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공탁제도 악용… 동의없이 피해자 주민등록번호 도용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4억원대 사기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마이크로닷 부모 신씨 부부 측이 형량을 줄이기 위해 피해자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신씨 부부는 형을 감경받을 목적으로 형사공탁제도를 교묘히 악용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 A(61)씨의 동의없이 그의 주민등록번호를 활용했다.

형사공탁 제도는 형사사건 피해자가 합의를 하지않거나, 합의가 불가능할 경우 가해자 측이 피해자를 위해 법원에 적당한 금액을 맡기는 제도다. 이를 통해 가해자 측은 합의는 하지못했지만 피해자의 회복을 위해 노력한다는 점을 재판부에 보여줌으로써 형을 감경 받을 수 있다. 다만 공탁을 하려면 피해자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등이 기재돼야 하기 때문에 피해자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신씨 부부에게 2천500여만원의 사기피해를 입은 A씨가 신씨 부부 측으로부터 공탁 관련 연락을 받은 것은 지난달 3일부터다. 신씨 부부의 법률대리인인 B사무장은 이날 A씨와의 통화에서 "합의가 어려우면 공탁제도도 있다"며 주민번호를 알려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A씨는 "내가 왜 주민번호를 알려줘야 하냐"며 이를 거부했다. 이틀 후에도 B사무장은 같은 용건으로 전화했지만 A씨는 거절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A씨의 완강한 의사에도 신씨 부부 측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마이크로닷 모친인 김씨(61)의 피해자는 A씨 뿐이었기 때문이다. A씨의 채무변제만 진행되면 징역형을 받은 김씨의 형을 감경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 8일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 이후에도 신씨 부부 측은 A씨에게 전화를 걸어 합의를 요구했다. 그러나 A씨는 "진정한 사과가 없다면 죗값을 받아야 한다"며 거절했다.

형 감량을 노릴 수 있는 합의와 공탁 모두 어렵게 되자 신씨 부부 법률대리인 측은 결국 '불법'을 자행하게 된다. B사무장은 지난 10일 청주법원 제천지원에 공탁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2천500만원의 공탁금을 예치했다. 당시 제출 서류에는 A씨의 주소와 주민등록번호가 적혀있었다. 이는 개인정보 도용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B사무장은 A씨와의 통화에서 "민사인 채무부존재소송을 준비하면서"라며 민사소송 준비과정에서 개인정보를 획득했다는 취지의 변명을 했다. 법률대리인 측이 민사소송을 준비하면서 A씨의 주민번호를 알게 됐다하더라도 형사공탁 서류에는 사용할 수 없다. 타인의 개인정보는 취득목적 외에 사용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또 B사무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씨와 A씨가 친구사이인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개인정보 도용의 경우 이웃사이 등 가까운 사이로 지내다가 자연스럽게 알게 된 정보의 경우 처벌을 면할 수 있다는 것을 노린 답변이다. 그러나 A씨와 김씨는 20여년 간 연락이 닿지 않던 사이다. 

박아롱 변호사는 "과거에는 재판기록 복사과정 등에서 알게 된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형사공탁에 사용하는 사례가 있었지만, 이는 명백한 불법이고 지금은 법원에서 이러한 문제를 막기위해 개인정보 관리를 엄격히 하고 있다"며 "만일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부당한 방법으로 취득하고 이를 동의 없이 공탁 서류 등에 기재했다면 법적으로 문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신씨 부부 측을 상대로 개인정보 도용 등의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할 예정이다. 

A씨는 "자신의 죄를 뉘우치기는커녕 형량을 줄이기 위해 불법도 불사하는 이들에게 재판부가 올바른 법의 심판을 받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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