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북도청사. / 중부매일 DB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한파의 기세가 심상치 않은 가운데 지역 일각에서 근시안적 사고로 경제회생에 엇박자를 내고 있다. 충북도의회는 21일부터 열리는 제381회 임시회에서 농민수당 조례안을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충북도에서 도내 모든 농가에 월 1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는 내용의 이 조례는 농민 등 1만3천여명의 서명을 받아 절차를 밟고 있다. 대상은 도내 7만5천여명으로 총 예산은 연간 900억원에 이른다. 시장개발 등으로 어려움이 큰 농가를 돕자는 취지로 농민단체 등이 앞장서 추진중이지만 재정 문제로 도에서 난색을 보이는 사안이다.

충북도에서는 도의 살림규모로는 농민수당을 도입하기 어렵다며 대신 영세농민을 대상으로 한 농가기본소득 보장안을 내놓았다. 이처럼 농민단체와 도가 이견을 보이자 지난 1월 이를 논의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보다 심도있는 논의를 거쳐 결정하자는 것인데 도의회에서 조례 제정을 먼저 치고 나온 것이다. 협의체를 건너뛰면서 안건을 심의하는 까닭으로 도의회는 농민 서명으로 제출된 만큼 심의를 해야 하며 코로나로 농민들의 어려움이 극에 달해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농민들의 처지가 매우 어려울 정도로 코로나의 경제적 파장은 심각하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은 물론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들도 '셧 다운' 공포에 신음하고 있다. 경제적 마비는 고용시장에 직격탄이 돼 전국적으로 실업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충청권만 따져도 지난달 실업자수가 전년동기보다 22% 증가했다. 더구나 취업자에 포함됐지만 경기에 따라 고용상태가 바뀔 수 있는 일시휴직자가 적게는 2배(세종), 많게는 5배(충북)나 늘어 전망은 더 암울하다.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 별도의 대책이 없다면 이들은 조만간 실업수당 신청자가 될 수 밖에 없다.

이처럼 고용시장이 얼어붙었지만 농림어업은 취업자가 늘었다. 농번기 일손이 늘어난 계절적 요인도 있겠지만 경기한파속에서의 고용 탄력이 영향을 미친 듯 하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농촌에 터를 잡는 인구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4차산업혁명과 맞물려 불루오션으로 농업을 주목하는 이들도 있다. 이는 농촌과 농업을 하나의 잣대로 묶기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모든 농가를 대상으로 한 복지정책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 하물며 상황이 더 심각한 다른 경제주체들이 넘쳐나는 마당에 농민만을 챙기겠다는 생각은 공감능력 부족이거나 근시안적 사고일 뿐이다.

지금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농촌을 돕겠다면 농민수당보다는 '농산물 꾸러미'를 고민해야 한다. 판로가 막힌 농가를 돕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수요 확대다. 적지않은 농업단체, 지자체 등에서 이미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다. 그만큼 성과가 있다는 얘기다. 심지어 전남에서는 교육당국이 지자체와 손을 잡고 모든 학생 가정에 친환경농산물을 지원한다고 한다. 농민들을 위한다면 책상에서 눈치나 보지말고 현장 상황에 맞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충남에서는 해외로 눈을 돌려 쌀수출의 기회로 삼겠다고 한다. 쉬운 길보다는 멀리 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오래도록 건강한 걸음을 디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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