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박재원 경제부장

청주시민은 언제까지 전통시장과 로드숍에 희생을 감수해야 하나.

장을 보기 위해선 무조건 시장을 가야하고, 쇼핑하려면 성안길을 찾아야 하나. 상권마다 특성이 있고, 소비 패턴이 있는데 어줍지 않게 상생을 갖다 붙여 시골 동네 소리를 듣는다.

다른 지역에는 한 두 개씩 있는 번듯한 복합쇼핑몰을 청주시민은 이용할 권리조차 없는 것인가.

4·15총선을 앞두고 청주의 한 선거구 후보가 내세운 '유통공룡 입점 반대' 공약이 시민 한 사람으로서 거슬린다.

청주에 대형 유통업체 입점을 저지하겠다는 뜻인데 과연 이 공약에 청주시민 다수가 공감할지 궁금하다.

청주시민 1%도 안 되는 일부 상인회 또는 건물주의 극소수 의견에 따른, 다수의 여론을 무시한 섣부른 공약에 가까워 보인다.

그렇다면 시민들의 뜻은 어떠할까. 이 공약과 달리 시민들은 대형 유통업체 입점 찬성에 가깝다.

이와 관련한 조사 자료나 구체적인 근거는 없으나 한범덕 시장이 취임 당시 온라인 소통공간으로 개설한 '청주1번지'에서 시민의 뜻을 짐작할 만한 부분을 찾을 수 있다.

개편 전 운영했던 부활제안에 '유통시설 입점에 적극 노력해 달라'는 내용이 있다.

당시 이에 공감을 표시한 시민은 40명이 넘었다. 고작 40명이라고 할 수 있으나 이 창구에서 40표를 얻으면 최고 인기 제안이라고 지칭해도 무리가 없다.

여기에 공감과 댓글을 단 시민은 주로 자녀를 둔 여성들로 추정된다. 이들은 '다른 지역은 대형 복합시설이 많은데 왜 청주는 부족하냐. 제대로 된 시설을 원한다'고 했다.

청주를 거점으로 한 온라인 카페에서도 이 같은 내용은 쉽게 볼 수 있다. 이 정도면 대형유통 업체 입점 반대는 시민 다수의 여론이 아닌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극소수의 발상이라는 것을 간파해야 한다.

이런 이기적인 주장에 휘둘려 1천억원이 들어간 경제기반형 도시재생시설이 구멍가게 정도로 전락한 사례를 겪지 않았나. 바로 '문화제조창C'다.

문화제조창에 마련된 상업시설의 임대 업무를 맡은 운영사는 다양한 브랜드를 입점시킬 계획이었다. 그러나 실현되지 못했다.

지역 상인회에서 대기업 계열사나 자신들 상권 내에 있는 브랜드 등은 입점시키지 말라고 어깃장을 놨다. 물론 이 소수 의견을 따른 청주시의 책임이 가장 크다.

이들이 순수 상인인지도 의문이다. 대다수는 오랜 세월 임대료를 받으면서 부를 축적한 건물주일 것이다. 당연히 임차인이 더 좋은 조건이나 환경을 보고 가게를 옮길 수 있는 대형 유통몰이나 신흥 상권을 찬성할 리 없다.

시민들이 불편하든 말든, 선택권이 있든 말든 새로운 트렌드에 반대만 한다.

시민을 희생양 삼은 이 이기적인 발상에 언제까지 정치인들은 머리를 조아리고, 정책을 수정하고, 퍼주기만 할 것인가.

청주의 한 상점가에는 최근 3년간 시민, 국민이 낸 세금 28억원이 상권활성화 명목으로 투입됐다. 그렇다고 이 상권이 활성화 됐느냐, 그것도 아니다. 마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다.

스스로 투자해 특성화 전략을 마련하려는 노력에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자구책도 없이 유통업체 저지를 통해 기득권을 연장하려는 의도에 귀 기우릴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다.

박재원 경제부장
박재원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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