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김동례 청주공고 교사

추운 겨울 동안 소나무와 주목 그리고 알몸의 매화나무가 정원을 지키고 있었다. 며칠 전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 후로 촉촉한 땅 기운 받아 소나무를 둘러싼 상사화가 초록의 옷을 입고 뾰족이 얼굴을 드러냈다.

사군자(四君子)의 하나로서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꽃을 피운다는 매화. 제법 굵은 몸통을 가진 매화나무에는 어느새 작은 분홍색 꽃망울들이 나뭇가지 가득 수를 놓았다. 머지않아 만개할 홍매화의 자태가 설레게 기다려진다.

마당 한쪽에 우뚝 솟은 고귀한 자태의 동백. 지난 11월 꽃망울을 터뜨린 모습에 언제 피려나? 매일 꽃필 날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며칠 동안 기온이 높더니 초록 잎 사이사이 진빨강의 점들이 여기저기 가득하다. 몇 년 전 찾았던 남도의 선운사 뜰을 화려한 자태로 가득 채운 동백꽃이 마음속에 진하게 남아서인지 수없이 바라본다. 한 송이의 꽃을 피우려고 저렇게 안간힘을 쓰는 시간에 더없이 생명의 움틈이 소중하게 여겨졌다. 오늘도 새색시처럼 예쁘게 단장할 동백의 모습을 숨죽이며 기다리려 한다. 지난 가을 소중한 친구로부터 정성껏 가꾼 화분 몇 개를 선물 받았다. 늠름한 백송 뒤편 다소곳이 불그스레한 잎으로 추운 겨울 따뜻하게 녹여주었던 남천이 사랑스럽게 느껴지며 소중한 친구가 그리워진다. 마당과 정원 곳곳에 초록의 싹을 틔운 소국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있다. 살랑이는 봄바람과 뜨거운 여름이 지나면 가을의 여인으로 사랑의 향기 담아 집안을 가득 채울 것을 생각하니 벌써 국화의 진한 향이 코끝에 느껴진다.

초록의 소국 옆에 고고하게 자태를 드러낸 장미 한 송이. 꽃망울까지 솟아오른 자태가 사랑스럽다. 눈부시게 아름답게 피어날 장미가 기다려진다. 어디 이뿐인가? 초여름에 화사함을 선사할 원추리, 작약, 해당화 등등 모습을 선보인다. 긴 겨울 자양분을 먹고 힘겹게 대지를 박차고 나온 이들은 서로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멋진 모습으로 보여줄 것이다.

이처럼 찬란한 생명이 잉태하는 봄. 무엇인가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얻게 된다. 자연이 준 생명체를 보면서 교실의 아이들이 떠오른다. 부모님의 따뜻하고 헌신적인 사랑으로, 교사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열정 넘치는 교육의 힘으로…. 그런 땀방울들이 스며들면서 보이지 않게 성장하는 것이 아닐까? 식물과 아이들의 성장을 생각하니 무한불성(無汗不成)이라는 한자성어가 떠오른다. 땀을 흘리지 않고는 이룰 수 없다는 것을…. 비록 코로나19로 학생들 얼굴을 마주하지 못하지만 교사들은 아이들의 결손된 수업을 채우기 위해 고심하며 더 알찬 수업을 준비한다.

김동례 청주공고 교사
김동례 청주공고 교사

교사들의 뜨거운 열정의 땀방울들이 아이들의 미래를 더욱 견고하게 할 것이기에…. 각기 다른 모습의 생명체처럼 우리 아이들 또한 고유한 존재이다.

오늘도 좀 더 단단한 교단의 모습을 향해 선생님들과 함께 생각을 나누고 수업을 공유할 그 날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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