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광규 충북도교육연구정보원장

코로나 19로 인하여 온 나라 전체가 큰 어려움에 처해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들이 각자 맡은 곳에서 잘 이루어 지고 있다. 교육 부문에서도 밀집된 상태에서 집단생활을 하는 학교에서의 감염 확산 우려로 인해 등교개학이 계속 미뤄졌다. 하지만 학습 결손과 수업일수 등의 문제로 인해 더 이상 개학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부득이하게 차선책으로 온라인 개학을 선택하게 됐다. 학교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학교급, 학년에 따라 개학시점을 달리 했는데 지난 주 고3, 중3에 이어 이번 주부터 초등학교 저학년을 제외한 모든 학생들이 온라인으로나마 학교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온라인 개학을 하면서 논란이 된 것은 원라인에서 출석하고 공부한 것을 학교에 출석하여 선생님과 같이 공부한 것으로 인정하고 수료와 졸업을 할 수 있게 할 것이냐 이다.

이러한 논란이 일어나게 되는 이유는 온라인 학습을 하는 곳이 각각 다르다는 데 있다. 온라인 학습 사이트는 국가 수준에서는 e학습터가 대표적이고 준 공영 성격의 EBS, 그리고 몇몇 서비스 업체가 있는데 아직 온라인 학습에 대한 합의된 플랫폼이 없다는 것이다.

요즘 플랫폼이란 말을 여러 분야에서 아주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다. 플랫폼은 기차역에서 기차를 타기 위해서는 기차의 출입문과 높이가 같게 평평하게 해 놓은 승강장을 의미한다. 누구든, 어떻게 기차역으로 왔든, 기차역에서 승차권을 구매한 사람은 플랫폼을 통하여 기차를 타고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사실 정해진 법에 따라 우리는 그 범위 안에서 자유롭게 기차가 주는 편리함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누구나 자유롭게 짐을 가지고 탈 수 있지만 일정한 길이 이상의 물건이나 일정한 무게 이상 나가는 짐을 가진 사람은 이를 화물칸에 실어야 한다든지, 심한 악취가 나는 사람은 탈 수 없다든지 하는 규정들이 그것이다.

오늘날 법으로 정해지지 않았지만 기차역의 플랫폼과 같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관습 등이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자리잡고 있어서 사회가 질서 있고 편리하게 돌아가게 하는 기능도 한다. 보통 플랫폼은 법으로 정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형성되는데 이것이 일상에 굳어지면 이를 그 사회의 문화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한 나라의 언어와 예절, 제사의 형식 등등이 이렇게 나타난다.

기존 교육의 기본 플랫폼(교육관련 법률)은 한 교실에 모여, 선생님의 지도하에, 일정한 시간 동안, 일정한 분량의 교육과정을, 일정 시간 이상, 공부해야 수료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교육에 관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그런데 지금 현재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 학습에 대하여는 합의된 것이 없다. 온라인 학습에 대한 플랫폼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플랫폼을 먼저 만들어 선점하는 자가 성공할 수 있다. 그래서 각 이익 집단들은 자신들에게 더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플랫폼을 만들고자 한다.

정광규 충북교육정보원장.<br>
정광규 충북교육정보원장

다양한 플랫폼도 필요하지만 플랫폼이 전혀 없거나 너무 많으면 사용자들 모두가 어려움과 혼란에 처할 수도 있다. 특히 위기의 시기에는 합의도 되기 전에 우후죽순처럼 서로 다른 플랫폼들이 나타나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지금은 국가 수준에서 온라인의 교육에 대한 플랫폼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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