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예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선거전이 진행되는 중에도 고질병이 또 도졌다. 도를 넘은 막말 등 망언이 곳곳에서 터지고, 비방과 흠집내기 등 혼탁선거가 다시 등장한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요란한 유세가 사라지는 등 이번 선거는 별탈 없이 지나가나 했더니 막판에 못된 버릇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앞서 유례없이 조용한 선거전이 이어지다보니 지금의 상황이 되레 더 유난스럽고 시끄럽게 느껴질 정도다. 코로나도 어쩌지 못하는 선거구태(舊態)가 4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정치 수준을 다시 확인시켜준다.

예전부터 '막말'은 선거전의 단골 메뉴였다. 정치권에서 막말은 상대 정당과 후보를 흠집내는 최고의 공격 수단으로 악용됐기 때문이다. 여러 선거중에서도 서울을 오가며 활동해 지역과 떨어져 있을 수 있는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은 유독 막말이 많았다. '아니면 말고' 식으로 일단 내뱉은 뒤 사회적 이슈나 논란 거리가 되면 의도한 방향으로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고가는 등 쏠쏠한 재미를 봤다. 하지만 2014년 지방선거 이후 엄격하게 선거법을 적용해 허위사실 공표나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기소되는 사례가 늘면서 최근에는 많이 줄어들었다.

혼탁선거는 대부분 이같은 막말에 유언비어, 돈살포, 고소·고발 등이 더해지는 양상으로 진행된다. 강력한 단속에 힘입어 돈 선거가 종적을 감춘뒤로는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과 흠집내기가 가장 두드러진다. 여기에 망언이라도 곁들여지면 그야말로 선거판은 엉망이 된다. 정책과 공약은 무의미해지고 누가 더 나쁜 놈인지를 가리는 경쟁구도로 바뀐다. 선거라는 제도 자체가 최선을 뽑기 보다는 최악(最惡)을 피해 차악(次惡)을 선택하기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정치불신과 혐오의 시작점인 셈이다. 선거에 대한 기대는 이렇게 또 무너지고 있다.

진보와 보수 양진영의 극단적인 대립으로 인해 진작부터 이번 선거에 대한 우려가 컸다. 치열한 진영 대립이 저열한 선거전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그런데 난데없는 코로나로 인해 선거전은 뜨뜻미지근해졌고 민생과 방역이 모든 이슈를 뒤덮었다. 하지만 권력을 향한 욕망에는 그 어떤 것도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숨죽여 지내던 권력 욕심이 한표를 노린 막말과 망언을 불러냈고 선거를 혼탁으로 끌고간다. 세대비하, 노인비하 발언은 애교수준이다. 세월호를 다시 정치판으로 꺼내는가 하면 지역갈등을 조장하기도 한다. 이에 각 당이 사과와 징계로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불은 붙었다.

이같은 선거의 결과는 비참하다. 국민을 대표하는 선량인데 시정잡배만도 못한 이들이 금배지를 달게 된다. 한표에 눈이 어두워, 승리의 환호성에 취해 해서는 안될 짓과 말들을 서슴없이 내뱉는 이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막말과 망언, 혼탁속에서도 본질을 봐야 한다. 일을 잘할 수 있는, 우리를 대표할만한 인물을 뽑아야 한다. 지역을 팔고 상대흠집을 팔아 당선되겠다는 이들은 표로 심판해야 한다. 국가 미래는 아랑곳없이 권력에 대한 욕심만 앞세운다면 언제든 망언과 혼탁이 소환될수 있다. 그런 협잡꾼들은 이제 가려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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