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일칼럼] 최동일 논설실장

코로나19로 인해 미증유의 선거로 치러진 제 21대 총선이 끝났다. 국내를 넘어 팬데믹으로 번진 기세만큼이나 이번 선거에서도 코로나가 큰 역할을 했다. 국난극복에 대한 국민들의 선택이 여야 제 정당들의 성적으로 확인됐다. 대안도 없이 현 정부에 대한 비난을 앞세웠던 미래통합당은 뼈아픈 자기반성의 시간을 갖게 됐다. 정상적인 투표로는 아마 다시 기록하기 어려운 180석의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위성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 포함)은 표정관리에 바쁘다. 벌써부터 당내에서조차 '오만'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너무 기운 결과였다.

대승을 거둔 민주당에 앞서 통합당 얘기를 하자면 집권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가장 최소한의 힘인 개헌 저지선(100석)을 확보했다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 이 마저도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은 대구·경북의 막대한 피해에 대한 반사적 혜택을 입었기 때문이다. 이 지역에 대한 정부의 방역 정책과 지원이 보다 원활하고 효과적이었다면 여기도 여러 곳에서 여당의 푸른 깃발이 휘날렸을 것이다. 결국 통합당의 참패는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통합당이 못해서다. 지난 3년간 집권세력의 헛발질에 취해 아무런 변화도, 대안도 없이 썩어 간 '고인 물'이었다.

이번 총선결과 가운데 하나인 민주당의 영남권 참패는 여당의 상황을 그대로 말해준다. 겉으로는 전국적 압승의 개선가를 부를만 하지만 속으로는 위태로운 난제들을 안고 있는 것이다. 신천지로 시작된 지역내 집단감염이 수도권에서도 있었다면, 대구·경북과 같은 상황이 여기서도 이어졌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국민의 헌신과 대구·경북의 감내가 만든 결실이 여당에게로 돌아간 것 뿐이다. 게다가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의 방역 '폭망'으로 우리의 처지가 상대적으로 빛나는 그야말로 하늘이 내려준 선물을 적절한 때에 받기까지 했다.

이런 까닭에 일부에서 제기한 지역주의 부활은 말이 안된다. 이번 선거결과가 지역주의라면 계기가 있어야 한다. 영남이 통합당으로 뭉칠만한 배경 말이다. 예전의 경우 분위기를 몰아가기 위한 상대가 있었다, 전라도와 경상도 처럼. 그러나 이번엔 지역감정과 관련된 흔적조차 없다, 게다가 우리국민의 의식은 지역감정을 뛰어넘은 지 오래다. 따라서 이는 영남권 몰락에 대한 민주당의 핑계일 뿐이다. 호남의 민주당 싹슬이는 민생당의 자충수에서 비롯돼 성격이 다르다. 진영간 극한 대립에 휘말려 어떤 역할도 못하고 분열과 변절의 역사만 남겨서이다.

개헌을 빼고는 못할게 없는 민주당이 지금부터 맞부딪칠 할 상대는 과거에 매달려 자기반성도 못하는 통합당이 아니라 민주당 자신이다. 이 대결에서 자칫 오판을 한다면 코로나로 인한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벌써부터 국가보안법, 토지공개념, 동일노동 동일임금 등 우려할만한 것들이 여권 내부에서 쏟아지고 있다. 물론 경계의 목소리도 있지만 집권 3년간의 행보가 바람직해서, 그 방향이 맞아서 표를 준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이번 기회에 국민의 뜻과 관계없이 자신들만의 잔치를 벌이려는 속셈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청와대에 이어 국회를 계속 거머쥐게 된 민주당이 무엇보다 주의해야 할 것은 '180석'이라는 숫자다. 개헌을 빼고는 어떤 일도 할 수 있는 힘이지만 이번 총선 전체의 당 지지율은 50%를 넘지 못했다. 통합당과의 격차도 10%p가 안된다.

최동일 논설실장
최동일 논설실장

5대3의 승리를 거둔 충북만 봐도 양당 득표 차이는 2천표에 못미친다. 이번 코로나사태가 정치권에 던져준 불변의 교훈을 되새겨 볼 것을 민주당에 주문한다. 먹고사는 일, 가족의 안전을 지키는 일, 평온한 일상을 사는 일보다 중요한 가치는 없다. 이념 역시 별수 없다. 현실을 벗어나면 모든 게 물거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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