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의사당 전경 / 중부매일 DB
국회의사당 전경 / 중부매일 DB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모든 막을 내렸다. 미증유의 코로나19가 온 나라를 뒤덮은 가운데 치러진 이번 총선은 그것만으로도 사상 초유의 선거였다. 여기에 만18세로 투표연령을 낮춘 첫 선거인데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전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제도가 도입된 선거였다. 이처럼 이번 선거는 주변 요인으로 인한 관심이 그 어느때보다 높았지만 정작 국민의 선택이라는 본래 가치면에서는 낙제점 수준에 그쳤다. '국난극복'과 '정권심판'을 내걸은 거대 양당간의 비난만 난무하는 다툼은 매번 선거때마다 경험한, 전혀 새롭지 않은 상황이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핵심이며 잔치이기도 하다. 주권(主權)이 국민에게 있음을 확인하면서 그 주권을 행사하는 최고의 절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통해 선출된 이들에게 국민들은 막대한 권력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행사한 참정권은 선출과정에서만 가치를 발휘하는게 우리의 현실이다. 국민의 선택을 받은 이들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주권자들의 뜻과는 무관한 행보를 보이곤 한다. 이런 이유로 선거가 정치 불신과 혐오를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선거는 민의를 국정에 반영시키는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점에서 늘 고민의 대상이 된다.

이런 차원에서 이번 선거는 우리에게 또 다른 도전의 시작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 모든 분야가 얼어붙고, 소상공인·자영업자는 물론 중소기업, 대기업을 가리지 않고 경제적으로 '셧 다운'이 된 상황에서도 역대 최고의 사전투표율과 투표율 66.2%에 이르는 뜨거운 참정 의지를 직접 보여줬다. 서구의 선진국들이 한결같이 우리의 이번 선거를 주목한 것도 같은 이유다. 국민 스스로의 민주주의는 어떤 고난과 역경에도 굴할 수 없는 최고의 가치임을 우리가 입증한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이같은 열기를 정치의 질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국민의 대표를 뽑는 선출방법의 새로운 변화도 이제부터다. 만18세부터 투표가 가능해졌지만 새내기 유권자의 30%가 넘는 고등학생들과 관련된 것들은 하나도 제대로 된 것이 없었다. 선거 교육은 물론 학생들에 대한 선거운동, 학생들의 선거운동 참여 등에 대한 논의는 겉돌기만 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정체불명의 제도는 전면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사표를 줄여 국민의 뜻을 더 넓게 반영하자는 취지는 없어지고 당리당략에 따른 술수가 판치는 오점만 남겼기 때문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보여준 추악함은 정치권부터 부끄러워해야 한다.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 속에서도 꿋꿋하게 국회의원 선거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국민들의 자세는 박수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들의 심판대에 올랐던 정치인들은 아직 갈길이 멀기만 해 가장 큰 도전은 여기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선거직전 보여준 청와대와 지자체 단체장들의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한 정치적 계산이 대표적이다. 총선 후보들도 모두 침묵으로 일관했을 뿐이다. 이번 총선은 국민은 안중에 없고 국가와 미래대신 당선과 권력을 선택한 것에 대해 잘못을 따지는 도전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총선의 승리는 그 대상이 됐음을 확인시켜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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