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칼럼] 박상준 논설고문

기막힌 반전이다. '코리아포비아(공한증·恐韓症)'의 나라가 한 달여 만에 선진국의 '롤모델'이 됐다.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중국 고사성어가 떠오른다.

코리아19사태 초기 한국은 국제사회의 '왕따'였다. 'K컬쳐의 나라'라는 명성이 무색해졌다. 문재인 정부가 초기대응에 실패하면서 확진자가 치솟자 한국인을 경계하는 국가가 확산됐다. 무려 100여개 국이 넘는 나라들이 한국인 입국을 막았다. 졸지에 한국이 전 세계인이 외면하는 위험한 땅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처지가 완전히 역전됐다. 소위 선진국들이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치명상을 입고 있다. 선진 7개국(G7)의 압도적인 경제력과 군사력, 최첨단기술도 코로나19에 한없이 무기력했다. 시민들은 공포에 질렸고 도시는 텅비었다. 수많은 시신을 실어 나르는 냉동트럭, 시민들의 사재기현상 등 디스토피아 사회를 보며 'G7'의 이미지는 종이장처럼 구겨졌다.

이들 나라는 이제 한국에 본받자고 한다.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키트 개발과 드라이브 스루등 효율적인 검사체계와 역대 정권이 완성한 공공 보건의료시스템, 의료진들의 헌신과 수준 높은 시민의식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영국 BBC 방송은 한국을 다른 나라의 '롤모델'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코로나19사태로 전 세계에 극심한 생필품·식량 사재기 현상이 펼쳐졌지만, 한국은 예외다. 온라인 쇼핑몰·편의점·대형마트 등 다양한 유통 채널이 포진돼 있고, 물류·배송망도 촘촘하다. 스마트폰으로 손가락만 몇번 터치하면 그 다음날 문 앞에 원하는 생필품이 놓여있다. 사재기 현상이 없는 한국을 향해 휴지·손 소독제·쌀 등을 보내달라는 각 나라의 SOS가 쇄도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여권은 자화자찬하며 쾌재를 부르고 있다. 조국일가·유재수 비리의혹과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등 특권과 반칙과 불법으로 곤두박질치던 문 대통령 지지율은 최근 53.7%(리얼미터)로 올 들어 최고치를 찍었다. 4인 가족 기준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통 크게 풀고 코로나19 대응이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주당은 총선 구호로 '코로나 승리'를 내세웠다. '실력 없는 정권이 이미지 조작에만 능하다'는 말이 허투로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여권이 코로나19의 '롤모델'에 도취한다면 국민들은 또 다른 반전을 맞게 된다. 총선결과에 따라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 '경제파탄'과 '그들만의 나라'다.

펜더믹 이후의 경제전망은 암울하다. 미국, 유럽, 중국의 실물경제 위기가 실업자를 양산하고 있다.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세계 경제가 이렇게 멈추는 걸 본 적이 없다"며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수출 비중이 큰 한국은 유독 타격이 크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노령화로 인한 경제위기국면에 코로나사태까지 가해진 '노쇠병약경제'라고 진단했다. 코로나치명률에 비해 경제사망률이 비교가 안될 만큼 높고 심각하다는 것이다.

코로나 쇼크로 그 어느 때보다 경제체질 개선을 통한 국가 경쟁력 강화가 절박한 과제로 떠올랐지만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비현실적이고 비시장적인 정책에 집착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뻔하다.

사회정의와 법 질서의 실종도 걱정스럽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지만 그동안 철저하게 자기편만 챙겨왔다. 조국·유재수등 권부의 실세들이 권력에 기생해 명예와 재물을 탐했지만 살아있는 권력은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려하고 검찰을 제 뜻대로 하기위해 공수처를 만들었다. 조국게이트에 연루된 최강욱 전 청와대 비서관은 공수처 첫 수사대상으로 윤석열 검찰총장 부부를 지목했다. 범죄혐의자가 법질서를 대놓고 능멸하고 있다. 공정·정의·평등의 가치는 퇴색될 것이다.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박상준 논설고문

코로나 쇼크 이전부터 우리나라는 경제 안보위기에 비상등이 켜지고 사회 전체의 구조적 대전환기에 들어서 있다. 까닥 잘못하면 지난 수십 년간의 번영과 도약이 하루아침에 무너진다. 총선은 여야 정치권에 일침을 가하고 국민의 무서움을 일깨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코로나 펜더믹 이후 대한민국의 향방은 총선 결과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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