부가 코로나19의 종식으로 가는 중요한 전환점이 확실한 만큼 이를 준수하는데 누구도 예외가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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