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일 청주시 대성로의 한 천주교구 무료 급식소에서 어르신들이 즉석 밥과 라면 등 1주일 분량의 즉석 식품이 담긴 무료급식을 받고 있다. 이 무료급식소는 코로나19 여파로 매일 운영하던 무료 급식을 중단하고 1주일에 한번 씩 '즉석 식품'등을 제공했으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이날을 마지막으로 무료 급식을 중단하기로 했다. / 김용수

시작부터 지자체와 중앙정부간 엇박자를 보였던 긴급재난지원금 논란이 결국 정치권으로 번졌다. 그것도 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누가 더 국민들의 환심을 사느냐 경쟁을 벌이는 양상으로 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생계가 막막해진 취약계층의 숨통을 열기 위한 제도가 '표심 구애용'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정부가 지자체와 협의해 신속하고 일사불란하게 시행하면 될 일을 명확하고 제대로 된 기준도 없이 말만 앞세우다 시간만 끌고 산으로 간 꼴이다. 실무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소득하위 50%를 주장한 것은 즉시 시행이 가능하기 때문인데 이를 정치적 셈법으로 무시하면서 일은 꼬이기 시작했다. 나라의 재정문제로 전 국민지급 대신 선택한 소득하위 70%는 대상 선정과 규모의 논란은 물론 시행시기를 한달이상 늦추는 부작용을 낳았다.

더구나 모호한 기준으로 인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실직자, 1인 가구, 맞벌이 가구, 다자녀 가구 등의 불만이 폭발하고 형평성 문제가 등장하면서 정치권 개입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에 주요 정당들은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전 국민 대상 지원을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했던 미래통합당이 찬성쪽으로 입장을 바꾸면서 정당간에 퍼주기 경쟁이 벌어지는 등 긴급재난지원이 정치적 계산에 휘둘리게 됐다.

여기에 정부도 전 국민 지급의 책임을 정치권으로 넘기면서 이를 수용할 뜻을 내비치기에 이르렀다. 결국 정치권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해 시행할 가능성이 매우 커진 것이다. 국민여론 조사에서도 과반 이상(58%)이 이를 찬성하는 등 명분이 생긴 만큼 이제 전 국민 지급은 시간문제가 됐다.

문제는 이러는 사이에 한푼이, 한시가 급한 이들이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정부에서 지자체 사업을 거둬들여 일괄적으로 추진하든지, 재원을 뒷받침 하든지 일이 되는 쪽으로 풀어나갔어야 하는데 욕심이 앞섰다. 전면에 나서려다 시간만 지체됐고 서민들의 고통은 커졌다. 지자체 기준으로는 한달 가량을 허송세월한 셈이다.

긴급지원이라면 시간이, 속도가 가장 큰 관건이다. 금액이 부족하다면 추후 더 늘리면 된다.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밖에 없는 길을 선택하고는 이제와서 나몰라라 하는 것이다. 정치권 의견을 수렴하다는 핑계를 대면서 또 시간만 잡아먹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코로나19 지원이 늦어지면서 긴급이란 표현이 무색해지자 지자체들이 다시 팔을 걷기에 이르렀다. 경남도가 자체적으로 준비했던 지원금을 우선 지급하기로 했다. 정부가 끼어들어 혼란만 키우는 바람에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확산 두달여 만에 전국을 얼어붙게 한 코로나19로 인해 소비시장 등 지역경제 붕괴와 실직, 일감 감소 등 취약계층의 처지는 바닥에 떨어진지 이미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은 한시가 급한 생존자금이다. 지급 대상을 따지느라 시기를 놓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 결정과 정치권 개입으로 논란이 거듭되는 이순간에도 애끓는 서민들은 하나둘씩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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