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10일 청주시 내수읍 주민자치센터 강당에 설치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비닐 위생장갑을 낀 채 투표하고 있다. / 김용수

선택의 날이 밝았다. 지난 2일부터 13일간 펼쳐진 제21대 총선의 법정 선거운동이 끝나고, 그 결과가 15일 전국 1만4천330곳의 투표소를 통해 유권자의 손끝에서 판가름난다. 코로나19의 거센 파고속에서도 체온이 37.5℃를 넘거나 호흡기 증상이 있는 유권자를 위한 임시기표소를 운영할 정도로 참정권의 중요성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사표를 방지하겠다며 처음 도입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정당들의 밥그릇 싸움 도구로 전락시키는 등 이번 총선은 국민들의 표심과는 동떨어진 채 진행됐다. 거대 양당은 원내 1당을 차지하기 위해 꼼수정당인 비례대표 위성정당을 만든 것도 모자라 의원까지 꿔주는 등 저질 정치로 이미 출발에서 대한민국 정치사에 오점을 남겼다.

선거 중반 미래통합당 몇몇 후보의 잇단 막말이 논란과 함께 파장을 일으키자 당 지도부가 사과하는 일도 있었다. 또한 처음부터 코로나로 인해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하게 진행된 선거운동 역시 막판으로 치달으면서 비방과 혼탁으로 얼룩지고 말았다. 결국 여야 할 것 없이 공명선거 분위기를 깨뜨리는 추태가 이어지면서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당초 이번 총선은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 우려와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는 비접촉 선거 운동으로 참여율이 다소 저조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코로나19도 투표를 통한 국민들의 정치참여 열기를 막지 못했다. 지난 10, 11일 이틀간 실시된 사전투표의 참여율 26.69%는 역대 최고의 기록이다. 지금까지 가장 높았던 2017년 대선(26.06%)보다도 높았고 20대 총선(12.19%)의 두 배를 넘었다.

이같은 역대 최고의 사전 투표율은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한 분산 투표와 더불어 '식물국회'라는 불명예를 안은 20대 국회와 달리 21대 국회는 달라져야 한다는 국민의 따끔한 질책과 열망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보여진다.

물론 사전 투표율이 높다고 총투표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근의 선거를 살펴보면 하나같이 사전투표율과 총투표율이 비슷한 추세를 보여왔다. 이에따라 이번 21대 총선 투표율은 적어도 60%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여기에 만족하거나 머물러서는 안된다. 이같은 수치는 많게는 유권자의 1/3이 주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한다. 투표율에 따른 정당별 유불리와는 관계없이 보다 많은 유권자들이 참정권을 행사해야 한다. 투표는 민의(民意)의 표현을 넘어 민도(民度)를 확인시켜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불신을 넘어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한 정치를 쇄신하기 위해서 반드시 투표를 통한 심판이 이뤄져야 한다. 선거과정에서의 막말과 망언은 국민을 바라보는 정치인들의 시각을 말해준다. 이러한 상황은 결과적으로 유권자의 책임이다. 제대로 된 심판이 없었기에 민의를 무시하는 오만이 독버섯처럼 자라나고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는 것이다.

투표가 권리인 동시에 의무인 것은 국가 운영과 미래에 대한 책임을 의미한다. 이번 총선에서의 올바른 한표는 우리의 밝은 미래를 위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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