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김영철 ESD(주) 대표·충북공급기업협의회 사무국장

사회적 거리두기. 코로나 19의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캠페인이다. 지난 3월 22일부터 2주간 운영했으나 산발적인 집단감염이 계속되고 미국, 유럽등에서 대유행이 지속되자 4월6일부터 19일까지 2주 연장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종교시설이나 실내체육시설, 유흥시설 등은 운영 중단을 권고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많이 이용하는 PC방, 노래방, 학원 등의 운영도 제한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상황에 따라 추가 연장 가능성도 나온다. 개인과 개인, 집단간의 접촉을 최소화 하고 감염병 전파를 감소시키는 효과 때문이다. 문제는 내수경기 침체와 경제활동의 위축이다.

관광, 레저, 숙박 등 서비스 산업은 직격탄을 맞았고 상당수 제조업도 생산이 중단되었다. 유연근무제나 출퇴근 시간이 조정되고 일부는 1~2개월의 무급 또는 유급 휴직에 들어갔다. 제품을 생산해도 판로가 끊겼기 때문이다. 근로자들은 대량 실직 사태로 이어지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영세한 중소기업은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사람을 직접 만나 영업을 해야 하는 직원들은 바이어를 만날 수도 없고 예정되어 있던 출장이나 미팅도 취소되고 있다.

청주시내 외곽에 있는 한 중소기업의 사례를 보자. 공장자동화 설비를 도입하기로 했던 기업체에서 설비 도입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설비 도입을 약속했던 기업체의 경우 유동성 위기 극복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원자재 수입이 중단되고 판로도 끊긴 상황에 공장 확장이나 신규 설비 도입은 언감생심 이다.

이 때문에 갑자기 약속되었던 미팅은 취소되었고 수개월동안 공들였던 영업도 수포로 돌아갔다. 설비 제작을 앞두고 날벼락을 맞은 것이다. 수도권 뿐만 아니라 지역에 소재한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은 비즈니스 방문객을 전면 통제하고 사람과의 교류를 차단하고 있기도 하다.

이번에는 근로자의 사례다. 국내에서도 제법 알아주는 중견기업에 근무하는 한 근로자는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매일 오전 8시에 출근해 5시까지 지게차로 상품을 옮기는 힘든 작업을 반복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주중에 갑자기 1개월 쉬라는 통보를 받았다. 기본급에 70%를 주는 유급휴가다. 며칠은 좋았다. 모처럼 가족들과 점심도 먹고 근처 동산을 산책하면서 아이들과 놀아주면서 가장으로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루는 동료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코로나 19 사태가 지속되면 공장의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눈앞이 뿌옇게 변했다. 힘든 일상이 갑자기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20여년 근무했던 삶의 터전을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해고나 감원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말이 더욱 불안하게 한다. 없었던 불면증에 우울증도 생겼다. 동료들이 모여 삼겹살에 소주잔을 기울이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다. 내수 시장이 살아나야 일자리와 가정을 되찾을 수 있지만 앞날은 불투명하다.

중소기업 측면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의 어두운 면은 또 있다.

바이오·뷰티 산업의 집적지인 충북 오송지역의 한 화장품 제조회사는 수출 중단에 내수시장만 근근이 버티고 있지만 언제 생산라인을 중단해야 할지 걱정이다. 인원을 감축해야 하는 상황이나 고 숙련자를 내보냈다가 상황이 좋아졌을때 다시 채용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급하게 개인 대출을 받아 몇 달치 급여는 확보했지만 전 세계적인 대유행이 계속된다면 청춘을 바쳐 땀으로 일군 회사를 날리게 생겼다.

김영철 ESD(주) 대표·충북공급기업협의회 사무국장

생산라인이 멈추면 기업은 문을 닫게 되고 근로자들은 길거리로 내몰리게 된다. 중소기업 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모두가 고난의 시기다. 하루빨리 어두운 터널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바라고 있다.

비록 제한적 이지만 경제활동은 지속되어야 하고 생산라인이 멈출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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