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난달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위로 먹구름이 보이고 있다.  / 뉴시스

막판 열전으로 기록될 21대 총선의 열기가 아직 가라앉지 않은 가운데 벌써부터 새롭게 구성될 국회에 거는 기대가 넘친다. 하지만 21대 국회의 임기는 내달 30일 시작된다. 다시말해 앞으로 한달 반 가량은 지금의 20대 국회가 계속된다는 것이다. 식물국회를 넘어 최악의 국회로 지칭되는 20대 국회가 막을 내리는 것인데 역대 국회와는 달리 마지막까지 처리해야 할 과제들이 남았다. 지금 반드시 해야 할 일들로 예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 남은 기간 이름만 내걸고 임기를 채우는 국회가 아닌 일하는 국회로 유종의 미를 거두라는 얘기다.

20대 국회가 최악의 국회가 된 까닭은 모든 정당들이 4년 내내 갈등과 혼란속에서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며 무엇하나 제대로 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촛불정국과 함께 했던 박근혜 전대통령 탄핵, 드루킹 대선 댓글 조작사건, 공수처 신설 등의 패스트트랙 처리 등으로 임기를 허비했으며 막판에는 조국 전 장관 진퇴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며 국론을 양분시키는 도화선이 됐다. 결국 국회에서 정치는 실종됐고, 국민들로부터 혐오의 대상이 되기까지 했다. 그런 아픔을 조금이라도 씻어내야 한다. 오명과 상처만 남긴 채 끝을 내서는 안되지 않겠는가.

오죽했으면 이번 21대 총선에 불출마한 여야 중진의원 7명이 '일하는 국회법'을 제안했다. 신속한 원 구성을 통한 일하는 국회 실현, 국회의원 윤리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싸움만 하다 허송세월을 한 20대 국회에 대한 자기반성인 셈이다. 여야가 함께 해 정당별 이해관계가 없고, 떠나는 이들인 만큼 개인적 득실이 없는 그야말로 선진화된 법안이다. 이런 법안 하나만이라도 처리한다면 의미는 클 것이다. 이와는 별도로 시급한 민생관련 법안처리를 더 미룰 수는 없다며 총선전 여야는 4월 임시국회를 열기로 하고 16일 첫날을 보냈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법안 중에는 'n번방 사건'으로 주목받는 디지털 성범죄 관련 법안이 있다. 가해자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중인 만큼 법적 뒷받침이 시급하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위기 극복을 위한 2차추경도 논의될 예정이다. 당초 미래통합당에서 반대입장을 밝혔지만 이번 총선결과 '국난극복'에 국민적 방점이 찍힌 만큼 처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한가지 20대국회에 주문할 것은 시급하고 중하다는 이유만으로 얼렁뚱땅 다뤄져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범죄는 인권을, 추경은 재정을 생각해야 한다. 등 떠밀려, 분위기에 따라 일을 처리하면 반드시 뒤탈이 생기게 된다.

여기에 더해 충청권 국회의원들이 반드시 챙겨야 할 사안이 있다. 충북만해도 전체 의원의 절반인 4명이 바뀌는 상황이다 보니 지금 국정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지역의 미래를 위해 발벗고 뛰어야 할 문제다.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유치가 그것이다. 사업부지로서 청주 오송·오창의 적합성은 더이상 말할 나위가 없다. 경합을 벌이는 타 지역에 비해 모든 조건이 월등하다. 팔이 안으로 굽어서가 아니다. 전문가와 시설을 이용할 산업계의 목소리다. 그렇다면 앞뒤 잴 필요가 없다. 총대를 메고 앞장서야 한다. 이제 남은 시간은 불과 20일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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