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사태·일자리 감소·악재 침몰… 국민선택은 '안정'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정권심판론과 야당심판론, 그리고 코로나19정국 속에서 치뤄진 제21대 총선은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전국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전국 253개 지역구 중 163곳을, 미래통합당이 84곳을 가져가면서 여당에 힘이 실리게 됐다. 충북지역도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대 통합당 4대4 구도가 5대3으로 재편되는 '변화'를 맞이했다. 8개 지역구 중 절반이 새 인물로 교체됐다. 이번 충북지역 4.15총선의 의미에 대해 짚어봤다. / 편집자

 

충북지역구 국회의원 구도가 더불어민주당 대 미래통합당 4대 4 구도에서 5대 3 구도로 재편됐다. 이번 여야 구도에 대해 평가한다면? 이번 총선의 관전포인트는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나?

안성호 충북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안성호 충북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안성호 충북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제20대 총선 때에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5대 3이었다가 제천·단양 보궐선거로 4대 4였는데 이번에는 전국 구도와는 달리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5대 3이 됐다. 충북지역은 당선확률이 50% 대 50%인 험지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코로나19 영향이 제일 큰 것 같다. 조국 사태,국론분열, 두 동강 난 국민, 패스트트랙 실패, 외교안보 실패에다가 자영업자들의 파탄, 경제폭망, 실업자 증가, 일자리 감소, 수출 감소 등 악조건이 겹쳤는데도 불구하고 코로나19를 조속히 극복하기 위해 문재인정부에 안정세력을 만들어줘 대통령과 정부의 책임을 가볍게 해줬다고 생각한다. 평소에 할 수 없는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호된 심판과 회초리가 잘 먹혀들지 않았다.

▶엄태석 서원대 정치행정학과 교수(총장직무대행)= 충북은 전국 선거의 축소판이었는데 지난 지방선거때부터 보수적 성향이 강해졌다. 청주 같은 도시지역에서는 진보계열의 민주당이 당선돼 전국적 판세와 비슷하지만 군단위는 여전히 보수강세를 보였다. 전국적으로는 민주당 대 통합당이 더블스코어인데 그래서 충북은 5대3에 그쳤다. 이번 선거에서는 정권심판론이 실패했다. 코로나로 인한 피해가 농촌지역보다 도시에서 훨씬 큰 점이 작용해 도시에서 여당 지지가 높게 나타났다. 야당의 역할은 견제와 비판인데 지금 위기상황에서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야당의 슬로건이 '못살겠다 바꿔보자'인데 대선이었다면 어필이 가능했겠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먹히지 않았다.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뭉쳐야 산다고 국민들은 판단한 것 같다. 경제적 위기가 오면 민주주의적 가치가 잠식되는 측면이 있다. 대화, 토론, 합의 이런 것들로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 여당에 몰표를 준 것 같다.

▶이선영 충북참여연대 사무처장= 충북 선거는 우리나라 투표의 바로미터로 불린다. 제21대 총선을 두고 문재인정부의 중간평가를 통한 '정권심판론'과 오히려 정부의 개혁 걸림돌로 사안마다 막아서는 야당에 대한 '야당심판론'이 팽팽하게 대립돼왔다. 결국 충북 유권자들은 정권심판보다 야당심판을 통한 안정을 택했다. 코로나 국난극복을 위한 표심이 작용했다고 본다. 충북선거는 무소속 출마라는 변수가 모두 정리되면서 양당 1대 1 구도로 거대양당 중심의 선거로 진행됐다. 그나마 대전과 세종의 민주당 싹쓸이, 충남의 표심은 6대5 구도가 균형의 추를 맞췄지만, 충북은 5대3 구도로 전국표심에 보다 가까웠다. 특히 정치신인과 현역정치인의 비율이 4대4로 과반 인물교체가 된 점도 눈여겨볼만하다. 충북선거는 제3의 정당이나 인물등장 없이 양당 선거를 통한 민주당의 승리로 끝났고, 특별한 바람이나 이변도 없었다. 코로나 블랙홀에 매몰돼 정책선거는 실종됐고, 정당간 정책변별력을 찾아볼 수 없는 공약 속에서 정치적으로 후퇴라는 평가도 피할 수 없는 선거였다.

엄태석 서원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엄태석 서원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코로나19 전국적 확산 속에서 '조용하게' 치러진 이번 선거였다. 대면 선거운동이 활발하지 못한 반면 SNS 등 온라인활동활동이 활성화됐다. 코로나정국이 이번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보나?

▶엄태석= 코로나 사태를 통해 정부의 위기관리능력을 보게 됐고 여당 지지 결과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정부의 초기대응 실패 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전세계적으로 한국의 위기능력에 주목하면서 국정능력이 확인된 것이다. 코로나로 집에 있는 사람이 늘고 TV나 SNS를 자주 접하면서 오히려 정치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대통령과 여당이 잘해야 위기를 돌파하지 않겠냐는 쪽으로 수렴이 된 것이다. 위기를 느끼면 투표율이 높아진다. 코로나 라는 보건·위생·안전의 문제에다가 경제적 위기가 투표를 하게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이 위기를 돌파하려면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논리가 작용했다. 그동안 제3당이 균형추 역할을 해왔는데 균형추가 존재할 수도 없게 돼 아쉽다.

▶안성호= 선거하면 후보자의 스킨십, 대중연설, 가두연설, 운동원의 집단 지지구호와 퍼포먼스 등인데 이번 선거는 돈은 막고 입은 풀자는 저비용고효율의 선거전략이 다소 위축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기존 공중파와 종편방송 그리고 카톡, 밴드, 유튜브 등 비대면 SNS 온라인활동이 많았다. 더욱이 코로나19사태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TV영향이 컸다고 본다.

