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우리 속담에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짐승들은 은혜를 입으면 반드시 보답하려고 하지만 사람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기 때문에 자신을 도와준 사람을 배신하고 심지어 해를 끼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사람에게는 정을 주거나 도움을 주지 말라는 뜻이 아닌가 생각한다.

서양에서는 100년 전부터 수양부모 제도가 있었고 또 베풀면 반드시 보답을 받는다는 개념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면 안 된다는 말을 조상으로부터 들었다. '물에 빠진 사람 건져주었더니 보따리 내 놓으라고 한다.'는 말도 있다.

부모를 잃고 길바닥에서 울고 있는 불쌍한 아이를 집에 데려와 훌륭한 교육을 시켰더니 그 은공은 모르고 재산을 내놓으라고 양부모에게 칼부림을 한 패륜아에 대한 보도를 접하며 충격과 함께 이 속담이 얼마나 실감이 났는지 모른다.

공자는 가장 싫어하는 인간은 배은망덕한 사람이라고 했다. 입은 은덕을 저버리고 배반하는 행위는 인간성을 스스로 파괴하는 행위이다. 은혜를 알고 감사보은 하는 것이 당연한 인간의 도리이지만 이 세상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일이 허다하여 안타까운 마음 금할 수 없다.

늑대가 먹이를 너무 빨리 먹다가 그만 가시를 삼키고 말았다. 늑대는 목에서 따끔거리는 가시를 뽑아내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그러나 목의 가시를 뽑아낼 수가 없었다. 그때 긴 주둥이를 가진 학 한 마리가 지나가고 있었다. "여보게 친구, 자네의 긴 주둥이로 내 목의 가시를 좀 뽑아줄 수 있겠나? 사례는 충분히 하겠네." 학은 늑대의 입에 긴 주둥이를 집어넣고 목구멍에 걸린 가시를 어렵게 뽑아냈다늑대는 그제야 살 것 같았다.

"옳지 됐어, 참 시원하군, 이렇게 좋은 걸." 학은 늑대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자 이제 약속한 사례비를 좀 주시지요" 그러자 늑대란 놈이 화를 벌컥 냈다. "이런 배은망덕한 놈 같으니라구. 네 머리가 내 입에 들어갔을 때 깨물어 토막을 내지 않은 것을 고맙게 생각해라."

경상남도 진주에 전해오는 설화가 있다. 어떤 사공이 홍수에 떠내려 온 노루와 구렁이, 그리고 어린 아이 한명을 건져 살려주었다. 사공은 노루와 구렁이는 제 갈 길로 보내주고 아이는 데려다 키웠다.

세월이 흘러 어느 날 노루가 나타나 사공에게 돈 궤짝이 묻어있는 곳을 가르쳐 주었다. 부자가 된 사공은 양자로 삼은 아이를 잘 키워 장가까지 보냈다. 성장한 아들은 돈 욕심에 자신을 키워준 아버지의 은혜를 저버리고 사공이 도둑질을 해서 부자가 되었다고 포도청에 고발을 하였다.

사형을 언도받고 감옥에 있는 사공에게 구렁이 한 마리가 나타나 사공은 구렁이의 도움으로 위기에게 벗어나고 키워준 은덕을 저버리고 재산만 탐한 배은망덕한 양아들은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그리고 사공은 짐승을 구해 준 덕분에 오래도록 잘 살았다고 한다.

옛말에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는 말이 있다. 주변에서 이런 경우를 종종 본다. 단짝으로 지내던 이들이 원수가 돼 갈라선다. 잘 나갈 땐 서로 모른다. 그러다가 어려운 상황에 빠지면 인간의 본성이 나타난다.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인간이 인간다우면 참으로 소중한 존재이지만, 인간이 인간답지 못하면 짐승보다 못한 존재가 된다. 은혜를 알고 그것에 보답하는 자세야말로 인간다움의 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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