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가 마스크 수급 안정화를 위해 6일부터 1인당 공적 마스크 구매량을 1주일(월~일요일)에 2매로 제한하고 9일부터는 출생연도 끝자리를 기준으로 5부제를 도입해 약국에서 판매한다. 중복구매확인시스템이 구축될 때까지 우체국과 농협하나로마트는 오전 9시 30분에 번호표를 교부한다. / 김용수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일상이 되어버린 듯했던 마스크 구입 줄서기가 온데간데 없어졌다. 약국 등을 통해 공적마스크를 1인당 주 2장 구입할 수 있도록 한 이른바 5부제가 효력을 발휘하면서 수급이 안정됐다고 한다. 실제 툭하면 긴줄이 섰던 약국들조차 이제 마스크 판매에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고 하니 더이상 마스크 줄서기를 보기는 어려울 듯 싶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앞으로 수십년 혹은 그 이상으로 방역문제가 터지면 회자될 '마스크 대란'이 끝났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그러나 마스크 대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이대로 끝낼 수도 없다.

누구의 강요도 없었지만 온 국민을 줄서기로 내몬 수급불균형은 반만 해결됐다. 지금 국민들이 걱정없이 구입할 수 있는 수량은 한주에 단 2장 뿐이다. 물론 인터넷 등에서 추가 구입이 가능하지만 공식적으로는 이 뿐이다. 이를 3장으로 늘려보려는 계산을 했더니 모자랄 수 있고, 아직 의료용 등 모든 수급이 원활하다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수량은 다소 제한적일지라도 최소한 마스크 구입을 아무때나 할 수 있는 정도는 돼야 한다. 해외 확산상황이 여전히 일촉즉발이라 이에대한 대비도 해야한다. 우리만 잘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사상초유의 '마스크대란'은 국내 수요를 충당하기에도 많이 모자란 판에 해외 수출까지 하다보니 벌어진 수급 불안정에서 시작된 것이다. 지금의 수급 안정도 급조된 생산물량 확대와 면 마스크와 재활용 등 수요감소가 동시에 이뤄낸 결과다. 무지와 오판으로 인해 잘못 끼워진 단추가 두달 넘도록 국민들을 불편·불안하게 하고 우리 방역정책의 민낯을 보여준 셈이다. 감염 차단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는 한편 기초적인 방역물품 확보를 위해 촘촘하게 늘어선 줄서기를 강요 당하는 이중적인 상황에 처해있던 게 바로 우리의 엊그제 모습이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마스크 대란이 꼭 부정적으로만 작용한 것은 아니다. 손씻기와 함께 개인위생수칙의 중요성을 각인시키며 생활속에 자리잡은 상징적 존재가 됐다. 선진국이라고 부르던 나라들이 사재기로 난리 치는 중에도 모범적인 줄서기를 보여주며 국가의 위상과 국민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는 또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간 의료진, 병상 나누기 등 전국민적 성원이 이뤄낸 대구·경북 치유 과정과 더불어 국난극복의 자신감을 키우는 바탕이 됐다. 게다가 장기간 쓸 수 있고 성능이 향상된 새로운 마스크 제품 개발이라는 예상밖의 결실을 거두는 긍정적인 면도 있었다.

바둑을 둔 뒤 경과를 검토하기 위해 처음부터 다시 놓는 것을 복기(復棋)라고 한다. 이제 우리는 마스크 대란을 제대로 마무리하는 것과 더불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복기를 해봐야 한다. 마스크는 지나갔지만 다른 의료용품이나 재난 극복에 꼭 필요한 것들이 그 뒷자리를 이어갈 지 모른다. 생산과 수요, 유통 등 국내상황과 무관한 정치적 판단을 시작으로, 긴급사태에 대비한 필수물품 수급 및 확보, 유사시 국가적 역량의 배분과 집중 등 따져볼 것이 한둘이 아니다.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바라만 본다면 비극은 되풀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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