▶이선영= 대면접촉을 할 수 없는 깜깜이 선거로 진행되면서 정치신인에게는 불리한 선거운동 구도는 SNS라는 새로운 양상을 띠게 됐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활용한 선거가 눈길을 끌었다. 이로 인해 선거운동 후보자간 고소·고발도 대폭 줄어든 것으로 밝혀졌다. 역대 선거 때마다 불거졌던 불법선거운동의 적발 신고가 10여건 이상이었다면 이번 선거에서는 3건 정도에 불과했다. 사실상 대면선거가 불가능한 현실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특히 도종환 당선인의 경우 시인으로서 매일 시로서 유권자의 감성을 어루만져 지지세를 결집한 것은 모범사례로 꼽힌다. 선거운동 방식도 시대에 따라 변화해 흑색선거, 네거티브선거 말고 SNS를 통한 정책대결로 발전하길 기대해본다.

 

민주당 4선 오제세 의원의 사퇴, 미래통합당 정우택 의원의 지역구 변경과 그에 따른 같은당 김양희 후보의 무소속 출마 후 사퇴, 충북 첫 지방의원 출신 배출 무산, 막말논란 등 이번 충북지역 총선의 변수들에 대해 코멘트한다면?

▶안성호= 4선 오제세 의원의 사퇴는 서원구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무소속으로 출마했다면 통합당 최현호 후보의 당선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흥덕구의 김양희 후보도 초기에 멋지게 정우택 후보를 지지선언하면서 사퇴했더라면 좀더 팽팽한 경쟁관계가 됐을 것이다.

▶엄태석= 앞서 제시한 변수들이 1대1 후보 구도를 고착화하는 데 기여했다. 순수히 거대 정당간의 선거가 된 것이다. 이장섭 후보나 정우택 후보가 지역구를 옮겼지만 여당의 힘이 강하다 보니 민주당 이장섭 후보만 당선됐다. 여전히 지방정치인들이 열세이고, 선거는 끝내 막말과 고소·고발로 이어지면서 정치발전이 이뤄지지 않았다. 선거문화 자체가 개선되지 않았다.

▶이선영= 5선에 도전하는 현역의원이 3명이나 되면서 세대교체론, 물갈이론이 전면에 대두됐다. 정우택 의원은 선거구를 상당에서 흥덕으로 옮기는 것이 패착이었다. 본인 선거구에서 쫓겨난 형국에서 결국 낙선으로 이어졌다. 김양희 흥덕당협위원장은 그동안 꾸준히 준비해왔지만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뺀 격으로 경선조차 치르지 못했다. 이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1대1 양강 구도 상황에서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이외에도 이광희 후보, 김형근 후보, 황영호 후보 등 지방의원 출신 후보들도 공천관문을 통과하지 못했고, 김양희 후보의 무소속 출마 불발로 충북은 35년만에 무소속 후보 없는 선거를 치뤘다. 이들은 모두 지방의회에서 중량감 있는 의원이었고, 정치의 정석처럼 지방의회부터 정치에 입문해 역할을 키워온 만큼 정정당당하게 겨룰 기회조차 없는 전략공천의 문제점도 부각됐다.

이선영 충북참여연대 사무처장.
이선영 충북참여연대 사무처장.

올해 첫 적용된 선거연령 만18세 하향은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가?

▶이선영= 선거연령 하향으로 전국 54만8천여명이 처음 선거에 참여했다. 전체 유권자의 1.2% 수치다. 지역구로 따지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는 없지만 박빙상황에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젊어지는 표심에 정치권의 변화가 필요한 대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대다수 정당이 청소년 관련 공약이 부족했다. 18세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견인할 장치도 부족했고, 콘텐츠도 전무했다. 또 코로나 정국을 맞으며 개학이 늦어지면서 제대로 된 정치교육 없이 알아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첫 선거를 맞은 18세 유권자들이 깜깜이 선거로 정치에 실망을 느끼며 첫 단추를 꿰게 된 것에 대해 기성세대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안성호= 18~19세 유권자는 충북에서 18세가 1만6천여명인데 고3이 5천여명이다. 사전투표율 26.71%, 전체투표율 66.2%로 예년보다 높아진 투표율을 고려한다면 선거연령 하향 영향도 어느 정도 있었다고 보인다.

▶엄태석= 학생들 표가 많지 않아 큰 영향은 없었다고 생각된다. 또 젊은 학생들의 성향을 딱 진보라고 보기도 어렵다. 오히려 그들에게 이번이 첫 선거인데 연동형 비례대표제 과정 등을 보면서 정치에 실망했을 것 같다. 향후 정치무관심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번 21대 총선은 ─다. 키워드로 압축해 표현한다면?

▶이선영= 이번 총선은 '과거 회귀'다. 일정 정도 세대교체를 이루긴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실망적인 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 특히 준연동형비례대표제도가 정치발전을 견인하기 위한 개혁이었지만, 누더기법안을 만들어 위장정당을 만들고 결과적으로 다당제의 발판이 되기는커녕 군소정당의 몰락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양당제 중심이 고착화되고, 지역구도가 그대로 되살아나 과거로의 회귀, 정치적 후퇴를 가져왔다.

▶엄태석= 이번 총선은 '위기의식'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만들어진 위기와 경제위기가 대통령과 여당에게 힘을 몰아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야당에 희망을 갖는 건 어려웠다. 안타까운 점은 지역주의로 회귀다. 영남은 통합당, 호남은 민주당이라는 지역주의의 부활은 안타깝다. 제3당이 존재할 수 없는 구조가 됐다.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통해 군소정당이 가장 협소하게 돼 정치발전에는 마이너스가 됐다.

▶안성호= '코로나19블랙홀'이다. 국민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정국안정을 더 선택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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