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류일희 청양소방서장

지난 2013년 10월 모 방송사에서 방영된 '심장이 뛴다'라는 프로그램은 6명의 연예인이 일선 소방관서 체험을 실시하는 예능방송으로 당시 특집 방송된 '모세의 기적'은 지금까지 소방차 길 터주기의 대명사로 불린다.

비슷한 시기 방송된 '골든타임'이란 의학드라마는 종합병원 중증외상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의 사투를 다뤘다. 사실 골든타임이라는 용어는 방송에서 시청률이 가장 높고 광고비가 비싼 시간대를 일컫는 말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사를 결정짓는 시간'이라는 개념이 의학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종종 쓰이는 말로 변해 왔다.

이같은 골든타임이라는 용어가 소방분야에서 쓰인지는 불과 몇 년이 채 되질 않지만 그 간 다양한 방식의 홍보를 통해 이미 많은 국민들은 골든타임이 곧 소방차 통행로라는 개념으로 익숙해졌다.

즉, 골든타임은 소방차가 화재현장까지 얼마나 빨리 갈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척도인데 이는 조속한 진화와 직결되는 만큼 결국 인명과 재산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시간개념인 셈이다.

이같은 이유로 많은 화재현장에서 골든타임의 중요성은 꽤 많이 강조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막상 내 앞에 재난이 닥쳐오고 나서야 그 중요성을 실감하지 그렇지 않으면 이를 쉽게 깨닫지 못한다.

실제로 2017년 12월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또한 무질서한 주차로 인해 소방차가 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65명의 인명피해를 발생시켰다.

이처럼 소방차가 늦게 도착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 몫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특히, 아파트와 시장화재는 소방통로의 중요성이 더해진다. 아파트 화재의 경우, 도심 주택가 골목길 등에 주차된 수 많은 차량을 지나 단지 내로 진입하더라도 단지 내 무질서한 주차 차량들로 인해 사다리차를 펼 수 있는 공간조차 확보되지 못한다.

이럴 경우 결국 고층화재 시 가장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진압할 수 있는 사다리차는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전통시장은 또 어떠한가. 시장의 특성 상 다수 점포와 상품이 밀집해 있어 화재에 상당히 취약할 수밖에 없지만 주변에 주·정차 된 차량들로 인해 출동단계서부터 어려움에 봉착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충남도에서는 아파트와 시장 내 주, 정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시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불법 및 무질서 주·정차를 방지하기 위해 규제봉 설치와 출동로 노면표시, 소방차 전용구역을 재 도색함으로써 화재 시 최소한 소방차가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주고 있다.

또한, 소방계획서에 소방차 진입대책을 마련토록 협조를 구하여 충남도가 전국에서 선도적 모델이 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

더불어서 아파트와 시장 관계자 간담회를 주기적으로 마련하여 소방차 통행로 개선에 다양한 의견들을 구하고 있다.

이제 소방차 통행로 확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편안할 때에도 위험과 곤란이 닥칠 것을 생각하며 잊지 말고 미리 대처해야 한다는 거안사위(居安思危)의 말처럼 화재로 인해 소중 한 것을 잃지 않도록 사전에 준비에 철저를 기해야 할 것이다.

류일희 청양소방서장
류일희 청양소방서장

화재예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코로나19가 사회전반을 패닉상태로 만들어 가고 있지만, 이를 이유로 준비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될 말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