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성범 수필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사상처음으로 유·초·중·고 학생들에게 단계적인 온라인개학을 맞게 되었다. 이에 따라 학교현장은 학교 나름대로 가정은 가정 나름대로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그중 하나가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의 소통 즉 대화방식의 변화이다.

대화란 두 사람 이상이 말을 주고받는 것으로, 주로 말로 이루어지지만 말을 한다고 해서 다 대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상호간에 주고받는 말의 내용이 정확하게 전달·이해되며, 말속에 담겨있는 마음도 전달이 될 때 진정한 대화가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즉, 말이란 의사전달로 일방통행인 반면에 대화는 의사교환이어서 양방 통행이다. 이렇게 대화란 상대방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모든 인간관계는 대화의 질에 따라 원만할 수도 있고, 원만하지 못할 수도 있다. 부모와 자녀 사이도 효과적인 대화를 통해서만 성숙한 관계를 이루어 나갈 수 있다.

그러기에 대화에서는 말의 양보다 말의 질이, 말의 내용보다는 말하는 방법이, 말하는 기술보다 말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자녀와 대화를 나누는데 있어 바람직한 태도는 부모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결론이나 해답을 자녀에게 주입하지 않고 부모 자신의 마음과 자녀의 마음을 충분히 검토하여 타협점을 모색하는 과정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일례로 자녀에게 공부를 시키거나 시험을 앞두고 있을 때 '열심히 공부해'라고 말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을까, '텔레비전 좀 그만 봐라' 보다 더 나은 말은 없을까에 대하여 이 생각해 봐야 한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이런 말이 그다지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자녀의 반항심을 키울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매일 이런 말을 반복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도 달리 표현할 방법을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자녀에게 반드시 말해야 하는 문제가 생겼을 때는 아이가 받아들이기 쉬운 말로 대화를 진행해야 한다. 가령 공부나 시험 때문에 부담스러워하는 자녀에게는 마음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어야 한다. '아직 다 못 풀었어?' 보다는 '이제 열문제만 풀면 되는구나'가 자녀의 중압감을 덜어주는 표현이다. 그런가하면 '시험이 사흘밖에 남지 않았어' 보다는 '아직 72시간이 있잖아'라고 말함으로써 자녀의 조급함을 크게 줄여준다.

일례로 타고 아키라(일본자녀교육학자)의 아버지는 일중독 이라는 말을 들을 만큼 열심히 일만 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 때문에 아키라는 아버지와 이야기 나눌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가끔씩 짬이 생겨 그를 볼 때마다 아버지는 늘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주 열심히 하는 구나! 하지만 너무 열심히 하느라 건강을 해쳐서는 안된다'라고 말이다. 사실 그는 그리 열심히 공부하는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아버지를 볼 때마다 내심 부끄러운 마음과 함께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기에 자녀에게 명령형 어투로 말하는 것은 반드시 삼가야 한다. 명령은 일방적인 것이어서 생각을 교류하겠다는 의시가 포함되어 있지 않고 수긍하는 것 외에는 다른 대답을 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자녀는 반항하는 마음을 갖게 되고 그 마음이 태도에 반영되기도 한다. 반면에 '한번 해보면 어떻겠니?'와 같은 제안형 화법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형식적으로 볼 때 이것은 자녀의 의견을 구하는 것으로 부모의 이런 태도가 전달되면 자녀 역시 귀담아듣는다. 게다가 제안에는 상대방을 존중하겠다는 의사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자녀의 사유능력과 판단력까지 함께 키울 수 있다.

이성범 수필가
이성범 수필가

그렇다. 자녀의 교육의 목적은 우리의 자녀가 한 인간으로서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다. 자녀들은 이 모든 것을 부모로부터 배우게 되며 이를 위해서 부모는 자녀와 효과적인 대화의 기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대화의 기술의 핵심은 공감에서 시작한다. 다시금 어떻게 대화를 이끌어내느냐에 따라 우리 자녀의 생각이 달라질 수 있음을 생각할 때 효과적인 대화법의 중요성을 새삼 인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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